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신용호의 ‘정신의 자유’ 철학 따라, 금산분리 압박에도 유지되는 문화 경영의 상징

 

교보생명
교보생명

[CEONEWS=김소영 기자]“보험은 경제적 자유를, 독서는 정신적 자유를 위한 것이다.”
창업자 故 신용호 회장이 남긴 이 철학은 2025년 오늘날까지도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이어주는 핵심 신념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신 회장은 1980년, “국민이 책을 가까이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국내 최초의 대형 서점 ‘교보문고’를 설립했다. 이는 단순한 유통업이 아닌, 국민 정신문화의 토대를 세우겠다는 철학적 결단이었다. 하지만 민간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이 비금융 문화 기업인 서점을 소유·운영하는 구조는 당시에도 지금도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교보문고는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를 중시하는 운영 방침을 고수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보문고는 2022년 약 270억 원, 2023년 약 25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약 2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책과 온라인 서점의 성장, 독서 트렌드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이후 이어진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교보문고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창업주 신용호 회장이 생전 “교보문고가 적자를 보더라도 끝까지 지원하라”는 유지를 남긴 데 따른 것이다.  내부관계자는 “문고는 단순한 자회사가 아니라, 교보그룹 정신의 상징”이라며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기업의 소명이 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는 이제 교보생명의 자회사라기보다는 교보그룹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문화적 기둥으로 인식된다. 광화문 본점은 2025년 현재에도 하루 평균 방문자 1만 5천 명 이상을 기록하며 여전히 도심 속 대표적인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주요 지점들도 단순한 서점을 넘어 북토크, 전시, 창작지원 프로그램 등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문제는 수익보다 구조다.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의 금산분리 규정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규정상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교보문고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현재 구조로는 IPO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교보문고를 분할하거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분 정리는 단순한 구조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만큼, 창업철학과 공공성 유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교보생명은 독서문화 확산과 교육기부 활동도 지속 중이다. ‘교보생명 꿈나무 독서캠프’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비영리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ESG 경영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문화적 소명을 실천하는 교보생명의 경영 방식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여타 기업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교보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기업 철학이자 문화 자산이며, 대한민국 독서문화의 상징으로 여전히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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