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협업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

[CEONEWS=이재훈 기자]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노동시장의 격변과 일자리 감소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 노동직은 대체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여전히 인간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그 영역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공지능 AI로 대두되는 4차산업혁명은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육을 AI가 대체할 순 없다. 사람의 감성적 기능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체될 직업세계,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게될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국 NBC 지미 팰런 쇼에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 인공지능 로봇의 일자리 대체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경제, 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격변과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것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새로운 노동력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지능적인 기계들이 개발되고,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 왔다. 이미 자동차 공장에는 인간보다 기계와 로봇이 많다. 생산성의 효율화가 이루어지면서, 기술은 고비용의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 기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보고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WEF, 2016)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상당수의 직업이 사라지고, 없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전망했다.

각국의 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반 사무직을 중심으로 제조, 예술, 미디어 분야 등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컴퓨터, 수학, 건축 관련 일자리는 20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 결과적으로 500만 개 일자리가 2020년까지 없어진다고 보았다.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3D프린팅, 드론 등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BBC는 지능기계가 빼앗아 갈 인간의 직업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첫째, 택시기사. ‘별도’의 사람을 차에 태울 필요가 없어져 택시비가 파격적으로 저렴해질 것이다.

둘째, 기자. 이미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이 읽고자 원하는 기사들을 파악해서 대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미 미국의 포브스(Forbes)나 AP통신은 일부 기사를 로봇이 작성한 바 있다. 내러티브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제공하는 ‘퀼(Quill)’이라는 소프트웨어는 데이터를 수집해 인간의 언어로 바꾸어 써주는 기능을 한다.

셋째, 의사. 친절하고 유능한 로봇과 컴퓨터 의사들이 진단, 처방, 수술뿐 아니라 조언과 위로까지 해 준다. 그런데도 이들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인간 의사에게 내야 하는 진료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이미 미국의 수십 개 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영국의 가이즈앤드세인트토머스병원(Guy’s and St. Thomas Hospital)에서는 로봇이 의사들을 보조하며 수술에 참여하고 있다.

넷째, 칵테일 웨이터. ‘로열캐리비언(Royal Caribbean)’ 회사가 운영하는 크루즈 여객선에는 ‘메이커셰이커(Makr Shakr)’라는 이름의 로봇 바가 있다. 여기에서는 수년 전 MIT에서 개발된 기계가 칵테일을 만드는데 단지 정해진 메뉴의 칵테일뿐 아니라 독자적인 칵테일을 개발해 승객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시장 전문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인공지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면 10년 안에 전체 직업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은 특히 단순 서비스 종사자, 단순 영업 판매, 단순 사무 종사자, 단순 생산직, 운반직 등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업무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다.

IBM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짧은 순간에 읽어 내고 그중 상호 관계가 있는 것을 통해 답을 추론한다. 이런 기술은 수많은 임상시험이나 연구 성과를 판독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해야 하는 의료산업, 특정 고객의 금융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 상황도 읽어 내야 하는 금융업, 다양한 문의가 폭주하는 고객 서비스 콜센터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

인공지능은 감성, 지식 노동이 주를 이루는 판매직, 단순 사무직, 서비스직, 전문직, 연구직, 관리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연구직, 관리직, 전문직은 그동안 자동화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이므로 충격이 더 크다. 이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과, 기계-인간 협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도 있다. 새로운 도구의 활용으로 일자리 구조가 변화하며,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는 “인간은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해 왔지만 그것을 이겨냈다. 인공지능은 사람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업무를 돕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로운 일자리 수요

그러면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의 변화는 어떨까? 인간은 기계의 등장으로 그전까지의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고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그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분야가 일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는 오히려 사람이 부족하다고 한다.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이용자들도 정보를 검색할 뿐 아니라 그 정보를 이용해 의사 결정을 하고 나아가 예측한다. 그러한 데이터세트(dataset)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마케팅은 물론이고 기업의 중요한 전략 결정이나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일자리들이 새로 필요하다.

●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

오히려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가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 및 로봇의 협업이 해답일 수 있다. 인간과 깊게 소통하거나 인간의 감성과 관련된 분야는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않고 인간이 여전히 필요하며, 따라서 인간과의 협업이 강조된다고 본다. 협업을 잘하고 오히려 인공지능의 성과를 내는 기업과 전문가는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여전히 인간이 맡게 될 것이라며, 그 영역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영역으로는 화가, 조각가, 작가 등의 예술가와 초등학교 교사,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사 등을 꼽았다. 반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로는 콘크리트공, 정육원, 조세행정사무관, 손해사정인, 일반 의사 등으로 보았다.BBC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직업 중의 하나가 기자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기자 직종은 없어질 것인가? 한 현직 기자는 이에 대해 기자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기자가 여전히 중요한 직종으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인공지능 로봇과 SNS로 무장한 아마추어 기자들 그리고 기자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신뢰 네트워크’에 있다고 보았다. 신뢰에 기반을 둔 취재와 분석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분석가’가 돼야 한다고 보았다.

인공지능 로봇도 기자의 행동 양식을 학습해서 분석을 해낼 역량이 있지만, 이미 프로그래밍된 것 이상을 창조해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 기자는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과 도전으로 사람들에게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 해독력(리터러시)을 높여야 한다고 보았다.

● 교육 혁신

결국 산업의 변화에 따라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성격이 바뀌고, 일자리 수요가 바뀌며,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따라서 인재 교육의 수요도 바뀌는 것이다. 특히 인력 양성, 즉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어 온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위주의 교육이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육으로 획득한 능력이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간단하게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서적 공감 능력, 동기 부여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이 뿌리 박혀 있어서 이를 혁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은 암기식 교육을 전면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국가의 개혁 과제에 노동 개혁과 교육 개혁이 빠지지 않고 포함되어 있다. 교육 개혁의 과제로는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추진, 사회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 일 · 학습 병행 확산, 지방교육재정 개혁 등 6개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일부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혁신하겠다는 강력한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인간의 노동, 일자리,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미래에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겨 일하지 않고 무력화되면 결국 신체만을 가진 인간의 삶은 죽는 것이 된다.

벌써부터 일부 국가에서는 일하지 않는 인간에게도 기본 임금을 주는 정책의 도입을 논의하며,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시안적이며 오히려 인간이 황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인간이 지구의 주도권을 잃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을 혁신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은 인간의 미래를 위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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