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포부에 공정위 제재 걸림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확정된 이후 언론의 관심은 온통 HDC현대산업개발에 집중됐다. 정몽규 회장의 모빌리티 그룹 포부가 때마침 흘러나온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나 본지는 파트너였던 미래에셋대우의 속내가 궁금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기자와의 유선 인터뷰에서도 “인수전은 재무적 투자로만 국한해서 봐 달라”고 선을 그었다. 뭔가 꿈틀대고 있는데 실체는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러나 며칠 후부터 언론에서 미래에셋대우의 ‘관광보국’ 플랜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CEONEWS=장용준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나왔을 때, 너무 큰 덩치와 악화된 재무제표, 언제 추가될지 모를 우발채무로 인해 쉽사리 참전하는 기업들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가진다고 했을 때, 미래에셋과 손잡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흥행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금융투자로 도가 튼 미래에셋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음에도 HDC가 2조5000억 원 수준으로 인수가를 제안했다는 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재무적 투자만을 강조한 관계자의 말을 떠올려 봐도 오버페이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고 난 뒤 개선장군이 된 정몽규 HDC 회장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지나고 난 후부터 분석이 시작됐다. 숨은 조력자를 자처했던 미래에셋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늘어날수록 금융가에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주의 짙은 그림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주가 꿈꾸는 플랜

언론과 금융가의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2013년부터 호텔·관광업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호주 시즈니 포시즌스 호텔 인수와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골프장 투자,  2015년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 2016년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 등을 꾸준히 인수하면서 말이다.

지난 2017년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고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6성급 호텔과 쇼핑몰, 워터파크 등을 짓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글로벌 특급호텔 15곳을 7조원에 사들이는 통 큰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곧 HDC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전부터 아시아나항공에도 관심이 있었다는 짐작을 낳았다. 한 언론에서는 박현주 회장의 2013년 신년사에 주목했다. “중국시장을 수출시장에서 내수시장으로 인식해 관광 서비스산업을 국가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며,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국민 40%가 여권을 지닌 반면 중국 국민 가운데 여권을 가진 비중은 4%에 그친다”고 말한 것도 두 사람간의 교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주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교감

박현주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78학번이고, 정몽규 회장이 80학번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두 선후배는 2013년 미래에셋의 블루마운틴 골프장 공사를 현대산업개발이 맡으면서부터 2017년 두 회사가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를 거래한 것까지 사업적 인연을 꾸준히 이어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건 정 회장이지만 박 회장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M&A의 귀재와 포니 정의 아들은 그렇게 한 배를 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관광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가 두 그룹간의 거대 플랜의 일환이며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결국 오버페이라고 생각했던 2조5000억 원의 인수 제시액은 차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안정화를 이루어낼 HDC현대산업개발과 관광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미래에셋의 큰 그림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9조 원을 넘어서고 해외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최근 들어 투자 규모를 더욱 키우면서 미래에셋그룹 계열회사들을 동원하고 있다”며, “계열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가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 제재로 드리워진 암초

그런데 최근 박 회장에게 암초가 드리워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박 회장을 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사업이 삐걱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2018년 5월 국내 경영일선에서 손을 때고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식 직함은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 실제적으로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사업 실적이 오르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역시 그의 힘이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 세전순이익은 2017년 348억 원에서 2018년 845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누적 세전순이익 1239억 원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 수위에 따라 박 회장 역시 글로벌 사업의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상황을 두고 증권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놔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인 미래에셋대우로선 당분간 공격적으로 영업과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제재 여부와 수위가 어떤 수준에서 결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미래에셋그룹 계열회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에 수익을 몰아줬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판단의 근거로 공정위는 미래에셋컨설팅이 비상장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미래에셋그룹의 계열회사가 부동산펀드를 통해 투자자의 돈을 모아 개발한 호텔, 골프장 등을 임대해 관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박현주 회장 일가가 전체 지분의 91.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스모킹건이 됐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 법인을 고발하는 의견도 포함되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미래에셋그룹에 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컨설팅이 관리하는 골프장, 호텔사업 등이 2010년부터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박현주 회장 일가가 특혜를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아시아나를 타고 글로벌 경영으로 관광대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승승장구하며 거칠 것 없던 그의 앞에 드리워진 암초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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