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의 오너십”과 “생활의 지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VS 텐센트 마화텅 회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VS 텐센트 마화텅 회장

[CEONEWS=김소영 기자] 미래를 앞당기는 것은 거대한 돈일까, 아니면 매일같이 열리는 사용자들의 지갑일까. 손정의(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회장)와 마화텅(텐센트 창업자 겸 회장), 두 리더는 같은 기술의 파도 위에서 정반대의 노를 저어왔다. 한 사람은 반도체 설계와 초거대 연산에 자본의 깃발을 꽂아 ‘다음 10년’을 선점하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위챗·게임·핀테크라는 생활의 접점을 촘촘히 엮어 ‘오늘의 10분’을 수익으로 바꾼다. 6화가 제품의 속도와 플랫폼의 결을 대비했다면, 7화는 자본의 설계와 사용자의 시간을 맞세운다. 결론은 간단하다. 누가 더 빨리 자본비용을 낮추고, 체감가치를 높이는가.

■손정의의 확장 VS 마화텅의 잠식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회장

손정의(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회장)의 전략은 늘 ‘판’을 먼저 키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산업의 병목을 찾아내고, 그 병목을 해소하는 자산을 묶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설계(ARM), CPU, 데이터센터, 그리고 AI 모델. 이 고리들이 한 줄로 엮이면 연산의 단가가 내려가고, 포트폴리오 전체의 가치가 체인처럼 상승한다. 숫자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상상력이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투자자들은 미래의 퍼즐이 이미 맞춰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설득의 힘이 자본을 모으고, 그 자본이 다시 산업을 움직인다. 손정의식 확장은 이렇게 기획되고 실행된다.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겸 회장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겸 회장

마화텅(텐센트 창업자 겸 회장)은 다르다. 그는 거대한 포크레인 대신 정밀한 핀셋을 든다. 메신저의 대화 한 줄, 쇼트폼 영상의 몇 초, 결제 버튼의 마찰 0.1초. 그 미세한 지점을 줄이고 연결하는 일이 결국 매출을 만든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위챗은 메신저이자 검색이고, 상점이자 은행이며, 광고판이자 동영상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플랫폼을 떠날 이유가 없다. 탭 한 번이 광고 수익으로 번역되고, 쇼핑으로 이어지며, 크리에이터의 보상으로 돌아간다. 마화텅식 성장의 비밀은 장대포가 아니라 전환율에 있다. 한 사람의 5분을 5억 명의 5분으로 바꾸는 사람, 바로 그가 마화텅이다.

■AI 전략, 인프라의 주인 VS 서비스의 심장

AI 전환의 한복판에서 두 사람의 노선은 더 분명해졌다. 손정의는 연산 그 자체의 ‘오너십’을 노린다. 연산을 싸게, 많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자에게 AI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는 설계자산과 CPU,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려 한다. 성공한다면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의존하는 ‘AI 수도관’의 밸브를 손에 쥐게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자본의 변동성이 그대로 실적의 파고로 돌아온다. 위험과 보상의 비대칭, 그는 늘 이 기울어진 판 위에서 승부해왔다.

마화텅은 AI를 ‘서비스의 심장’으로 들여보낸다. 모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광고 추천이 더 정확해지고, 검색이 더 똑똑해지고, 동영상 제작 도구와 상점 운영툴이 더 쉬워질수록 체류와 전환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AI는 그에게 거대한 공장도 아니고, 화려한 쇼룸도 아니다. 사용자의 동선 곳곳에 놓여 있는 작은 부품이다. 이 부품들이 맞물릴 때, 플랫폼은 더 매끄럽고, 더 중독적이 된다. 마화텅은 그렇게 AI를 생활의 접속사처럼 쓴다.

