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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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 엄금희 논설주간
  • 승인 2020.10.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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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사는 세상 경제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부채로 가득한 한국 경제와 가계를 바라본다. 청림출판사에서 나온 한배선의 '빚 경제학'을 읽으며 코로나19 이후 국가와 기업, 가정, 개인 모두 빚에 매몰되는 위기를 바라본다.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약효 없는 경제 처방을 언제까지 바라보아야 하나? 빚 경제학을 읽으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을 처방해서 부작용 없이 병을 고쳐야 좋은 의사인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경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우리는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처방전을 받아 그에 맞는 특효약을 지었다. 처방전대로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은 나라들의 경제사정은 얼마간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또다시 들이닥친 위기에 전 세계 경제는 위기 이전보다 더욱 취약해졌다. 오히려 부채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잘못된 원인 진단과 효과 없는 경제 처방에 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세계 경제 위기에는 늘 과도한 부채가 문제였음에도 이를 문제의 본질로 인식하지 못한 채 무시해온 것이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금융의 힘을 빌려 시중에 돈을 풀고, 풀린 돈을 억지로 돌게 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는 임기응변식 대처를 해왔다. 

​세계 역사 속에서 발생했던 경제 위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873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증권시장 붕괴, 1929년 미국 대공황, 1989년 일본 버블 붕괴, 1997년 한국 외환위기,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2010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경제 위기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경제 위기 모두 공통점은 바로 빚이다. 

​부채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전 세계가 빚더미에 신음 중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위기는 187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수십 차례 반복되었고 위기의 원인과 파급경로도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를 줄곧 괴롭히는 위기에 대한 원인 진단은 늘 다양하고 복잡해 해결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만 해도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 부실과 탈규제, 시장만능주의의 오만함, 위험스러운 파생금융상품의 난무, 글로벌 불균형, 월가의 지나친 탐욕 등 다양한 진단이 경제학자들로부터 내려졌고 학자들은 이 원인을 시스템 위기, 유동성 위기, 거시경제 위기 등으로 구분해서 파악하려 할 뿐, 무엇부터 손질해야 하는지 마음이 분산되고 있다. 이제 경제 위기의 본질적인 문제를 빚으로 보고 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부채 관리에 실패하면 아무리 빠른 성장을 이룬다고 해도 불안한 번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성과 역시 사상누각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리핀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정부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 월드에 따르면 필리핀이 올해 1~9월 빌린 정부 부채는 약 2조 5600억 페소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72억 페소 보다 무려 179% 증가했다.

​또한 지난달에만 필리핀 정부 부채는 약 906억 페소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었고, 이중 자국 내에서 빌린 자금은 약 500억 페소로 내채 비율은 55%였다. 같은 기간 해외 기관 등 외국인 채권자로부터 차입한 자금은 약 405조 페소로 162% 증가했다. 재정적자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약 8790억 페소로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다. 

​필리핀의 정부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간 봉쇄 조치가 취해지며 사실상 경제활동이 마비된 탓에 조세수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지원책을 펼치는 등 정부 예산이 나갈 곳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말 기준 필리핀의 총 정부 부채는 약 9조 615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아주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 전체 정부 부채에서 내채 비율이 69.8%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올해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규모가 많지 않다면 갑자기 정부가 파산한다는 등 불안감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과 그리스는 지난 2018년 기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각각 234%, 182%로 전 세계에서 정부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꼽힌다. 

​다만 지난 2015년 디폴트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그리스와 달리 일본이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이는 그리스가 빌린 정부 부채는 외국인 채권자로부터 빌린 외채 비율이 높은 반면, 일본은 내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 채권자들은 그리스가 대표적인 기축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에 속해 있으니 그리스 경제의 펀더멘탈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돈을 빌려준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 비해 수출 경쟁력이 약한 그리스는 자국에게는 고평가된 유로화를 사용하다 보니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없었고, 제대로 갚을지도 알 수 없는 외채만 계속 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기업, 가계까지 하루하루를 빚으로 버티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석 달간 국내 기업과 가계의 은행 신규대출이 75조 4000억 원 급증했다. 증가폭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배 큰 규모다. 은행 돈을 안 쓰던 대기업들마저 21조 7000억 원을 빌렸다. 달러 빚도 동시에 늘었다.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의 외화부채인 대외 채무가 지난 1분기 167억 달러로 4.8% 증가했다.

​코로나가 불러온 급격한 경기 위축 속에 빚내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음을 새삼 확인한다. 실직과 무급휴직으로 가계가 손 벌릴 곳은 대출창구밖에 없다. 소상공인과 기업들도 매출 추락, 수출·수주 급감에다 자금시장 경색 조짐마저 보이자 앞다퉈 빚을 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등을 푸느라 재정적자가 벌써 작년의 두 배로 89조 4000억 원이다.

​빚으로 버티는 세상 경제는 자칫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는 가더라도 빚은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연 0.5%로 이자 부담이 다소 줄긴 하겠지만 이 때문에 부채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이미 국내총생산 GDP 대비 83%에 이르렀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국제결제은행 BIS도 경고한 바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각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벌어 갚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물론 한국은행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잘해야 -0.2%로 최악의 경우 -1.8%로 대폭 낮춘 상태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빚으로 GDP를 끌어올린다는 좋은 채무론 같은 해괴한 논리가 아니라, 기업과 가계가 빚에 함몰되지 않게 경제활동 의욕을 되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나랏빚을 내 퍼붓는 재정 지출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규제혁파와 병행해야 한다. 투자와 소비 진작을 도모하는 것 외에 한 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특히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지난해 국가재무제표상 국가부채가 사상 최대인 1682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무원연금 등과 관련된 연금 충당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900조 원을 넘어선 게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을 습관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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