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1988년, 필자가 기자 초년병일 때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취재하러 갔다가 유네스코 주선으로 일본 여행을 가려는 초등학교 6학년생들과 만났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일본 여행을 간다기에 순간적으로 일본에 대한 아이들의 감정이 궁금해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너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는 일본을 아주 싫어하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이들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어쨌든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더 잘사니 우리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13살이고, 37년이 지난 지금은 50살이 되었겠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중심 세대입니다. 일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여전히 변함없다면 지금 대한민국 중심 세력은 일본에 대해 나쁜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된 지 80년이 되는 지금, 우리가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일본이라면 치를 떨고, 무조건 적대시하던 앞선 세대처럼 ‘죽창가(竹槍歌)’나 부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8월호 잡지에 ‘적산기업(敵産企業)‘을 소개했습니다. 제목을 ‘대한민국 근대화의 뿌리 적산기업’이라고 뽑았습니다. 해방 무렵 남한에만 적산기업이 2,700개나 되었습니다. 그들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40여 개가 되고, 그 가운데는 재벌이 된 기업도 몇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유산이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초가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이러니입니다.
필자가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일본놈들이 만든 다리는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튼튼하게 짓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니까 건설 공법이 발달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러모로 우리보다 기술이 앞섰던 것은 사실입니다.
8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우리가 앞서는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조건 반감을 품기보다는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선의의 경쟁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입니다. 심지어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도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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