■레버리지의 용기 VS 현금의 규율

자본과 거버넌스의 대비도 선명하다. 손정의는 레버리지를 기꺼이 감수한다. 큰 그림을 위해 변동성을 끌어안고, 초대형 프로젝트의 길고 험한 자본조달을 설득으로 돌파한다. 그의 시간표는 ‘분기’가 아니라 ‘사이클’이다. 반면 마화텅은 현금흐름의 규율을 신뢰의 토대로 삼는다. 비핵심 자산은 정리하고, 코어에 자본을 몰며, 환매와 배당으로 주주와 호흡한다. 숫자는 안정적으로 우상향하고, 플랫폼의 내구성은 해마다 두꺼워진다. 자본비용을 낮추는 힘이 손에게는 ‘서사’라면, 마에게는 ‘현금’이다.

■규제와 생존술, 설득 VS 최적화

규제의 미로를 통과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손정의는 각국의 정책과 전력, 인허가, 안보를 견디는 대신, 한 번 통과하고 나면 폭발적 네트워크 효과를 얻는다. 거대한 인프라는 한 번 세우면 무너뜨리기 어렵다. 마화텅은 반대로 규제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바꾼다. 콘텐츠와 게임, 핀테크의 룰을 내재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정제한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플랫폼은 비용이 들지만, 동시에 더 ‘깨끗한’ 매출 구조를 얻는다. 설득의 사람과 순응의 사람. 결과는 다르지만 생존의 목적은 같다.

■좌표평면 포지셔닝, 리스크와 통제의 균형

두 리더를 같은 좌표평면에 놓아보자. 가로축은 리스크, 세로축은 통제다. 손정의는 고리스크·중간통제의 영역에서 ‘큰 판’을 설계한다. 마화텅은 중간리스크·고통제의 사분면에서 ‘깊은 판’을 파고든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한가를 묻기보다, 어느 사이클에 더 적합한가를 묻는 편이 정확하다. 금리와 정책이 연산 인프라에 우호적일 때 손정의의 이야기에는 더 많은 박수가 쏟아진다. 광고와 상거래, 디지털 콘텐츠의 체감이 상승할 때 마화텅의 캐시머신은 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속도를 낸다.

■경영자를 위한 DNA

현장에서 경영자들이 가져갈 체크리스트는 분명하다. 손정의식으로 가려면 병목을 찾아 초과수익의 원천을 점령해야 한다. 설계–제조–연산–서비스를 하나의 밸류체인 스토리로 묶고, 그 스토리로 자본비용을 낮춰야 한다. 규제와 인허가는 프로젝트 관리의 일부로 내재화해야 한다. 마화텅식으로 가려면 MAU–체류–전환–재방문의 사다리를 끝까지 최적화해야 한다. 광고·핀테크·콘텐츠의 교차탄력을 설계하고, AI는 제작·추천·결제의 마찰을 줄이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현금흐름은 환매와 배당의 신뢰로 돌아와야 한다.

결국 승부는 숫자와 이야기의 교차점에서 난다. 손정의가 연산의 단가를 낮추고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면, 그의 포트폴리오는 동시다발적으로 프리미엄을 받는다. 마화텅이 체류와 전환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 광고·상거래·콘텐츠는 서로의 매출을 밀어 올린다. 하나는 ‘산업의 10년’을, 다른 하나는 ‘사용자의 1분’을 지배한다. 산업의 10년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한 번 바뀌면 되돌리기 어렵고, 사용자의 1분은 빠르게 바뀌지만 매일 반복돼 현금으로 환산된다. 어느 쪽이 더 강한가. 답은 사이클의 온도와 기업의 체력에 달려 있다.

■승자의 성공방정식

2025년 이후 시장은 두 축의 결합을 요구한다. 연산의 수도관을 쥔 자와 생활의 성벽을 쌓은 자, 누가 먼저 다리를 놓을 것인가. 손정의가 인프라의 가격을 흔들고, 마화텅이 생활의 흐름을 가속하는 순간, 표준은 다시 쓰인다. 독자의 선택은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한다. 당신은 연산을 살 것인가, 시간을 팔 것인가. 한쪽의 승리만을 예언하기엔 세상은 너무 빠르고, 자본은 너무 영리하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잠정적이다. 자본의 문학과 생활의 공학, 누가 먼저 서로의 언어를 배워 실전에 적용하느냐? 그 속도가 최후의 승자를 가른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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