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 하회마을 명상요가와 만나다.- 안동 하회마을 명상요가와 만나다.

 

부용대 하회마을전경(사진=김관수 기자)
부용대 하회마을전경(사진=김관수 기자)

[CEONEWS=김관수 기자] 안동 하회마을에서 뜻밖의 힐링을 경험했다. 겨울잠에서 하나 둘 눈을 뜨는 생명의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내 몸속의 감각들도 함께 깨어났다. 하회마을과 명상요가의 심쿵한 동거. 여전히 팬데믹 상황을 겪고 있는 2021년의 우리를 위한 여행의 핑계로 전한다.

화천서원(사진=김관수 기자)
화천서원(사진=김관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빠져 허우적댄 시간도 이제 1년을 넘어섰다. 국내·외 취재를 다니던 일상은 무너졌고, 그 무너진 모습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매일 아침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설 명절 가족 간의 온정마저 지워버렸다. 영국왕립정신의학회(RCP) 에이드리언 제임스 회장은 팬데믹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정신건강 상의 충격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보통의 여행이 아닌 정신적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하던 그때, 하회에서 특별한 소식이 날아왔다.

옥연정사(사진=김관수 기자)
옥연정사(사진=김관수 기자)

안동 하회마을에서 명상요가?”

20107월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하회마을은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양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교’, ‘성리학’, ‘보수등 하회마을의 보편적 이미지들이 국제사회에서 그 우수성을 제대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런 하회마을에서 인도인 구루와 함께 12일 동안 명상요가를 주제로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은 의외의 소식이었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내 맘 속의 코로나도 이겨낼 수 있을까?”

 

공존을 배우는 12일 여행

봄기운이 코끝에 닿을락 말락 하던 늦은 2월의 금요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취하고 소규모로 그룹을 나누어 사회적거리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은 시작됐다. 명상이나 요가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명알못’, ‘요알못이기에 마스크를 쓴 얼굴 뒤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화천서원(사진=김관수 기자)
화천서원(사진=김관수 기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애 류성룡 선생의 형님이자 당 시대의 대학자로 추앙받는 겸암 류운룡 선생 등을 모시고 있는 화천서원의 지산루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누각 너머 낙동강과 함께 펼쳐진 강 건너의 겨울 하회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부터 서둘렀던 마음을 달래고, 오랜만에 만난 하회의 체취를 느꼈다. 잠시 눈을 감으면, 시간은 무의식적으로 가본 적 없는 먼 과거를 향해 흘러갔다.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사색을 즐겼을 옛 선비들의 날들을 상상하며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있을 평정심을 들여다보려 했다. 공간에 의해 의식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90분간의 물리적 시간 속에 화천서원이 기억하는 수백 년을 드문드문 돌아본 듯 했다. 명상의 힘을 빌려 자연 그리고 하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통로를 연 기분이었다.

부용대로 올랐다. 하회마을이 그 모습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곳. 하회마을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첫 번째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물이 돌아나가는 하회(河回)’의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한반도 최고 명당의 기운을 받아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부용대에서 마을에 대한 소개에도 귀 기울였다. 처음 듣는 옛 이야기들 속에 찾아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고, 점점 여행 속으로 깊이 빠져들면서 낯설고 어색한 느낌도 빠르게 잊혀져갔다.

걷기명상(사진=김관수 기자)
걷기명상(사진=김관수 기자)

오솔길을 따라 겸암 선생이 머물던 겸암정사에 다녀올 때도, 다시 화천서원으로 내려가서 서애 선생이 징비록을 쓰던 옥연정사에 다녀오는 것도, 그리고 하회마을 안으로 돌아와 만송정 숲속에서 솔내음을 맡는 것도 모두 같은 하나의 명상이 되었다. 함께 참여한 명상요가 전문가들은 어디에서든 그들만의 시간을 즐겼다. 오솔길 위에서도, 자리를 펴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도, 마음에 드는 나무를 품에 앉은 순간에도. 어느 자리에서든 그들과 하회는 그럴듯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하회마을의 선한 기운이 명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오묘함은 하회마을이기에 가능한 걸까?

