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은 북한 시장경제의 발아...공식적으로 400여개 존재 실제로는 750여개 추산

[CEONEWS=김충식 기자] 북한의 경제구조 변화, 시장경제화 변화 중심에는 장마당이 있다. 공식 집계한 북한 장마당은 400여개지만 비 정기적으로 열리는 길거리장, 골목장을 포함하면 750여개로 추산된다.

함경북도 청진의 수남시장은 매대 수가 1.2만개가 넘고, 평안남도 한 도시의 장마당에는 2킬로미터에 이르는 매대도 있다. 북한 주민 대부분 식재료와 다른 생필품들을 구매하기 위해장마당을 이용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장마당 본격적인 시작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현재 완전 허용, 국가 재정 확보 수단

장마당 본격적인 시작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로 본다. 국가배급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먹고 살기 위해 주민들이 만든 것이 바로 장마당이다. 2003년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장마당을 공식 인정했지만, 시장경제 침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여러 차례 통제정책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화폐개혁이었다.

2009년 11월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하되, 세대당 10만원으로 교환 금액을 제한하는 화폐개혁안을 기습 발표했다. 10만원 이상의 구권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는 의미였다.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현물 사재기로 물가는 폭등했다. 결국, 북한 정부는 시장 억제 정책을 철회했고, 심지어 김정일 사망 후 애도 기간에도 장마당은 문을 열었다.

현재는 완전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에 관리소 설치,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받는 형식으로 국가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공식 경제가 오히려 장마당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장마당 주 결제수단은 위안화와 달러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북한 화폐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과 가까운 국경지역의 장마당에서는 북한 상인 대부분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면서 공용화폐처럼 사용하고 있다. ‘장마당 경제는 중국 위안 화로, 국영경제는 북한화폐로 분리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의 경제의 10% 수준인 20억 달러 가량의 외국화폐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중 50%는 달러화, 40%는 위안화, 10%는 유로화로 추정된다(SERI 보고서).

[북한에서 주민들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화폐는 달러와 위안화이다.]

장마당 시장 규모는 북한 GDP의 20~30% 규모로 추정

장마당 시장 규모는 북한 GDP의 20~30%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북한 가구가 벌어들인 수입의 63%가 장마당을 포함한 시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또한 북한 가구들은 식량의 60%와 소비재의 67%를 장마당에서 구입한다. 2013~2015년 탈북자들의 경우, 시장경제 부문에서 얻는 비공식 수입이 계획경제 부문 공식 수입의 20배에 달했다(서울대 김병연 교수).

3) 북한의 신흥자본계급 ‘돈주’와 ‘New North Korean’
북한 대규모 사업/개발에 돈주 자본 투자, 권력층의 일원이거나 결탁,
북한 경제성장이 권력층 견고히, 지난 4~5년 동안 북한 경제회복에 기여

북한의 시장경제화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돈주’다. ‘돈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사업이나 개발에는 돈주들의 자본이 투자된다. 돈주의 유형은 여러가지다. 서비스 산업 운영에서, 최근에는 부동산과 사금융에도 진출했다.

국영식당의 명의를 빌려서 경영하기도 하고, 물류나 사람을 수송하는 버스나 화물차인 '써비차'를 운영하고 있다. 광산을 비롯한 국영무역회사를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국영회사를 운영하는 돈주들은 국영회사의 이름을 빌렸을 뿐 개인 사업자나 다름없다. 정부에 정해진 금액만 내면 얼마를 벌든 나머지 이윤은 모두 돈주의 몫이다.

지난 4~5년 동안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그 중요한 사회세력이 바로 돈주들이다. 이들 돈주들은 권력층의 일원이거나 국가와 결탁해 있는 경우 많기 때문에 북한 경제성장이 권력층을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단둥 신도시 고급 아파트에 북한 신흥 부유층들이 많이 살고 있다. 단둥 미국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 전교생의 14%가 북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현재 돈주들 최고 투자처는 부동산, 정부 묵인 '부동산 시장' 자리매김,
아파트의 80% 민간회사 의해 건설, 이 가운데 1/3 사설시장 판매

