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I)] 2020 세대교체의 신호탄, 젊은 피로 갈아탄 주요그룹 임원인사
상태바
[SPECIAL REPORT (I)] 2020 세대교체의 신호탄, 젊은 피로 갈아탄 주요그룹 임원인사
  • 장용준 기자
  • 승인 2019.12.29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EONEWS=장용준 기자] 지난 2019년 국내 재계는 주요 그룹 수뇌부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지속되는 내수 경기 침체,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세대교체로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과 모빌리티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화두에 적합한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리고 지난 연말 주요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2020년의 밑그림을 그렸다. ‘시사오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의 재벌 4세 경영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3세 경영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새로 지정해 재계 3·4세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이후 이루어진 행보다. 당시 공정위가 대기업 규제를 적용하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진단으로 지정, 통보한 기업집단은 총 34개. 이중 총수가 오너일가 2·3·4세인 곳은 24개로 전체의 70%를 넘는다.

또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사실상 총수 권한을 행사하는 3·4세 경영인들도 여럿 있다. 재벌 3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연초 그룹 시무식을 부친 정몽구 회장 대신 최초로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지난 3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도 지난 1월 회장으로 승진해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세대교체를 통해 총수로 자리매김한 젊은 경영인들은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파격적이었던 LG그룹의 임원인사

LG그룹은 당초 예상보다 더 파격적이고 더 젊은 2020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LG그룹은 신규 임원 106명을 선임했는데,  LG생활건강 심미진 상무(1985년생), 임이란 상무(1981년생), LG전자 김수현 수석전문위원(1980년생) 등 30대 젊은 여성 임원들의 도약이 눈에 띄었다. '고졸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하고 그 자리를 50대 권봉석 사장이 채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광모 회장이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인사를 통해 미래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젊은 CEO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모양새다.

 

부자간 세대교체 알린 GS그룹 임원인사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용퇴하는 대신 그의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을 새로운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와 함께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을 GS건설 신사업부문대표 사장으로 선임했다. 아버지의 퇴장과 아들의 전면 등장은 GS그룹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다.

실적 부진으로 분위기 쇄신 나선 두산그룹의 임원인사

최근 주력 계열사들의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속앓이를 했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연말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두산그룹은 지난 19일 두산중공업 신임 COO(운영총괄) 사장에 정영인 관리부문장 부사장을 승진 선임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COO 자리는 지난해 3월 정지택 전 부회장(1950년생)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이후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정영인 신임 COO는 50대(1963년생) 엔지니어 출신 기업인이다.

 

바람 잘 날 없는 한진그룹의 임원인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모색했다. 부친인 故 조양호 회장이 중용했던 194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퇴진하고 1960년대생 임원들이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의 복심이라 불리는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조원태 회장은 사장 이하 임원 직위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하는 등 임원 규모를 대거 축소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한진은 지난해부터 강성부펀드인 KCGI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아와 지배구조가 휘청거렸다. 좋지 못한 이미지에 여론마저 등을 돌린 가운데 조양호 전 회장이 올해 4월 미국에서 폐질환으로 타개했다.

조직개편에 앞서 조 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예고했으며 대한항공 중심의 사업방향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친정체제 구축 이전에 남매간 지분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남매의 난이 발발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현대차그룹 임원인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 초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모빌리티 사업 확장과 자율주행차에 집중 투자를 결정하는 등 현대차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는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의 퇴임이 결정됐다. 우 부회장은 2010년부터 현대제철 대표를 역임하는 등 정몽구 라인의 대표인사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를 고려했을 때 내년에는 정 수석부회장의 색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고민은 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개편안을 내놨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실패했다. 지배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계획대로 이행되는 것이 중요한 데 내년에 다시 개편작업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너 3세 체제로의 징검다리 한화그룹 임원인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구도가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화는 여전히 김 회장 체제가 유지되며 장기적으로는 3남 체제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인 방산·태양광 부문은 김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승진인사가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 부문은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맡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핀테크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화생명 지분 30만주를 취득했다.

건설·유통사업은 셋째인 김동선씨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점이 변수다. 다만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한화S&C가 지난해 인적분할 돼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거래 잡음 이슈를 일부나마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의 세대교체 바람에 대한 부정적 시각

일각에서는 재계의 세대교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본권력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있다. 일반인들과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공고한 재벌 오너 일가는 고속승진에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세습경영을 고착시켜 부의 대물림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은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하고 불과 4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으며, 이듬해 바로 전무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4년 만에 부사장 직을 수행하게 됐다. 허윤홍 GS건설 사장도 2013년 상무, 2015년 전무, 2019년 부사장, 이번에 사장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오너일가의 전형적인 초고속 승진길을 밟았다.

또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경우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외출장을 이유로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은 데다, 실적 부진까지 겹쳤음에도 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라면 진작 해임됐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세습경영에 대한 비판여론은 최근 사회 분위기 변화와 맞물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에는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 오너일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원 판단으로 속속 풀려나 부정적 여론이 더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현장에서 변종대마 등 마약이 적발됐음에도 입건 후 구속조치 등 봐주기 수사에 결국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나 논란이 됐다. 현재 CJ그룹은 이선호 부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남양유업 외손녀인 황하나씨는 필로폰 투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과거가 있음에도 1심과 2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고, SK그룹 3세 최영근씨와 현대가 3세 정현선씨도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애경개발 대표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사건이 터지자 애경개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일가들의 갑질 사건, 올해 버닝썬 사건과 재벌 오너가들의 마약 이슈 등으로 재벌들에 대한 국민여론이 최악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세습경영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 경영권 세습 사례 자체가 드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소수의 재벌 오너일가들이 대기업을 거느리는 데다, 선진국과는 달리 세습 경영인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적인 감시나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여서 더 비판여론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 기업의 현주소

지난 11월 한겨레신문은 “1998년 9월 40대가 되기 전에 그룹을 물려받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몇년 전만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중 막내였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주요 그룹 총수들이 바뀌면서 그는 10대 그룹 총수의 평균 나이를 끌어올리는 존재가 됐다”고 보도했다.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등을 종합하면,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LG)·롯데·한화·지에스(GS)·현대중공업·신세계·한진 등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총수의 평균 나이는 63.2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동일인’ 기준이다. 

