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채널 뷰티 공룡'의 탄생, 그 성공 방정식
오프라인 강자를 넘어, K-뷰티 미래를 선도하다
[CEONEWS=배준철 기자]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매장 문은 닫히고,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모두가 생존을 걱정할 때, CJ올리브영은 마치 역주행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22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선정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선정 대표는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오히려 옴니채널 전환이라는 기회로 삼아 올리브영을 독보적인 뷰티 공룡으로 키워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온라인과 완벽하게 융합하며, 뷰티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올리브영은 2023년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국내 뷰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배준철의 CEO분석 13화에서는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이사의 혁신적인 리더십과 그가 이끄는 옴니채널 뷰티 공룡의 성공 방정식을 심층 분석한다. 팬데믹 위기 속에서 어떻게 기회를 포착했고,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는지, 그 비결을 파헤쳐본다.
■팬데믹 역설을 기회로, 디지털 전환의 승부수
이선정 대표가 올리브영을 이끈 성공의 첫 번째 키워드는 선제적인 디지털 전환이다. 그는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되자, 오히려 디지털 채널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옴니채널 전략은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가장 혁신적인 전략은 전국 1,3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오늘드림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3시간 안에 가까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하거나 배송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과 오프라인 매장의 즉시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했다. 이는 물류센터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일반 이커머스와 달리,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략이었다. 팬데믹으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늘드림은 소비자들에게 뷰티 필수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옴니채널 기업으로 거듭났다.
■데이터로 고객을 읽다, 초개인화 마케팅의 힘
이선정 대표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여 개인화된 상품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단순한 구매 이력 추천을 넘어, AI 기반의 피부 타입 분석, 선호 브랜드, 구매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초개인화 큐레이션을 제공했다. 이는 고객의 구매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올리브영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국내 뷰티 유통 채널 중 압도적 1위 수치다.
■올라이브의 성공, 엔터테인먼트형 쇼핑의 구현
라이브 커머스는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쇼핑 트렌드였다. 이선정 대표는 올라이브를 론칭하며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뷰티 전문 MD와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출연하여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시연, 사용 팁 등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형 쇼핑을 구현했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고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한정 수량 특가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이는 올리브영이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뷰티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뷰티 놀이터로 진화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도 이선정 대표는 올리브영의 본질적인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절대 놓지 않았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펼치며 가장 올리브영다운 것을 재발견했다.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제 체험의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명동, 강남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K-뷰티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 최신 디바이스로 피부를 진단하고 맞춤형 제품을 추천받는 뷰티 컨설팅 존, 인기 제품을 마음껏 테스트해볼 수 있는 체험존 등으로 진화했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뷰티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제품을 탐색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올리브영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았다. 이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오프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으며 K-뷰티의 전시장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트렌드 게이트웨이, K-뷰티 인큐베이터로 거듭나다
이선정 대표는 올리브영을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새로운 K-뷰티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이자 트렌드 게이트웨이로 포지셔닝했다. 잠재력 있는 중소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입점시키고, 마케팅과 홍보를 지원하며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더랩바이블랑두, 넘버즈인, 닥터지 등 수많은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올리브영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며 K-뷰티 시장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는 올리브영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는 2,000개가 넘으며, 이 중 70% 이상이 국내 중소 브랜드다.
■매장 효율화와 접근성 강화, 일상 속 뷰티 허브
동시에 매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상권 분석을 통해 비효율적인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이나 주거지 근처에 소규모 매장을 확대하며 고객 접근성을 강화했다. 언제 어디서든 올리브영을 만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뷰티 제품 구매가 아닌 일상적인 뷰티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 올리브영은 서울 주요 상권에서 도보 10분 내 매장을 만날 수 있는 밀도를 구축했다. 이는 편의점처럼 일상에 스며든 뷰티 채널이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가능하게 했다.
■고객 중심 혁신 DNA, K-뷰티 미래를 그리다
이선정 대표의 리더십에는 고객 중심이라는 강력한 철학이 깔려 있다. 모든 혁신은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했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과거 한국 뷰티 시장은 미샤,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단일 브랜드 로드샵이 지배했다. 그러나 올리브영의 성장은 이러한 로드샵 시대를 사실상 종언시키고 멀티 브랜드숍 시대를 열었다. 이 대표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체험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변화된 니즈를 정확히 읽어냈다. 실제로 2015년 1,000개가 넘던 단일 브랜드 로드샵은 2023년 300개 미만으로 급감했다. 반면 올리브영 매장은 같은 기간 800개에서 1,300개로 증가했다. 이는 뷰티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인 변화였다.
■K-뷰티의 글로벌 전도사, 역직구 플랫폼 강화
올리브영은 국내 뷰티 시장을 넘어 K-뷰티의 글로벌 전도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역직구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인기 뷰티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K-뷰티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선정 대표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고객들에게 트렌디한 K-뷰티를 선보이는 리딩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이상 증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뷰티, 착한 소비의 가치
최근에는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리필 스테이션 도입, 착한 성분 제품 큐레이션 등 지속 가능한 뷰티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올리브영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공병 수거 캠페인은 연간 100만 개 이상의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하며 환경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뷰티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이선정 매직의 다음 페이지, 과제와 비전
이선정 대표의 리더십 아래 CJ올리브영은 명실상부한 뷰티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 과제들이 놓여 있다. 가장 큰 과제는 경쟁 심화다. 쿠팡, 네이버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버티컬 커머스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해외 뷰티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거세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올리브영이 독보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헬스앤뷰티 스토어라는 정체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엿보인다.
■NO.1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화
이선정 대표는 "고객의 일상에 건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NO.1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팬데믹 위기 속에서 이선정 매직을 선보이며 올리브영을 뷰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만든 그가, 앞으로 K-뷰티의 어떤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의 다음 행보는 한국 뷰티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의 혁신 DNA가, 이번에는 경쟁 심화라는 새로운 도전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