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감사의 대단한 힘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CEONEWS] 청년 실업률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국가적 과제로 직접 챙기겠다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다. 좋은 시도다. 그런데 취업률만 높인다고 청년들이 행복할까?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1년 이하의 신입사원들이 퇴사하는 비율은 27.7%,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32.5%다. 3명 중 1명은 다시 백수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불행하기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OJT 교육한다고, 신입이라고’ 열심히 공 들여 가르쳐 놨더니 갑자기 나가겠단다.

그들의 대표적인 퇴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유는 ‘인격 모독’이다. 소리를 지르고 사소한 트집을 잡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둘째 키워드는 ‘노동력 착취’다. 걸핏하면 야근과 초과노동을 요구하면서 ‘열정 페이’만 강요한다. 그도 아니면 최소한의 여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훨씬 압도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

예를 들어보자. 대학을 갓 졸업한 당신. 누군가 당신에게 쾌적한 사무실에서 하루 8시간만 일하면 연봉 3천만원을 준다고 치자. 다른 사람의 간섭도 없다. 여기까지는 뭐, 나름 괜찮은 조건 같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한쪽 귀퉁이에 놓인 의자를 시계바늘 방향의 다른 귀퉁이로 1분마다 한번씩 옮기는 작업이라면?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할지 모른다. 크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데 몇 시간 하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왜 이런 걸 해야 하는 거지?”

‘의자 옮기기’에서 어떤 의미도 못 발견한 당신, 과연 이 작업을 몇 달이나 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몇 일이나 버텨낼 수 있을까? 인간은 아무리 노동조건이나 환경이 좋아도, 거기에서 ‘의미’나 ‘보람’을 느낄 수 없다면 의욕이 생기기 어렵다. 많은 행동경제학자들이 이를 증명했고, 이제 누군가의 열정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상대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상대가 ‘느끼도록’ 만드는데 공을 들인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동료들끼리 적극적으로 감사함과 존중을 표현한다. 단지 만족도를 높이고 호감을 얻는 차원이 아니다.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감사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IT부품 전문 중견기업인 네페스의 사례를 보자. 도입 당시 ‘생각만 하지 말고 소리 내어 감사하라. 지체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감사하라’를 행동지침으로 표방한 네페스는, ‘마법노트’라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직원들이 고마운 동료에게 감사편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이 앱은 지금도 1인당 하루 평균 3건 이상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데, 그 결과 감사경영 10년째인 2013년엔 퇴사율 0%라는 놀라운 성과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기업이 유독 눈길을 끄는 건 따로 있다. 감사를 표현하는 대상에 기계도 포함시켰다. 각종 생산설비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붙이고 소리 내서 외치데, 신기하게도 생산 설비 잔고장이 월 10건에서 1건으로 확 감소했고 이렇게 매달 약 1억5000만원의 손실이 줄었다고 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리더들이 의욕적인 출발을 위해 다양한 비전과 조직문화를 제시한다. 바램이 있다면 새로 도입하는 조직문화 프로그램이 경영 수단을 넘어 인간 존중의 철학을 포함했으면 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 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이러니 어떻게 서로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소엽 전문교수>

HSG 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KPC)

㈜인컴브로더 이사

마콜커뮤니케이션컨설팅 이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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