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해태제과 남영동 공장
1950년대 해태제과 남영동 공장

현존하는 적산기업을 보면 식품업체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 이번 회에서는 제과업체와 제분업체 중 적산기업을 소개한다.

해태제과와 오리온

해방 전 서울에는 일본인들이 경영하던 8개의 제과업체가 있었는데, 모두 용산에 있었다. 용산에 과자 주 소비층인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용산에 주둔한 일본군 기지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였다.

8개의 일본 제과업체 중에 2개의 제과업체가 오늘날 한국의 3대 제과업체의 전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3대 제과업체는 롯데제과(현재 롯데웰푸드),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인데, 롯데제과는 성공한 재일기업가인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가 해방 후인 1967년에 한국에 진출하면서 만든 회사이고, 오리온은 일본인들이 경영하던 8개의 제과업체 중의 하나인 풍국제과’, 해태제과는 영강제과가 전신이다.

해태제과의 창업주 박병규는 일제강점기 나가오카제과’(영강제과)의 경리직원이었는데, 광복 후 조선에 남아 있던 나가오카 제과 남영동 공장의 생산설비 등을 불하받아 민후식, 신덕발, 한달성과 동업으로 1945년에 해태제과합명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1959년에 해태산업()을 세워 비스킷 생산에 주력했다. 1960년에 해태제과공업()으로 사명 변경 및 법인전환을 단행해 1961년에 해태산업을 합병했고, 기존의 남영동과 보문동 공장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약 3,500평 규모의 새 공장으로 이전했다.

1972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1974년 해태식품을 흡수해 음료사업까지 확장했다. 1987년 해태제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해태의 히트 상품으로는 연양갱, 홈런볼, 맛동산, 에이스, 오예스, 자유시간, 부라보콘 등이 있다.

제과업에 그치지 않고 전자산업, 중공업으로 문어발 확장을 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199711월 그룹 자체가 부도가 나서 그룹이 해체되고 해태제과는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됐다.

오리온은 이양구 창업주가 1956년 서울 용산에서 자신이 관여한 적산 기업 풍국제과를 불하받은 후 정식 설립되었다.

창업자 이양구는 이북(함경남도) 출신으로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도매상에서 일한 적이 있고, 직접 식품도매상을 차려 운영하기도 했으며, 19516.25전쟁 중에는 부산에서 설탕, 소맥분을 수입 판매하는 삼양물산 공사를 설립해 설탕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공하기도 했다.

1953년 서울로 와서 풍국제과판매()’를 설립하고, 1956년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과 풍국제과의 배동환 등 3명의 공동 출자로 적산 기업 풍국제과를 인수해 동양제과공업()’으로 재창립해 오늘날 오리온의 기반을 다졌다.

1962년에는 사명을 '오리온제과공업()'로 바꾸었다가 2년 뒤에 동양제과공업()로 바꾸었다. 19744월 회사의 시그니처 상품인 초코파이를 생산해 대히트했으며, 1975년 기업공개를 단행하고 1976년 중동에 껌 수출을 개시했다.

2001년에는 동양제과를 중심으로 한 16개 계열사가 동양그룹에서 분리해 현재의 오리온그룹이 되면서 자동적으로 모기업이 되었다.

오리온은 창업주 이양구의 정직과 신용정신을 이어받아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경영철학 아래 차별화된 연구 개발과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199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곳곳에 법인과 생산 공장을 세우는 한편, 각 나라의 문화와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제과산업 전문지인 캔디인더스트리(Candy Industry)’가 매년 발표하는 제과업계 글로벌 Top 100’10년 넘게 1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한제분과 대선제분

일제강점기에 조선에는 제분업을 과점했던 2개의 일본 제분업체가 있었다. ‘일본제분일청제분이었다. 해방 후 일본제분이 대한제분이 되었고, 일청제분이 대선제분이 되었다.

대한제분의 전신은 일본제본(닛폰제분)이 조선에서 운영하던 3개의 공장 중 인천공장이다. 미국 군정에 의해 인천공장 관리인으로 선임된 이한원이 1952년 불하받은 뒤 대한제분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대한제분은 1960년대 혼분식 장려정책으로 급성장해 1970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78년 이한원 회장 사후 이한원의 장남 이수남과 1957년 대한제분에 입사한 사원 출신 이종각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생겼는데, 사원의 지지를 받은 이종각 부사장이 경영권을 잡아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9년 이종각 사망 이후 이종각의 차남 이건영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2세 경영체제를 확립했다. ’곰표밀가루가 대한제분에서 생산해내는 제품이다.

대선제분의 뿌리는 일청제분(닛신제분)이 영등포에 제분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193674일 조선에 설립한 조선제분이다. 조선제분은 19373월부터 영등포공장에서 밀가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해방이 되자 사리원농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제분에서 조선인으로서는 최고위직인 판매과장으로 일하고 있던 윤석준이 조선제분 관리인으로 선임됐고, 19531월 조선제분 영등포공장을 불하받았다.

윤석준은 조선제분의 특약점이자 최대 판매점이던 계동산업()에 영등포공장을 분리 매각했다. 계동산업 창업주인 박세정, 함형준, 홍종문, 이득춘, 이기종 등 5명이 19582월 조선제분 영등포공장을 인수했다.

그 후 대선제분은 계동산업 5인방의 동업체제를 유지하며 함형준, 홍종문, 박세정 순서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 홍종문 가문의 지분을 함형준 가문의 오뚜기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어 현재 오뚜기가 32.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간장회사와 맥주회사와 맥주회사 중 적산기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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