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장선거 연임 가능성 무게 실려
[CEONEWS=이재훈 기자] "새마을금고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3년 하반기, 금융권에 드리운 가장 무거운 질문이었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예수금이 급감하고 시장의 신뢰가 바닥을 치던 그때, 김인 회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에 취임했다. 그로부터 2년, 새마을금고는 위기를 넘어 개혁의 궤도에 올라섰다. 화려한 수사 대신 묵묵한 현장 행보로, 권한 확대 대신 지배구조 개편으로 답한 그의 리더십을 들여다본다.
■취임 2년, 수치로 말하는 회복
김 회장이 취임한 2023년 말, 새마을금고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촉발한 예수금 이탈은 한때 월 단위로 수천억원에 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 인출 사태 조짐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2024년 상반기부터 예수금 감소세는 둔화됐고, 하반기에는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신규 예금상품 가입률도 반등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며 "고객 신뢰 회복이 핵심이었는데, 이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고위험 PF, 선제적 구조조정 단행
김 회장의 첫 번째 선택은 쉽지 않았다.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고위험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조기 상각과 충당금 확대 조치는 일부 내부 반발을 불렀지만, 그는 원칙을 고수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익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은 숫자로 증명됐다. 2024년 하반기 들어 새마을금고의 PF 관련 리스크는 협동조합 금융기관 중 가장 먼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건전성 지표 개선은 곧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현장 중심 리더십, "중앙회는 섬기는 곳"
김 회장의 리더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전국 순회 간담회다. 취임 후 그는 전국 1,291개 금고와 지역본부를 직접 찾아다녔다. 일방적 브리핑이 아닌 쌍방향 소통의 자리였다. 일선 이사장들의 평가는 일관적이다. "위기일수록 중앙회는 멀어지는 게 관행이었는데, 김 회장은 달랐다"는 것이다. 한 지역본부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즉각 피드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남대문충무로새마을금고 이사장 시절부터 축적한 현장 경험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시스템과 이론보다 사람과 현장을 우선하는 그의 경영 방식은 협동조합 금융의 본질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권한 내려놓은 지배구조 개혁
김 회장의 가장 과감한 결단은 자신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는 경영혁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해 중앙회장 권한을 분산하고,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조직 내 의사결정 절차도 투명화했다. 권한을 확대하는 리더는 많지만,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리더는 드물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협동조합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실현하는 진정한 개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이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제도의 안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좋은 제도도 운영하기 나름"이라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SG 경영, 협동조합의 정체성 복원
"ESG는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원래 DNA"라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친환경 금융상품 비중을 늘리고, 종이 없는 창구를 도입했으며, 에너지 절감형 지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주력했다. 다자녀 가구 금융 지원, 소상공인 특별금리 상품, 금융 취약계층 안전망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사회 환원 프로그램도 체계화했다. 새마을금고의 ESG 경영은 대형 시중은행과는 결이 다르다. 화려한 선언보다는 생활 밀착형 실천에 방점을 둔다. 이는 지역 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연임 전망과 남은 과제
2025년 선거를 앞두고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위기 극복 성과와 내부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금고 이사장들 사이에서 그의 지지도는 견고하다. 무엇보다 "진행 중인 개혁을 중단 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디지털 전환, 지역금융 플랫폼 고도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시작된 과제들이 많다.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PF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 수익성 회복,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위기 극복은 했지만,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새마을금고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것이 2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동금융의 미래를 묻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창립 62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자주 'New MG'를 언급한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는 뜻이다. 그가 말하는 새마을금고의 미래는 화려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서민 금융의 보루가 되며,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위기를 겪은 조직에게는 이것이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의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다"며 "협동조합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구성원과 고객의 믿음"이라고 평가했다.
■‘New MG’ 100년의 첫 페이지, 그 중심에 선 한 사람
새마을금고는 올해 혹독한 위기를 통과했다. 비바람은 거셌지만, 조직은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그 단단함의 중심에는 흔들리지 않는 단 한 사람의 리더십이 있었다. 김인 회장은 관리자가 아니다. 그는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고, 협동조합의 본질을 되살리고, 새로운 100년의 설계도를 그리는 조용한 개혁가다. 2025년, 새마을금고는 기로에 서 있다. 그 기로의 중심에서, 조직이 원하는 리더의 해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어려울 때, 조직을 지켜낸 사람.” 김인 회장의 연임 여부는 개인의 영광이 아니다. 그것은 새마을금고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며, 미래를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뉴 MG(New MG)의 첫 페이지가 이제 막 열렸다. 그리고 그 첫 장에는 분명히 한 이름이 적혀 있다. 김인. 위기의 소방수에서 미래의 설계자로. 김인 회장의 여정은 이제 중반을 지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의 리더십은 계속 시험받을 것이다.
[프로필]
- 남대문충무로새마을금고 이사장 역임
- 2023년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취임
- 주요 성과:유동성 위기 극복, 지배구조 개혁, ESG 경영 강화
- 경영 철학:"현장 중심, 신뢰 기반 리더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