공정위는 실질적인 경영 영향력과 소유 지분 등을 검토해 매년 동일인을 지정한다. 2017년 10대 그룹 총수의 평균 나이는 73살이었다. 두 해 만에 총수 평균 나이가 10년여 젊어진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끄는 경영인을 중심으로 계산하면 10대 그룹 실질총수의 평균 나이는 59.1살로 내려간다. 

10대 그룹 총수들의 평균 나이가 10년여 젊어진 데는 기존 총수의 건강 등의 이유가 크다. 여기에 최근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좀 더 젊은 경영자가 이끌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포함된다. 하지만 일부 젊은 총수들이 공정거래법상 명실상부한 총수인 ‘동일인’의 지위에 오르려면 ‘지분 승계’와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인 변경을 한 삼성과 롯데 사례는 예외적인 결정이었다. 전임 동일인의 건강상 이유를 깊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총수가 건강상 이유 없이 경영권을 넘겨준 사례도 다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대표적이고, 허태수 회장도 비슷한 경우다. 정몽구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은 물론 ‘동일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 전반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진두지휘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 역시 동일인 자격은 유지되지만 경영은 허태수 회장이 맡는다. 

이런 사례는 비교적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관련이 깊다. 이날 퇴임한 허창수 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며 ‘새로운 리더’의 덕목으로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꼽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일부 젊은 총수들이 법적인 총수, 즉 동일인의 지위에 오르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지분 승계 과정이 험난할 가능성이 커서다. 

‘세대교체’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한화·신세계·현대중공업의 속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승계 뒤에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법·편법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다. 2010년대 초반부터 승계를 모색해온 삼성이 딱 들어맞는다. 

한진 조원태 회장 또한 안정적인 그룹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언제든 형제간 다툼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 

정창훈 공정위 과장은 “삼성·롯데 등 예외 사례를 빼면 지분 승계가 마무리되어야만 동일인 자격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난맥상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 재벌 체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웃나라 일본이 겪었던 재벌해체의 역사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재벌 체제를 유지했던 일본의 사례는 어떨까. 2019년 8월에 어문학사에서 출간한 강철구 저자의 ‘일본 경제 고민없이 읽기’에 따르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재벌 해체라는 거대한 명제를 실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미 군정하의 일이었다. 

당시 해운업과 관련 산업의 다각화를 통해 성장한 미츠비시(三菱), 직물과 금융 산업으로 성장한 미츠이(三井), 동 제련과 광업으로 부를 축적한 스미토모(住友). 일본에서 최초로 통합된 재벌의 모습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이들 재벌은 전전(戰前) 일본 자본주의의 생성 및 발전과 더불어 20세기 초반 국민경제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전후, GHQ의 ‘재벌 해체’ 시행으로 그들의 처지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일본의 ‘재벌 해체’는 GHQ(제2차 세계대전 후에 포츠담 선언에 기반하여 일본을 점령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설치한 연합국군 최고 사령관 총사령부)가 시행한 핵심적인 경제 민주화 개혁 중 하나이다. 그들이 ‘재벌 해체’를 시행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재벌이 전쟁수행의 주체가 되어 군국주의와 결탁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적극 협조하였기 때문에 향후 일본의 전쟁수행 능력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재벌을 해체해야한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전시 계획경제하에서 비합리적일 만큼 비대해진 재벌의 힘을 시정하기 위함이다. 당시 GHQ는 재벌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경제적으로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국내시장을 독점하는 제국주의적 충동을 부추긴 원흉이라고 판단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이를 아시아 침략과 관련지어 일본을 무장 해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당시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재벌을 해체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재벌 해체를 위한 최초의 조치는 당시 일본에서 4대 재벌로 꼽혔던 미츠이(三井), 미츠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에게 자발적인 해체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45년 11월 4대 재벌의 지주회사인 본사의 활동은 정지되었고, 1946년부터 지주회사를 해산하면서 유가증권은 지주회사정리위원회에 이양된 후 일반에게 매각하였다. 이는 지주회사로부터 소유주식을 양도받아 주식을 일반에게 공매하고, 족벌을 포함한 재벌 지배자를 관계기업에서 추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재벌동족지배력배제법(財閥同族支配力排除法)의 제정을 통해 훗날 재벌 관계자들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시키면서 이전과 같은 재벌기업군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동서냉전이 진전되는 가운데 미군에 의한 점령정책이 전환되면서 재벌 해체라는 본래의 목적은 그대로 실현되지 못한다. 실제로 해체된 지주회사는 소수에 불과했고, 분할대상으로 지정된 회사 역시 18사 정도에 머물렀다.
 
이렇듯 재벌 해체는 당초의 의도와 달리 철저히 시행되지 못하였지만, 일본식 자본주의 체질과 성격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공직 추방 후에 선임된 임원들이 대부분 젊은 중간 관리자층에서 발탁되면서 경영진의 세대교체와 함께 일본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는 특징을 보였고, 이러한 환경은 젊은 경영자들에게 자유롭고 신축적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아직 재벌 해체나 기업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