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로 불리는 대한민국 IT 기업의 두 CEO(좌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2022년 3분기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 이라는 화려한 실적표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분기매출 3조원, 카카오는 분기 영업이익 2천억원 시대를 처음 열며 국내 빅테크 양대산맥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눈부신 숫자 뒤편에서는 두 거인을 이끄는 40대 여성 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AI(인공지능) 전략'이 극명한 속도 차를 보이며 양사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한쪽은 AI를 기존 사업에 완벽히 이식해 '수익'을 증명했고, 다른 한쪽은 위기 수습을 마치고 이제 막 AI를 통한 '반등'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본지는 두 CEO의 3분기 실적과 B2C·B2B AI 전략을 심층 비교하고, CEONEWS 등에서 분석한 이들의 리더십 철학을 토대로 '네카오' 대전의 최종 승자를 전망한다.
■'AI로 번' 네이버 vs 'AI 할 준비 마친' 카카오
네이버의 3분기 실적은 한마디로 '완벽한 AI 수익화 사례'였다. 매출 3조 1381억 원, 영업이익 5706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가뿐히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분기 매출 3조 원 돌파는 네이버 역사상 처음이다. 이 성과의 일등 공신은 최수연 대표가 전사적으로 밀어붙인 '온서비스 AI(On-Service AI)' 전략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AI 광고 효율 증대 솔루션이 서치플랫폼(검색) 부문의 견조한 성장을 견인했다. 광고주들은 AI가 최적화한 타겟팅으로 광고비 대비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입을 모은다. 커머스(상거래) 부문의 약진은 더욱 눈부시다. AI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사용자당 거래액이 증가했고, 판매자들의 스마트스토어 입점과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네이버는 AI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최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라며 "우리의 모든 서비스에 AI가 녹아들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카카오의 3분기는 '성공적인 위기 수습'의 의미가 크다. 매출 2조 870억 원, 영업이익 208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영업이익 2천억 원 돌파는 고무적이다. 정신아 대표가 취임 당시 직면한 과제는 산적했다.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 경영진 공백, 조직 문화 이완 등 카카오 역사상 최대 위기 상황이었다. 그는 우선 핵심 비즈니스인 '톡비즈'(광고) 회복에 집중했다. 카카오톡 UI/UX 전면 개편을 단행하고, 광고 상품을 고도화하며 광고주들의 신뢰를 되찾았다. 3분기 실적은 정 대표의 '체질 개선'이 성공했다는 신호다. 하지만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실적에서 AI의 직접적인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정 대표는 "올 한 해는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이제 본격적인 AI 혁신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결국 네이버는 AI로 이미 돈을 벌기 시작했고, 카카오는 AI로 돈을 벌 준비를 막 마쳤다. 이 1~2년의 시차는 두 CEO의 리더십 철학과 경영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 '신뢰의 엔지니어' vs '소통의 혁신가'
빅테크 양대산맥의 AI전쟁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선방을 날렸고 카카오 정신아 대표가 반격을 준비중이다. 네카오의 AI 승자는 누가될지 자못 기대된다.
CEONEWS를 비롯한 다수 매체가 분석한 최수연 대표의 리더십 키워드는 '신뢰와 자율'이다. 조직 문화 위기 속에서 CEO에 취임한 그는 '경청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내부 신뢰를 회복했다. 최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과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한다.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각 사업부가 AI를 자율적으로 서비스에 접목하도록 권한을 위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믿고 맡기는' 리더십 덕분이었다. 한 네이버 임원은 "최 대표는 큰 방향을 제시하되 실행은 현장에 맡긴다"며 "AI 시대에는 CEO 혼자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없기에, 이런 자율 문화가 빠른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검색, 쇼핑, 웹툰,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각 서비스에 AI가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분권화된 혁신 체계' 덕분이다. 3분기 실적은 최 대표의 신뢰 기반 리더십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음을 입증한다.
정신아 대표의 리더십 키워드는 '소통과 혁신'이다. 스타트업 전문가 출신인 그는 구원투수로 투입된 순간부터 조직 내부와의 소통에 집중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전사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임직원들과 직접 대화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시선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결속"이라며 내부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재구축했다. 위기 수습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가장 공들인 것은 'AI 중심'이라는 명확한 비전 제시였다. 흩어진 조직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기 위해 "카카오의 미래는 AI"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톡 개편 프로젝트는 이러한 소통과 결속의 첫 번째 결실이었다. 한 카카오 관계자는 "정 대표는 조직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도, 회사가 나아갈 방향은 흔들림 없이 제시한다"며 "위기 속에서 필요한 리더십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수연 대표가 '엔지니어와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AI라는 배를 먼저 띄웠다면, 정신아 대표는 '임직원과 사용자 간의 소통'을 통해 AI라는 배가 나아갈 항로를 먼저 닦은 셈이다.
