거함 포스코호 순항할까?

[CEONEWS 이재훈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1957년생, 62세)이 7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에 따라 최정우 회장은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의 수장으로 3년간 활약하게 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최근이다. 포스코 내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되는 그 였기에 그가 회장으로 설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이루어갈 포스코에 대해 알아봤다. 

이재훈 기자 ljh@ceomagazine.co.kr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 포스코의 ‘재무통’이 회장직에 오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포스코의 수장이 된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에서도 재무통으로 통한다. 1957년 4월10일 부산에서 태어나 1976년 부산 동래고등학교를 졸업(52회)했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하성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이 동래고등학교 52회 동기다. 부산 동래고등학교 졸업 후 부산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1983년 졸업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포스코에 입사해서 22년만에 포스코 감사실장(2005년)에 선임됐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6년 포스코 재무실장과 2008년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기획재무실장 상무에 선임됐다. 그리고 2010년 포스코 정도경영실장으로 이동한 후 2012년 전무로 승진했다. 정도경영실은 회장 직속의 감사팀으로 글로벌경영감사그룹, 프로세스그룹,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의 3개 조직에 40여 명의 팀원이 있다.

포스코 재무실장과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기획재무실장 등 포스코그룹의 재무부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 때문에 포스코에서 ‘재무통’으로 통한다. 회장 직속팀의 감사팀인 정도경영실장,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부사장을 지냈으며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사내이사 1년 임기를 마친 뒤 2015년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2015년 7월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과 경영쇄신 작업을 이끌었다. 주업무 가운데에 계열사의 합병과 인력감원 등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포스코가 내세우고 있는 ‘윤리경영’이라는 슬로건과 맞지 않는 일들이 발생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6년 2월 가치경영실이 재무실을 편입해 가치경영센터로 확대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도 겸하면서 포스코 부사장(사내이사)에 선임됐다. 2017년 포스코 CFO를 겸하면서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8년 2월부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권오준 회장 후임으로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다.

◆ 구조조정 진두지휘해 ‘저승사자’로 불려

2015년 6월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자진사퇴하면서 대표이사를 잠시 대행했다. 전병일 전 사장은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의견 차이가 외부에 항명·내분 등으로 비춰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며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장 미래 지향적이며 대승적인 방향을 고민한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지분 매각을 검토하면서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 자산이 아니라 포스코의 부실 자산을 먼저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포스코는 이를 ‘항명’으로 보고 전 사장의 해임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반대가 거센데다 외부의 비판까지 쏟아지자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물러섰지만 자진사퇴를 요구한 끝에 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6년 조선산업의 부진으로 연관산업인 철강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를 주도한 이가 최정우였다. 2016년 4월 당시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당장은 계약물량을 소화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으나 2017년까지 조선업계가 선박 등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자체적인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포스코는 2015년 포스코플랜텍, 포스하이메탈, 포스화인을 비롯한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2016년 들어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포스코는 2016년 초 전체 임직원의 30%에 이르는 110명을 감축하고 유사기능을 가진 조직을 22%가량 축소했다. 인원감축, 조직개편,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도 단행하거나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문제가 여럿 제기됐다.

포스코P&S는 일부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압력을 넣은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상사계열인 포스코대우는 직원들에게 특정일을 정해 연차사용을 사실상 강제해 내부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윤리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경영실패의 책임자인 임원들은 계열사 요직을 돌아가면서 맡는데 반해 직원들의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계열사인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인력감원을 추진하면서도 잡음이 일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10월에 전체 인원의 절반이 넘는 600명을 감원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형식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에 따른 명예퇴직이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이미 내부적으로 퇴사대상자를 선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적으로는 자율적인 신청에 따라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이는 대외적인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전체 여직원의 90%는 아무런 기준 없이 해고대상에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문제가 됐다.

◆ 권오준 라인으로 승승장구

그는 포스코와 포스코 건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재무를 담당한 재무전문가다. 이뿐 아니라 감사실 격인 정도경영실장을 역임한 경험도 있어 포스코 그룹의 내부 사정에 가장 밝은 인물로 꼽힌다.

2015년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포스코 그룹과 대우인터내셔널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그룹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5년 6월 전병일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경영진과 마찰을 빚고 자진사퇴한 뒤 임시로 대우인터내셔널의 대표이사를 수행했다. 2015년 7월 조청명 전 가치경영실장이 경질돼 포스코플랜텍 대표이사로 이동하자 후임 가치경영실장을 맡았다.

그가 맡은 가치경영실은 2014년 권오준 회장이 설치한 조직으로 그룹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즉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16년 2월 권오준 회장이 가치경영실에 재무기능을 통합해 가치경영센터로 확대개편하면서 센터장인 최정우의 권한도 더욱 커졌었다.

2016년 2월 권오준 회장의 뉴욕 기업설명회에 동행하면서 ‘권오준 라인’으로 포스코 내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6년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포스코 2인자로 떠오른 황은연 사장을 제치고 포스코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권 회장이 황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최정우를 내세웠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구조조정이 더 필요해 최고재무책임자를 이사후보로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최고재무책임자로 재임할 때 상장작업을 추진했으나 포스코 건설 재무구조가 안정되면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까지 상장을 연기했다.

그는 권오준 회장 후임으로 김진일 사장, 황은연 사장, 오인환 부사장 등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명됐었다. 그리고 결국 최후의 승자는 최정우였다. 

◆ 앞으로의 과제

최정우 회장이 갖고 있는 과제는 권오준 회장의 후광을 벗어내는 일이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1조2523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영업익 2조7423억 원을 기록해 2011년 상반기(3조1023억 원) 이후 최고 영업익을 달성했다. 권 회장으로부터 ‘호실적’의 성적표를 물려받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최 후보는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통상압박을 이겨내고, 권 회장이 안착한 신소재 사업 등 신성장동력 부문의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그가 재무통을 지냈고, 저승사자 역할을 한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포스코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 펼쳐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먼저 철강 공급과잉과 무역규제 심화 등 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고, 비철강 그룹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최 회장은 CEO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최 회장은 취임 100일 시점인 11월 초에 개혁과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월까지 주주환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에 근무한 만큼 이와 관련한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포스코 내부의 전망이다. 다시말해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배당 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최 후보는 취임 100일이 되는 시점에서 개혁 과제를 발표하기로 했다. 철강 부문에 대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만큼, 철강 사업에 대한 비중은 줄이고 비철강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의 정책 방향에 대해 “신성장 부문의 투자계획은 당초의 계획을 유지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끊임없이 제기돼 온 정경유착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간 포스코는 사기업이지만 정권에 따라 회장의 임기가 달라졌다. 권오준 전 회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이런 논란은 불이 불었다. 정치권에선 최정우 후보 역시 최순실 게이트를 방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최근 국민들로부터 9월 말까지 ‘러브레터’를 받고 있다. 포스코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해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사외이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만 하다보니 외풍에 기업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며 “사외이사부터 낙하산을 배제해야 기업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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