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6곳 마이너스 행진이 말해주는 '증시 양극화'의 그늘
[CEONEWS=김정복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다. 시장은 환호했고, 언론은 '40년 만의 장기 상승국면'이라는 수식어를 쏟아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 Morgan은 12개월 내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상향했으며,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6000까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정복의 뉴스프리즘'은 화려한 숫자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본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순간에도, 주요 상장사 6곳은 마이너스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오르지만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양극화된 상승'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코스피 5000은 도달 가능한 목표인가, 아니면 일부 대형주의 랠리가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한가. 데이터와 해외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국 증시의 현재와 미래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고공행진 속의 양극화, 누가 오르고 누가 떨어지는가
현재 한국 증시는 경험하기 드문 상승국면에 들어와 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시장 전체에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 등 AI 수혜 업종이 차별적 상승 흐름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대장주들의 급등이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것이 '선택적 상승'이라는 점이다. 지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이 아니다. 주요 상장사 6곳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를 증명한다. 시장의 평균을 밑도는 종목군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양극화의 두 축, 수혜와 낙오
이 같은 양극화는 다음 두 가지 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업종과 테마의 집중이다. AI,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기술과 수출 중심 업종이 투자자의 조명을 받고 있고, 이들의 수혜가 실적으로도 나타날 조짐이 있다. 특히 AI 붐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재평가되고 있다. 둘째, 비수혜 업종의 낙오다. 반면 내수업종, 구조 개혁이 더디거나 투자 여력이 약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둔화되어 '상승 격차'가 확연하다. 유통, 건설, 일부 금융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양극화 국면은 지수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승동력 주도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다. 이는 장기 상승장의 건강성 측면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 전체의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일부 종목만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 꿈인가 현실인가
그렇다면 이 상승세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해외 외신과 투자은행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J.P. Morgan은 최근 "12개월 내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상향했으며, 강세 시 6000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인 KB증권 역시 '40년 만의 장기 상승국면' 진입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들이 제시하는 주요 상승 동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시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경우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둘째, 정책 및 거시금융 환경이다. 정부의 증시지원책, 통화 및 유동성 확대 흐름 등이 지수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AI 시대 예산안'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셋째, 기술과 수출 역량 증대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 특히 엔비디아 GPU 26만 장 확보 같은 가시적 성과가 시장 신뢰를 높이고 있다.
■5000 향한 리스크 요인 상존
반면 다음과 같은 리스크 요인도 상존한다. 첫째, 경제성장 둔화 및 실적 정체다.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지수만 올라가고 실적이 따라가지 못하면 밸류에이션 거품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제조업 가동률이 72.3%로 전년 대비 하락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둘째, 외부 변수의 불확실성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거나 미국 금리가 반등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함께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한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셋째, 양극화 심화 및 시장 기반의 취약성이다. 일부 수혜 업종과 기업에 과도하게 자금이 몰리는 환경은 시장 전체의 안정성과 확대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상장사 6곳의 마이너스 행진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코스피 5000'은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현실화 가능한 시나리오다. 자동발진된 기계처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거시환경, 산업실적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능한 것이다.
■양극화 구조 속에서 기회와 경계
양극화된 시장에서 기업 및 투자자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수혜 업종 집중이다. 반도체, AI,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성장축'과 맞물린 업종에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들 업종은 단순히 테마가 아니라 실적으로 뒷받침되는 구조적 성장주다. 둘째, 밸류에이션 여력 확인이다. 아직 시장 전체가 과열되지는 않았다는 보고도 있기에, 성장성과 가격이 괜찮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면에서는 저평가된 우량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
반면 다음과 같은 점을 경계해야 한다. 첫째, 지수만 보지 말고 '종목별 실적과 펀더멘털'을 확인해야 한다. 지수가 오른다고 모두 수혜라는 착각은 위험하다. 상장사 6곳의 마이너스 행진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 거시변수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금리와 환율 등은 증시에 즉시 반영될 수 있다. 뉴스심리지수는 급등했지만 실물경제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과도한 유동성에 의한 상승 흐름은 지속성이 약하다는 연구가 많다. 실물경제 동반 증강 없이는 정체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코로나 유동성 장세가 얼마나 빨리 끝났는지를 떠올려야 한다.
■데이터로 본 코스피 5000 시나리오
글로벌 투자은행 J.P. Morgan이 제시한 낙관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다. 이들은 18개월 내 코스피 5000 도달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 근거는 네 가지 핵심 조건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밸류에이션 정상화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은 9.2배 수준으로 미국 20.5배, 일본 14.3배는 물론 대만 15.8배보다도 현저히 낮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PER이 12배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그것만으로도 지수는 30% 이상 상승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구조적이라기보다 심리적 요인이 크다"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두 번째는 실적 개선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AI 수요 증가로 인한 HBM(고대역폭메모리) 특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이다. 월평균 2조 원 이상의 순매수가 지속될 경우, 6개월이면 12조 원, 1년이면 24조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는 셈이다. 최근 APEC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중동과 유럽 계열 자금이 한국 증시의 저평가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 번째는 환율 안정화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경우,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과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가 해소되면서 추가 매수 여력이 생긴다. 현재 1,35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는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올 경우,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비관론자들의 경고, 10~15% 조정 시나리오
반면 비관론자들은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조정 시나리오는 10~15% 수준의 하락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금리의 재상승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긴축 기조를 재개할 경우,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연준의 긴축 사이클 당시 코스피가 20% 이상 하락했던 전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3%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이것이 5%를 넘어설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은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 경기 둔화다.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위기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목표치인 5%를 밑돌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며,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은 그 틈바구니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지고,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는 내수 침체의 장기화다. 뉴스심리지수는 급등했지만, 실제 소비 회복은 더디다. 가계부채 문제와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 유통, 건설, 일부 금융주 등 내수 업종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증시 전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현실주의자들의 전망, 4500~4800 박스권 등락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낙관과 비관의 중간 지점에 있다. 향후 6개월간 코스피는 4500~4800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이후 기업들의 실적 시즌을 거쳐 명확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주의자들은 양극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급격한 상승보다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본다. 일부 대형 우량주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중소형주와 비수혜 업종은 정체되면서 지수 전체의 상승 속도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한 상승이 아니라 '불균형 상승'이며, 이런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실제 숫자로 증명될 경우 5000을 향한 동력이 살아나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금은 기대로 오르고 있지만, 결국은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코스피 5000 달성 여부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밸류에이션 정상화, 실적 개선, 외국인 자금 유입, 환율 안정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 반대로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조정은 불가피하다. 지금 시장은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다.
5000 가는 길은 평탄치 않다. 코스피가 지금처럼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실제적으로 높아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5000 시나리오'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거시환경, 산업실적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능한 것이다. 현재 지수 상승이 일부 기업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기업이 시장을 이끄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향후 코스피가 5000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지수 상승의 폭넓은 확산"이 필수다. 즉, 수혜 업종에서만이 아니라 실질 산업 곳곳의 근본 경쟁력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반면 이 같은 구조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승은 단기 랠리일 뿐이며 조정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상장사 6곳의 마이너스 행진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양극화된 상승'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거대한 고지를 향한 등반은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상까지의 길은 평탄하지 않고, 균형과 선택이 필수적이다. 화려한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그 뒤에 감춰진 구조적 취약성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상승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익명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5000은 가능하지만 조건부입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상승은 어렵습니다. 지수만 보지 말고 종목을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