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아름다운 ‘동업’ 실천하는 2세 CEO

삼천리그룹 이만득 명예회장.
삼천리그룹 이만득 명예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산업화 시절 삼천리 연탄에 기대 겨울을 나지 않은 이가 있었을까. 삼천리의 이 아날로그 감성은 70년을 이어 한결같이 우리 삶과 직결돼 있다. 삼천리가 공급하는 도시가스로 밥도 해 먹고 보일러도 땐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천리를 에너지원 사업만을 하는 기업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의 삼천리그룹은 환골탈태 했다. 도시가스 말고도 발전과 자동차 판매, 플랜트, 해외호텔 등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업종을 망라한다. 창업 70주년을 맞은 이 삼천리그룹을 이끄는 CEO는 누구일까. 2세 경영인 이만득 명예회장이다.

 

1955년 동업을 결심한 유성연 선대 회장 부부(왼쪽)와 이장균 선대 회장 부부가 처음 사들인 회사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955년 동업을 결심한 유성연 선대 회장 부부(왼쪽)와 이장균 선대 회장 부부가 처음 사들인 회사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천리와 삼탄의 동일 지분 보유 원칙

 

삼천리그룹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1955년 공동창업주 이장균과 유성연 둘이 삼천리연탄기업사를 설립한 게 시작이다. 나이 든 이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탄광 삼척탄좌가 회사 발전의 견인차였다.

그런데 삼천리는 창업 당시 동업자 관계였던 이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세웠던 원칙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 ‘동일 지분 보유 원칙’.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 같은 원칙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천리그룹의 지배구조 맨 꼭대기에 두 회사가 있다. 삼천리와 에스티인터내셔널(구 삼탄). 삼천리는 이 씨, 에스티이너내셔널은 유 씨가 각각 동일 지분을 갖고 역할 분담을 한다. 1985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드라마 <열망>의 두 주인공 임동진이 삼천리 이장균, 이순재가 삼탄의 유성연 역을 각각 맡아 열연한 걸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경영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나 인사 등 주요 사안은 양가를 대표하는 두 회장(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과 유상덕 에스티인터내셔널 회장)이 합의해 결정한다. 그룹의 상징적 대표 역할을 해마다 번갈아 가며 하는데, 그룹 신년사를 발표한 회장이 그 역할을 맡는다.

시쳇말로 부모 자식 사이에도 동업하지 말라고 할 만큼 동업 관계의 유지는 어렵다. 그럼에도 70년을 한결같이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왔다면 두 가문 간의 믿음과 의리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감히 평가할 수 없다. 두 가문 사이를 연결하는 끈끈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

 

삼천리그룹 창립 70주년 기념 엠블럼.
삼천리그룹 창립 70주년 기념 엠블럼.

 

선대 두 회장이 남긴 동업서약서

 

이만득 명예회장은 삼천리 공동창업주 이장균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고려대학을 졸업 후 미국 인터내셔널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삼천리그룹의 가발 수출회사 미성상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만득 명예회장은 그룹의 주요 사업 부문인 연탄, 도시가스, 열병합발전소, 신재생에너지, 해외에너지 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영 노하우를 쌓았다.

삼천리열처리에서 첫 임원이 된 이 명예회장은 삼천리 상무이사를 거쳐 삼천리기술투자 대표를 맡으면서 첫 CEO 명함을 새겼다.

가스 안전의 중앙집중화된 상황 관리 및 통합지휘통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삼천리 종합상황실.
가스 안전의 중앙집중화된 상황 관리 및 통합지휘통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삼천리 종합상황실.

 

그러면서 이 명예회장은 삼천리 부사장을 거쳐 1992년 부회장을 거쳐 이듬해인 1993년에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때 이만득 회장은 선대 두 회장이 남긴 동업서약서를 다시 읽어보며 다짐했다고 한다. 5개 항으로 되어 있는 동업서약서에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등이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선대 두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업 정신을 실천하며 이만득 회장은 이런 화합의 기업 문화를 이끌며 창업 이후 무분규 사업장의 전통을 만들기도 했다. IMF 때 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퇴직 임직원들이 분사해 운영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편의를 제공한 건 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1977년 삼천리 직원장학금 지급 개시 장면.
1977년 삼천리 직원장학금 지급 개시 장면.

 

골프 경영론 실천하는 CEO

 

지금 이만득의 직책은 명예회장이다. 20163월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해 9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일선 후퇴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다만 경영 보폭을 줄이고 자유롭게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의미가 행간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 70년 동안 에너지 한길을 걸어온 전통과 역량을 기반으로 하여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또 생활문화에 기반한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지속 성장을 추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를 위해 기술 연구와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의 발굴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독일 BMW의 공식 딜러사이기도 한 삼천리(삼천리이브이)는 중국 전기차 ‘BYD’의 공식 딜러사의 직함도 달았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BYD가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하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아토3’를 시작으로 BYD 전기차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란다.

삼천리는 2024127회 연속 소비자중심경영(CCM, Custo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획득했다. 삼천리는 또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도시가스 부문에서 22년 연속 1위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만득 명예회장은 평소 삼천리는 서민들에게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는 기업이므로 수익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서민이나 사회를 위해 앞정서야 한다는 지론을 실천하고 있다. 1987년에 창립한 천만장학회를 비롯하여 군부대 위문 등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삼천리를 성장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한 이만득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골프 경영론이다. 싱글 수준의 실력으로 골프를 즐기는 이 명예회장은 골프공은 같은 자리에 떨어지는 경우가 없듯 경영 환경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삼천리그룹 본사 전경.
삼천리그룹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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