■ AI 전략의 갈림길, '수직적 공장' vs '수평적 플랫폼'
네이버의 AI 전략은 '즉시 전력화'와 '산업별 수직 계열화'로 요약된다. B2C 전략에서는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쇼핑, 광고 등 기존 캐시카우에 즉각 적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 검색의 상당 부분이 AI 기반으로 작동하며, 쇼핑에서는 AI가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한다. 사용자들은 AI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미 AI 기반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B2B 전략의 핵심은 '소버린 AI 2.0'이다. 이는 단순히 모델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제조 산업의 AI 전환(AX)을 목표로 한다. 최 대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AI 기반 혁신이 필수"라며 "네이버는 이들 산업을 위한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이버는 2026년까지 1조 원 이상을 GPU에 투자하며, 국가 기간산업을 위한 'AI 공장(Factory)'을 짓고 있다. 이는 거대하고 무거운 '중공업 모델'에 가깝다. 특정 산업의 데이터와 요구사항을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이다.
카카오의 AI 전략은 '대중화'와 '플랫폼 생태계 개방'에 초점을 맞춘다. B2C 전략의 중심은 단연 카카오톡이다. 5천만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에 AI를 녹여, 이용자의 '관계'와 '소통'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 대표는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AI 비서가 되는 날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B2B 전략의 핵심은 'AI 오케스트레이션'이다. 네이버처럼 특정 산업을 깊이 파고들기보다, 카카오톡 위에서 다양한 AI 모델(자체 '카나나' 모델부터 외부 모델까지)을 조율한다. 기업들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고객 응대, 상품 추천, 예약 관리 등을 AI로 자동화하도록 지원하는 'B2B2C' 모델이다. 예를 들어, 한 식당이 카카오톡 채널에 AI 챗봇을 연결하면, 고객들은 카톡에서 자연스럽게 예약하고 메뉴를 추천받을 수 있다. 카카오는 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실제 AI 모델은 다양한 파트너사의 것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5천만 명에게 'AI 비서(Agent)'를 보급하고, 기업들이 이 비서와 대화하도록 판을 까는 '플랫폼 모델'이다. 가볍고, 유연하며, 개방적인 '소프트웨어 모델'에 가깝다.
네이버가 '산업'을 위한 거대 AI를 만든다면, 카카오는 '일상'을 위한 범용 AI를 만들고 있다. 전자가 깊이를 추구한다면, 후자는 넓이를 지향한다.
■최종 전망, 단기전 '네이버', 장기전 변수는 '카카오톡'
빅테크 양대산맥의 AI전쟁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선방을 날렸고 카카오 정신아 대표가 반격을 준비중이다. 네카오의 AI 승자는 누가될지 자못 기대된다.
그렇다면 빅테크 양대 산맥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단기적으로는 네이버가 명백한 승자다. 최수연 대표는 AI 기술을 성공적으로 수익 모델에 안착시키며 'AI 성숙도'에서 카카오를 최소 1~2년 앞서 나갔다. '신뢰와 자율'의 리더십은 기술 혁신을 가속화했고, 이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증명됐다. 네이버의 AI는 이미 '현재'다. 검색, 쇼핑, 광고에서 실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B2B 소버린 AI는 제조업 고객들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1~2년간은 네이버의 AI 수익화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양대산맥의 AI전쟁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선방을 날렸고 카카오 정신아 대표가 반격을 준비중이다. 네카오의 AI 승자는 누가될지 자못 기대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카카오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신아 대표는 특유의 '소통과 혁신' 리더십으로 최악의 위기를 수습하고 조직을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했다. 이제 카카오의 AI는 본격적인 도약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의 최대 무기는 단연 '카카오톡'이다. 네이버가 '검색과 상거래'라는 '의도(Intent)의 데이터'를 가졌다면, 카카오는 5천만 국민의 '관계와 일상'이라는 '맥락(Context)의 데이터'를 쥐고 있다.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무언가를 찾고 사지만', 카카오톡에서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살아간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만약 정 대표의 구상대로 '카나나'가 카카오톡에 성공적으로 녹아들어, 사용자들이 AI를 친구처럼 대화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네이버의 데이터와는 다른 차원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AI의 궁극적 형태는 '검색 도구'가 아닌 '일상의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매일 수십 번씩 열리는 카카오톡이야말로 최적의 AI 플랫폼이다.
■승자는 '각인'에 달려 있다
결국 최종 승자는 '누가 더 나은 AI를 만드느냐'가 아닌, '누가 AI를 사용자의 일상과 기업의 재무제표에 더 깊숙이 각인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최수연의 네이버는 '수익화'라는 현재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기업들에게 AI가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했다. 이는 B2B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이다. 정신아의 카카오는 '대중화'라는 다음 전투를 준비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5천만 명의 일상에 AI가 스며들게 만들 수 있다면, 이는 네이버가 가진 B2B 우위를 B2C에서 역전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2라운드는 이제 시작이다
'기술 신뢰'의 최수연과 '소통 혁신'의 정신아, 두 여성 CEO가 이끄는 AI 전쟁은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1라운드는 네이버의 완승이었다. AI를 먼저 상용화하고, 먼저 수익을 냈으며, 먼저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2라운드의 관건은 '누가 AI를 대중의 삶 속에 더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가'다. 네이버는 이미 AI로 돈을 벌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AI를 '도구'로 인식한다. 카카오는 아직 AI로 돈을 벌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카톡을 '친구'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향후 2~3년, 두 CEO의 리더십과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한국 빅테크의 미래는 이 두 여성 리더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