현재 북한 돈주들의 최고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1980년대 전후 북한 베이비붐 세대 결혼 적령기 달하면서 주택 부족이 극에 달했다가 고난의 행군 시기 1990년 중반을 넘기면서 주택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됐다. 2000년대 돈주들이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기 원하면서 주택 매매가 활발해졌고, 주택 소유권은 국가에 있지만, '국가주택 이용 허가증', 일명 '입사증'을 국가로부터 발급 받는데, 이게 등기부등본처럼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개발업도 한창이다. 원칙적으로 북한에서는 정부가 주택 건설을 계획·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주택 건설에 필요한 철근·콘크리트 등 자재를 조달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돈주가 나선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100채를 지어 그 중 50채 정도를 국가에 헌납하는 대신 나머지 물량에 대해 분양을 허용해달라는 조건이다. 법률상 주택은 국가 소유지만, ‘입사증’ 시세가 형성될 정도로 사실상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정부 묵인하는 '부동산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이다. 현재 북한 아파트의 80%가 민간회사에 의해 건설되고 있고, 이 가운데 1/3이 사설시장에 되팔리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중개업과 같은 ‘주택 거간’이 등장했는데, 거래가의 10% 수수료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북한의 아파트]

시장경제 주역, 돈주 상당수가 여성
북한 시장경제 인구 70~80%가 여성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에서 이러한 시장경제의 주역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고난의 행군, 대기근 시기 남성들은 공장과 농장의 생산이 중단되고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매일 직장에 출근해야 했다. 때문에 가족 생계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성들이 책임져야 했다. 텃밭을 일구고 소유한 것을 팔아 식량을 산 것은 여성이었으며, 중국 국경을 넘어 구한 물건을 장마당에서 팔고 돈을 빌려 작은 식당과 공장을 연 것도 여성이었다. 돈주 상당수가 여성이고, 여성이 북한 경제(시장경제) 인구의 70~80%를 차지한다.

‘New North Korean 세대’ 10년 후 북한 주민 절반 차지,
사유 개념 확산, 시장경제 확대 촉발 가능성

아울러, 향후 북한 경제를 전망할 때, 10년 후 북한 주민의 절반을 차지할 '뉴 노스 코리안(New North Korean) 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경제관념이 생겨나고 '내 것'이라는 사유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장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향후 북한 시장경제 확대를 촉발시킬 수 있다.

2015년 기준 현재 29세 이하 장마당 세대가 북한 전체 인구의 44%다. 10년 후 이들 인구 비중이 절반을 넘길 것이다. 북한 청년들의 꿈도 달라지고 있다. 당 간부가 되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 대신 평양건축종합대학이 뜨고 있다고 한다. 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대외 건설 사업소에 취직해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임금을 받고 수입의 100%를 개인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북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북중간 무역의 거점도시 단둥(인구 1,000만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북한인 입국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노동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이 버는 외화는 연간 2~4억 달러로 추정된다.

단둥 당국에게 북한은 횡재다. 중국과 북한 교역의 절반(원료/건설자재/시멘트 등)이 이 도시와 북한을 잇는 다리 ‘우의교’를 지난다. 6개월~2년짜리 노동비자를 얻어 거주하는 북한인이 운영하는 십여 개의 식당, 카페 등이 있으며, 북한인 취업중개소들은 지역 방직공장 등에 노동력을 공급한다.

구분

내용

비고

정의

돈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신흥자본가 계층을 지칭

 

출신

장마당에서 화폐자산가로 성장한 일반주민

특권을 이용해 자산을 축적한 간부 및 간부 부인

외화벌이 일꾼

재일동포, 화교

 

사업영역

1990년대 : 환전, 고리대금업

2000년대 : 실물경제 투자

ex) 평양 아파트건설, 사금융(예금, 자금이체, 송금, 담보대출 등), 민간 택시, 버스, 주유소 사업, 제조업(임노동 시장 형성), 무역

주유소 : 전액 외화 거래

무역업 : 국가기관 독점 사업이었으나, 돈주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영 무역회사를 사실상 좌지우지, 휴대폰/시외버스망 사업을 병행하며 수입품 판매 수단으로 이용

특징

높은 여성 비중

최근 부동산 개발사업 선호

‘고난의 행군’ 시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성들의 경제활동 대두

‘건설 명시(평양 아파트 건설 허가증)’가 일종의 분양권처럼 거래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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