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에 대한 자구책...한국, 과연 희생물일까?

[CEONEWS 김충식 기자]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언론은 이를 연일보도하며 이른바 ‘먹튀’논란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모두 GM에 대해 실사를 실시하고 지원책을 강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와 관련되어 있는 기업의 자유경영에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 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두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따끔한 지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GM이 어떤 이유로 군산공장 패쇄를 결정했는지 알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한국GM 군산공장 패쇄는 한국GM 매각 및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show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볼 수 있다. 경영주 입장에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GM이 대우차 인수에 든 자금은 초기 투자금과 17년 이자를 합산하면 1조 1,900억원의 비용과 2009년 4,912억원의 유상증자, 그리고 그 동안의 이자를 더한 금액 7,318억원 가량이다. 다시말해 GM이 대우차 인수 후 한국GM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기까지 투자한 금액이 1조9,218억원이라는 얘기다.

만일 한국GM이 파산 결정을 내릴 경우 이 모든 비용은 손실로 잡힌다. 만일의 경우 한국GM이 파산할 경우 총5조3,218억원에 달하는 투입비용을 날리게 된다. 한국GM이 대우차 인수 후 2008년 파산보호신청을 할 정도로 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점을 감안하면 모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고 또 오랜시간 전 투입자금을 원금만 계산해 ‘먹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GM이 한국GM에서 가져간 금액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여론이 사실 관계에 기반하여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을 뿐, 사실에 근거해도 비난받을 부분이 분명히 존재 한다. 일단 본사 대출금에 대한 이자 지급이 6,320억원이고, R&D비용 지급액이 1조8,580억원, 여기에 2010년까지 매출 5%의 로열티 지급문제로 인해 약 2조원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는 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GM이 한국GM에서 그동안 회수한 금액이 4조500억원 정도이니 청산하면 5조3,218억원을 날리게 되는데, 결국 1조원 이상의 마이너스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1조원 이상의 매각대금을 받아야 겨우 본전치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쉽게 얘기하면 정치권에서 한국GM을 살리자고 하면 1조원 이상의 비용을 국민세금으로 퍼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패쇄를 결정했다.]

이번 군산공장 패쇄로 인해 직장을 잃는 노동자들은 최대 2,000여명이다. 한국GM은 이들에게 위로금으로 개인당 2억원씩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직장을 잃은 것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금액이지만, 기업의 경영사정 악화로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을 억지로 막을 경우 추후 채용에서 사람이 필요하더라도 해고를 못하는 것을 대비해 최소한을 뽑는 부작용이 나올수 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GM측은 2,000여명 중 1,300여명 가량은 명예퇴직으로 나머지 700여명은 부평과 창원에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협력업체 중 1/3에 달하는 협력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최근까지 공장가동률이 20%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미 관련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공장 폐쇄까지 가더라도 실제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패쇄비용 역시 GM본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한국GM이 위로금 지급으로 부채규모가 늘어나거나 하는 문제는 없다. 따라서 굳이 혈세를 투입해 억지로 살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군산경제를 살리자’는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감성적 표어로 혈세를 투입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여야 정치권 혈세 투입보다 일하기 좋은 기업환경 만드는데 힘써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이유를 보면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당연한 이치다. 부평공장은 연34만대 생산능력에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고, 창원공장은 21만대 생산능력에 15만대 생산으로 가동률 70%, 군산공장은 17만대 생산능력에 3만4,000대 생산으로 가동률 20%를 기록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가동률 20% 공장은 폐쇄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 보인다. 그리고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창원공장에서 생산하여 기업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다.

[한국GM 생산차 시장점유율]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혈세를 투입해 억지로 살리는 것보다는 기업들이 경영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슴 아픈 실직 사태를 줄이고, 또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그렇게 실직해도 재취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힘든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여 표를 얻은 후 언제그랬냐는 듯이 입 싹 닦는 정말 ‘먹튀’를 하지말라는 얘기다.

GM은 한국GM에서만 차별하여 군산공장을 패쇄한 것은 아니다. 이미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군산공장 패쇄를 결정한 것이며, 그 순서는 한국GM의 역할을 고려해 가장 나중에 진행된 부분이다. 이미 한국 시장보다 훨씬 유망한 인도에서 작년 판매중단을 결정했고, 시장이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유럽에서조차 철수하고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2013년, 2017년으로 한국 GM의 군산공장 패쇄보다 빠른 결정이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은 이미 투자 축소 내지 투자 철회 대상에 포함되었음”을 강조하며,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 철수'가 결정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바 있다. 앞으로 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에도 한국GM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전면 철수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가장 나중에 철수하는 것이기에 ‘홀대’ 또는 ‘먹튀’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한 대규모 생산시설 유지와 자율주행차, 전기차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한 빠른 사업전환을 전개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한국GM의 완전철수보다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어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차량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는 현대자동차의 기준이다. 그러나 연가동률 20%라는 한국GM 군산공장과 차이는 있을 수 있다)을 살펴보면 미국이 차량 1대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7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이어 러시아(16.2시간) 중국(17.7시간) 브라질(20.0시간)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차량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8시간으로 미국의 두 배에 육박했다.

[한국GM 부평, 창원, 군산 공장의 생산률]

이번에 GM이 전격 폐쇄한 GM 군산공장의 경우 HPU가 59.31시간으로 전체 중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GM의 대형 픽업트럭인 실버라도와 시에라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포트웨인 공장이 이보다 나은 24.04시간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런 직원들에게 한국GM은 연8,000만원의 고연봉을 지급했다.

글로벌 기업인 GM이 미국과 중국 등 자사 브랜드가 선전하는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기업 고유의 권한으로 한국정부가 개입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GM의 역할 축소 또한 15년간 GM이 한국GM의 현상유지 약속을 지켰으니 그 약속한 기한이 끝났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할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에도 한국GM의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한국GM의 3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한다는 부분을 막는 것인데, 상하이차는 과거 싸용차를 먹튀한 악명높은 기업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한국GM의 중소형 승용차 개발 능력이 통째로 넘어간 뒤 걸레짝이 되도록 단물을 빤다음 쌍용차처럼 다시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 반드시 막아야 할 부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GM의 매각가격은 1조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산업은행이 1조원을 출자해 구조조정 후 정상화한 다음 장기간 이를 경영할 역량이 있는 대기업에 재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그 외 GM이 집중하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관련 제도적 정비와 세제혜택을 통해 한국GM을 유지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한국GM의 손실 축소를 위한 여러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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