오후 6, 관광객들이 돌아간 하회마을에 남는 것은 늘 짙은 어둠뿐이다. 놀랍도록 차분해지는 어둠의 시간에도 명상 여행은 계속됐고, 그 여행 속에 들어간 이들의 모습을 관심 깊게 지켜봤다. 각자 촛불을 켜고 앉은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있던 시간 동안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에 닿았을까? 아마도 그 답은 마을야행을 하며 삼신당에서 적은 소원지와 각자 문양을 선택하고 색을 칠한 만다라 속에 담겨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구루는 그날 밤 만다라를 통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늦은 밤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더욱 좁혀진 것 같았다.

만다라(사진=김관수 기자)
만다라(사진=김관수 기자)
촛불명상(사진=김관수 기자)
촛불명상(사진=김관수 기자)

이른 새벽 병산서원에는 어둠과 추위가 걷히지 않았지만, 이곳에 모인 여행자들의 얼굴에서는 이미 멀리 떠나간 모습이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옛 한옥에서의 잠자리가 낯설었을 만도 한데, 명상요가 동작을 취하며 새로운 하루를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불편한 곳 없이 가벼워 보인다.

그런 열띤 모습 때문인지 내 마음속에 아쉬움이 하나 생겼다. 병산 앞 낙동강 위로 아침 물안개가 피어올랐다면 어땠을까?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장면이 연출됐을 것이다. 여러 유명 해외 여행지의 고급 리조트 등에서 진행하는 아침명상 프로그램이 전혀 부럽지 않을 만큼. 아침 병산에 모여 명상을 즐기는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보이는 것 같다.

병산서원(사진=김관수 기자)
병산서원(사진=김관수 기자)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감상하며 산길을 걸어 왕래할 수 있다. 4km, 보통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좋은 길이지만,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길을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데, 마침 이번 명상요가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향해 걷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 가치는 무척이나 높아진다. 그리 생각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길이지만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거의 모르고,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때문에 꼭꼭 숨겨둔 보석을 조심스레 만져보듯 그렇게 이 길을 걷을 수 있다. 그저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나타나는 비경을 감상하고,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공기를 몸 안으로 공급하고, 잠시 쉬어가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몇 번 다녀갔던 길이지만 새로운 여행의 발견에 감탄하고 감사하고 있었다. ‘명상요가 프로그램을 통해 걷는 여행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마을야행(사진=김관수 기자)
마을야행(사진=김관수 기자)

지난 밤 각자 색칠한 만다라를 통해 구루와 개별상담을 하는 것으로 12일의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명상요가라는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하회마을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남겨진 여행이 됐다.

하회마을이 8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존과 상생의 정신이 아닐까. 하늘이 내린 땅의 영험함도 있지만, 긴 세월의 굴곡을 버티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조상들의 참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는 유교성리학을 얘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선비정신이 하회마을에 지금껏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회마을과 명상요가의 만남,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명상요가라는 글로벌 콘텐츠의 만남. 이들 만남이 낳은 새로운 가르침을 통해 2021년을 또 다시 버티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구루 라제쉬(사진=김관수 기자)
구루 라제쉬(사진=김관수 기자)

Info. 리탄베시 코리아 구루 라제쉬

명상요가 여행 프로그램을 이끄는 인도인 구루 라제쉬는 Mathil 브라만으로 국내 최초로 안따랑가 요가(Antaranga Yoga)를 소개하였고, 50여 가지 기법의 훈련을 통하여 건강한 내면과 인격의 조화를 이루는 초의식(Supereme Consciouness)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국내에서는 원광디지털대학 요가명상학과 교수로 7년여를 재직하며, 한국인에게 적합한 명상법을 연구 및 보급 하였다. 리탄베시 코리아는 구루 라제쉬가 운영하는 인도 바라나시에 위치한 리탄베시 아슈람의 한국 지점으로, 하회마을과 김천 등 국내 명상요가 명소를 개발하여 여행을 통해 명상요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명상요가 여행 문의

트래블에브리띵스 travel.everything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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