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슬 끊어낸 정치인 출신 1호 CEO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CEONEWS=조성일 기자] 조울증 걸린 기후 탓에 이미 여름에 들어간 듯 에어컨을 켜야 하는 상황이다. 올여름 무더위 이겨낼 두려움에 앞서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이다. 혹시 한국전력이 만년 적자 타령하며 또 전기요금을 올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안도해도 될 거 같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83천억 원이었단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는다. 물론 ‘200조 원 부채 폭탄은 여전하기에 걱정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런 공룡 공기업 한전은 적자와 흑자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아슬아슬 나아간다. 그런 이 한전은 정치인 출신 1CEO 김동철 사장이 키를 잡고 있다. 그는 누구인가.

 

2023년 한전 김동철 사장(오른쪽)이 경영진과 지역 본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경영 및 경영 혁신 실천 결의를 하고 있다
2023년 한전 김동철 사장(오른쪽)이 경영진과 지역 본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경영 및 경영 혁신 실천 결의를 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한전

 

한전하면 으레 떠오르는 연관검색어 적자의 등식이 2024년에 깨졌다. 20204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3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던 터라 2024년의 영업실적은 반갑다. 특히 적자 규모가 202158천억 원, 2022327천억 원, 202346천억 원으로 누적적자가 42조 원을 넘었던 것이어서 이 같은 성과는 값지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한전의 흑자 전환의 이유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국민의 십시일반이 보태진 결과여서 마냥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연료 가격 안정화나 자구 노력으로 영업비용을 감소한 탓도 그 이유에 꼽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전은 성과급 및 임금 인상분 반납, 희망퇴직, 복지 축소, 전력시장 제도 개선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통해 37천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국민은 글쎄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체감지수가 아직 부족하다는 데 무게추가 가 있다는 건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총부채가 200조 원을 넘지 않은가. 이자 부담만 연 4조 원이 넘으니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이다. 번 돈 대부분을 이자 내는 데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25년 NEW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25년 NEW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

 

한전,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

 

일단 한전의 경영 상황 반전에는 정치인 출신 CEO 김동철 사장의 역할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김동철 사장은 지난 2‘2025 New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한전을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가 담긴 뉴 비전에는 10년간 한전의 로드맵을 위한 4대 전략 방향이 담겨 있다. 4대 전략 방향은 본업사업 고도화(국가전력망 적기 건설 및 고객 감동 서비스 구현)를 비롯 수익구조 다변화(에너지 신기술 및 신사업 기반 신성장동력 확보), 생태계 혁신 주도(R&D 혁신 및 기술사업화로 전력산업 생태계 육성), 조직 효율 극대화(기업 체질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기반 확립)이다.

이 같은 뉴 비전이 지향하는 청사진은 2035년까지 매출 127조 원, 총자산 199조 원, 해외 성장 사업 매출 20조 원, 총인원 26천 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기 양주에 설치한 200메가와트(㎿)급 BTB(Back To Back)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전압형 직류송전(HVDC) 설비.
경기 양주에 설치한 200메가와트(㎿)급 BTB(Back To Back)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전압형 직류송전(HVDC) 설비.

 

물론 김동철 사장은 이 청사진이 지향하는 곳은 국민 편익성 확보와 에너지생태계 혁신성장 견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전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망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K 스마트그리드 플랫폼을 구축해 효율적 송전, 배전망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한몫할 걸로 기대한다.

 

2024년 국회에서 업무 보고하는 김동철 한전 사장.
2024년 국회에서 업무 보고하는 김동철 한전 사장.

 

취임 후 전쟁 치르듯 24시간 상주 근무

 

김동철 사장은 역대 한전 사장 중 정치인 출신 1호이다. 알다시피 열린우리당에서 시작해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여러 당을 옮겨 다니며 4선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이유로 공룡 공기업 한전의 CEO가 되었다.

그의 한전 사장 임명에 반대도 컸다. 그의 커리어가 에너지와 관련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굳이 견강부회하면, 한전과 관련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직 2년과 상임위원장직 약 1년이 고작이었다.

이런 상황이자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대놓고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동철 사장은 산적한 한전의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성도 중요하겠지만 정치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그동안 거쳐 간 전문성 있는 CEO들이 문제 해결은커녕 되레 위기만 키운 거 아니냐는 반격이었다.

산불 현장에서 한국전력공사 협력사 직원이 송전 선로의 손상된 애자를 교체하고 있다.
산불 현장에서 한국전력공사 협력사 직원이 송전 선로의 손상된 애자를 교체하고 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김동철은 한전의 CEO가 되었다. 그러고 그는 사장실을 워룸’(비상경영상황실)이란 문패로 바꿔 달고 간이침대를 놓고 24시간 상주 근무를 했다. 김 사장은 직면한 절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라며 휴일까지 반납하고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현안을 챙겼다.

그 결과 취임 1년 만에 적자라는 주홍글씨를 파내고 흑자라는 머리띠를 둘렀다. 물론 이 흑자가 올해도 지속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시 덜 지원진 주홍글씨가 돋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주어진 자리에서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을 생각하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한다.

 

램프를 만들어 낸 것이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 낸 것은 안개였다.”

 

김동철 사장이 국회에서 했던 말이다. 그렇다. 그는 적자가 있어서 흑자가 탄생한다는 걸 믿는다. 한전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가 그의 손에 달려 있다면 지나친 과정일까.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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