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역적자와 일본 아베에게 전하는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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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일본이 한국의 무역적자국 1위 자리를 5년 연속 지켰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역풍 등으로 인해 적자액은 16년 만에 최저로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191억 6천3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한국의 무역대상국 중 가장 큰 적자 규모이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 181억 1천300만 달러, 3위는 호주 127억 1천600만 달러, 4위는 카타르 126억 8천300만 달러, 5위는 독일 112억 5천100만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무역적자국은 대부분 자원부국이거나 소재 강국이었다. 일본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의 무역적자국 1위를 유지했으나 적자액은 2003년 190억 3천700만 달러 이후 16년 만에 최저로 줄었다. 한국이 대일 수입액은 475억 7천500만 달러로 전년의 546억 400만 달러보다 12.9% 감소했다.

한국 전체 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10.2%에서 9.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 수출액은 305억 2천900만 달러에서 284억 1천200만 달러로 6.9% 줄었다. 다만 지난해 한국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5.2%로 소폭 늘었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는 일본의 수출규제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3개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탓에 국내 업계의 불안감이 상당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로 생산 차질로 이어진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일 간 무역 동향에서 한국보다는 일본이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입은 모양을 보며,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교수가 출간한 'A country is not a company'을 정독한다. 제2의 히틀러를 꿈꾸는 아베 신조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란 폴 크루그먼은 지금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해서 안 되는 이유들을 말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은 '착각'에 대해 5가지 사례를 들면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국가를 경영한다는 것은 국가의 급소를 잘 감싸고 팔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지, 싸움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싸움을 잘한다는 것은 턱을 맞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지, 난타전 끝에 상처뿐인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 아니다.

폴 크루그먼은 국가 경제는 특별한 전략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적인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 작동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기업은 '무조건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이익 너머의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하는 지도자가 빠지는 '5가지 착각'을 보자.

첫 번째 착각, 수출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대다수 기업가는 무역 확대가 일자리 창출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믿는다. 또 국가가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수출은 다른 나라의 수입이므로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수출품에서 얻은 달러는 한 국가 내수품이 다른 나라 수입품으로 전환돼 소비되는 각각의 달러와 일치한다는 논리에서다. 수출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지만, 한쪽에서는 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공장을 닫는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상무장관이 자국의 기업들을 위해 수십억 달러어치의 '빅 딜'을 따냈다고 해도 고용 인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다른 경제 분야에서 똑같은 수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착각, 외자 유치가 많아지면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 수백 개의 다국적 기업이 어떤 국가를 제조 현장으로 이상적인 곳이라고 결정하고, 새로운 공장이나 시설을 짓기 위해 연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기 시작했다면 과연 그 국가는 무역 흑자를 낼까? 대다수 기업가의 답은 '예스'다. 기업가들은 자신의 회사에 자금이 들어오면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많은 기업으로 확대 적용해 국가 경제 전반에 무역 흑자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다수 기업가들은 외자 유치를 선호한다.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자본금이 유입된다는 것은 자국 국민들이 해외에서 자산을 습득하는 것보다 외국인들이 그 나라 안에서 더 많은 자산을 습득하고 있다는 것으로, 따라서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나라는 필연적으로 무역 적자를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세 번째 착각, 기업가는 국가 경제의 '복잡성'을 극복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고용인을 가진 제너럴모터스보다 200배가 넘는 1억 2천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수학자의 말을 빌리면, 구성원 간 상호 작용은 사람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래서 미국 경제는 미국 내 가장 큰 기업보다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수만 배 더 복잡하다. 기업과 국가 경제 사이의 복잡성 차이로 보면 200 대 1이라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경제는 수천수만 개의 완전히 개별적인 분야의 기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한 나라의 국경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네 번째 착각, 기업 전략과 국가 경제의 운영은 근본적으로 같다?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 해도 개방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국가 경제 운영은 대체로 폐쇄형 시스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주민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민간 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국가는 쓰레기를 제3국으로 보내지 않는 한 어느 곳에 쓰레기 묻어야 할지를 반드시 결정해야만 한다. 따라서 그는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데 적용하는 일반 원칙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적용되는 것과는 다르다. 우선 인사관리와 노동법은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기업의 재정관리와 통화 정책 역시 다르다. 기업 회계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는 기업가가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측정하고 다른 개념을 사용하는 국민소득계정을 제대로 읽어내기는 어렵다. 최고경영자에게는 환율, 물가 등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운영자는 전체 자본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다섯 번째 착각, 대통령은 기업가에게 조언을 받아야 한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불가피하게 많은 문제들, 특히 돈이 결부된 문제들에 대해 기업인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때 대통령은 조언을 구해야 할 것과 구해서는 안 될 것을 구별하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기업가라도 국가 경제에 대해 조언할 때, 조언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은 케인스의 예를 들고 있다. 1930년 세계가 대공황으로 접어들 때, 케인스는 경제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대규모 통화 팽창 정책을 요구했다. 그는 금본위제에 집착하던 은행가들의 조언이나 혹은 생산량을 제한함으로써 가격을 올리기를 원했던 제조업자들의 조언이 아니라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호소했다. 폴 크루그먼은 만약 당시 대통령이 케인스의 조언을 따랐더라면, 최악의 불황이 가져온 참극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폴 크루그먼은 대통령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말한다. "한 국가는 일개의 거대한 기업과는 다르다. 뛰어난 기업가가 되는 기질은 뛰어난 경제 분석가가 되는 기질과는 다르다. 아무리 큰 기업을 운영하더라도 비즈니스에서 얻은 경험은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전체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작은 규모이며 아주 좁은 한 분야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알겠냐! 아베 신조야!

엄금희 논설주간 hankookceo@ceo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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