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소영 기자]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기업.”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할 때 내세운 단 하나의 문장은 이제 전 세계 유통, 클라우드, 콘텐츠, 우주산업까지 삼켜버린 ‘제국의 헌법’이 됐다. 그 헌법을 설계하고 30년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밀어붙인 인물이 바로 베이조스다. 그는 전통 산업의 거인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세계 경제 판도를 재설계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아마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우주’와 ‘장기 전략’이라는 더 거대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CEONEWS 스페셜리더 38화는 제프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 확장 전략, 그리고 아마존이 만들어낸 실적 구조를 심층 분석한다.
■ 온라인 서점에서 글로벌 경제 인프라로
1994년, 베이조스는 월스트리트의 안정된 커리어를 버리고 시애틀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당시 전자상거래 시장은 미개척지였고, 인터넷은 느리고 불안정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 보급률과 전자상거래의 성장 곡선을 계산해 ‘10년 후 반드시 폭발할 시장’을 확신했다. 첫해 매출은 51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그는 “이익보다 고객 기반 확대”라는 전략을 고수했다. 물류센터 확장, 카테고리 확장, 무료 배송, 프라임 멤버십 등 ‘재투자-확장’의 무한 루프가 시작됐다. 그 결과, 2024년 아마존은 매출 5,740억 달러(약 760조 원), 순이익 369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5대 시가총액 기업에 자리 잡았다.
■ ‘고객 집착’이 만든 불패 전략
베이조스의 리더십 키워드는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다. 그는 의사결정 회의에서 늘 ‘빈 의자’를 두고, 그 자리를 ‘고객’이라 명명했다. 모든 결정은 “고객이 원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 철학은 서비스 품질, 가격, 배송 속도, 반품 정책 등 아마존의 모든 운영 방식에 스며들었다. 결과적으로 아마존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했다.
■ AWS 아마존의 ‘황금알’
많은 이들이 아마존을 유통기업으로 생각하지만, 실적을 뜯어보면 진짜 수익 엔진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다. 2006년 시작된 AWS는 2024년 매출 945억 달러, 영업이익 270억 달러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다. AWS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 정부 기관까지 ‘클라우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제공이 아니라, 향후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시대의 ‘기반 산업’을 선점한 것과 같다.
■ 물류, 헬스케어, 우주까지 베이조스의 확장 본능
아마존의 확장은 단순한 다각화가 아니다. 각 산업의 핵심 구조를 장악해 ‘아마존식 운영 모델’을 이식하는 전략이다. ▲물류=아마존 물류망(풀필먼트 센터, 라스트마일 배송)을 자체 구축, UPS·FedEx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 생태계 완성, ▲헬스케어=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 인수,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원격진료 사업 진출, ▲콘텐츠=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MGM 인수로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우주=블루 오리진을 통해 ‘지구의 자원은 보존, 산업은 우주로’라는 100년 프로젝트 가동 등 그는 한계를 모르는 무한정 DNA를 가진 CEO로 평가된다.
■ ‘규모의 경제’ 결정판
2024년 아마존 전체 매출은 5,7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82억 달러로 6.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AWS의 지난해 매출은 945억 달러이며 영업이익은 270억 달러로 28.5%영업이익률를 차지한데 반해 유통과 리테일 부문은 4,400억달러 매출에 영업이익은 52억달러에 불과하며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쳤다. AWS의 고수익 구조가 저마진 리테일 부문을 상쇄하며, 아마존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저가 전략과 기술 인프라’의 조합이 만든 독보적 방어막이다.
■ 장기주의와 위험 감수 리더십
베이조스는 분기 실적보다 ‘10년 후’를 우선한다. 그는 주주서한에서 “우리는 단기적 비난을 감수하고, 장기적 투자로 미래를 산다”고 썼다. 드론 배송, AI 기반 수요 예측, 우주 개발 등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이유다. 그의 위험 감수 성향은 ‘실패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파이어폰, 다수의 쇼핑몰 서비스, 일부 해외 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는 이를 ‘필연적 실험 비용’이라 정의한다.
■ ‘포스트 아마존’ 시대의 베이조스
2021년 CEO에서 물러난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 기후변화 대응 펀드, 비영리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아마존 이사회 의장으로서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핵심 투자 결정을 좌우한다. 그의 다음 승부수는 ‘우주 인프라’다. 전 세계 인터넷 위성망, 달 착륙선 프로젝트, 우주 정거장 건설까지 블루 오리진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함께 ‘우주경제’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 ‘끝없는 확장’이라는 유전자
제프 베이조스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다. 그는 산업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미래의 생활 방식을 재설계하는 ‘시스템 빌더’다. 고객 집착, 장기주의, 기술 기반 확장 이 3가지 DNA는 앞으로도 그의 제국이 새로운 시장을 잠식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마존의 다음 30년은, 그리고 베이조스의 다음 승부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는 아직 그의 ‘확장 스토리’의 결말을 보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