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부처와 감독기관의 분리 주장한 소신파

금융위원회가 4일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제청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금감원 수장'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금감원 첫 수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하나금융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6개월 만에 낙마했고, 두 번째 원장인 김기식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임기 말 '셀프 후원금' 논란으로 취임 2주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윤석헌 내정자는 금융개혁에 앞서 잇따른 수장 낙마로 사기가 떨어져 있는 금감원을 안정시키는것이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세운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의 골자를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윤 내정자가 할 '금융감독기구 개편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금융정책 부처와 감독기관의 분리를 주장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감원의 감독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금융당국은 큰 틀에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감독 당국은 자율성을 갖고 금융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제재를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게 윤 내정자의 소신이다. 윤 내정자는 지난 2013년 고동원 성균관대 법대 교수, 양채열 전남대 경영과학 교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등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개편 :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민간 금융회사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문제도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 내정자는 금융혁신위원장 시절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들과 친한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는 '참호구축'이라는 표현도 윤 내정자의 이론적 토대에서 나왔다.

윤 내정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내정자는 금융권 채용 비리, 삼성증권 유령주식 문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 적지 않은 현안들도 처리해야 한다. 최근 금감원은 신한금융 등의 채용 비리 문제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문제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윤 내정자는 대표적인 개혁성향 금융경제학자로, 평소 금감원과 금융산업 혁신을 주장해 왔던 만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만한 성품과 인격은 물론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이다.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윤 내정자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른바 ‘장하성 라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 요직에 오른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전 금감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장하성 실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고려대 핵심 라인으로 꼽힌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하나금융 회장 재직 시절인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2012년 하나금융 사장을 역임했다. 또 이동걸 회장은 장하성 실장과 경기고 동문,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장 실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윤 내정자 역시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그간 야권에서는 장 실장이 학교 동문과 참여연대 출신들을 중용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는 특정 라인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주요 프로필

▲1948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한국은행 연구위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림대 경영대 교수 ▲한국재무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HK 저축은행 사외이사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 ▲KB국민카드 사외이사 ▲ING생명 사외이사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금융행정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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