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202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광복 80주년이다. CEONEWS는 광복 80주년 특집으로 일제강점기 우리 땅에 세워졌다가 일본으로 반출되지 못한 ‘적산기업’의 실태와 현주소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첫 번째 순서는 적산기업의 개념과 탄생 배경이다.
적산기업(敵産企業)이란?
적산기업은 말 그대로 적이 남겨둔 기업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적이었던 일본 기업들이 우리 땅에 세웠다가 해방과 더불어 법에 따라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남겨둔 재산 중 기업 재산을 ‘적산기업’이라고 한다.
80년 전 해방이 되자 당시 남한 지역을 통치하던 미국 군정(1945년 9월 2일~1948년 8월 15일)은 우리 땅에 거류하던 일본인들을 쫓아냈고, 미군정법령으로 일본인들이 우리 땅에서 갖고 있던 재산의 반출도 불허하고 국가에 귀속시켰다.
1945년 9월부터 몰수해 미국 군정에 귀속한 귀속 재산을 미국 군정과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의 이승만 정부가 한국 내의 기업 또는 개인에게 불하를 했는데, 이것이 ‘귀속재산불하(歸屬財産拂下)’이다.
귀속 재산 중에는 토지나 가옥 등의 부동산과 각종 기업체, 그와 관련된 차량 외 기계류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 기업체를 적산기업이라고 했다.
미국 군정의 적산 불하
미국 군정은 적산을 미국 군정 소유로 귀속시켰다. 이는 원 소유주인 일본인들의 소유권을 부정한 것이기도 하고, 또 원 소유주인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적법하게 처분했다거나 한국인 종업원에 의해 자체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경우 등을 부정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 군정에 귀속된 재산의 총액은 정확한 확인이 어려우나,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공장이 당시 남한에 있는 공장 중 85%를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적산이 당시 남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적산 중에서 특히 기업체의 관리인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 등 해당 기업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 대기업의 경우 외부인이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접수한 뒤 미국 군정의 적산 관리는 일관성이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진 데다가, 광복으로 인한 일본 경제와의 단절 등으로 인해 많은 적산 기업이 경영부실에 빠지거나 재산 손실을 보기도 했다.
미국 군정에 의한 적산 기업의 불하는 1947년에 시작됐으나 소수의 중소기업이 불하되는데 그쳤으며, 당시 적산 기업의 불하는 광복 이후의 인플레이션에 비하면 상당히 헐값에 이뤄졌다. 특히 불하 대상자로 해당 기업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우선 뽑혔기에 불하 대상자와 관련 정치인, 담당 공무원 등과의 사이에 상당한 결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만 정부의 적산 불하
미국 군정은 전체 적산 기업 중 15% 정도만 불하를 하고, 나머지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에 인계했다. 이승만 정부는 미국 군정의 불하 원칙을 그대로 승계해 적산 기업을 불하했다. 즉 해당 기업과 관계있는 사람에게 우선 불하하며, 매각 대금 중 20% 이상을 일시납하고 나머지를 10년간 연리 7%로 납부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정경유착은 미국 군정기 못지않게 많았다.
당시 이 적산 기업의 불하를 둘러싸고 조속히 처분해 정권의 토대를 만들고자 했던 이승만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국회 사이의 갈등도 컸다. 그러나 정부 입장이 관철되어 1949년 12월에 ‘귀속재산처리법’이 만들어져 공포됐고, 6.25전쟁으로 인해 불하가 지연되기는 했으나 국·공유로 지정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하됐다.
미군정기와 이승만 정부 시기에 불하된 적산 기업은 2,700여 개에 달하며, 그 가운데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기업은 50여 개 이내이며, 대부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 회에서는 재벌이 된 적산기업 3개를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