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최수연 대표의 리더십과 현실적인 도전 과제
네이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수연이라는 사람이 있다.
네이버의 도전 역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CEONEWS=박수남 기자] 네이버는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단순한 검색 포털을 넘어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은 한국 시장과 전혀 다른 성장논리를 요구한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과연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라는 이름이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인텔리전트 CEO
따라서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네이버의 변화 한가운데에는 한 사람이 있다. 법조계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CEO, 최수연. 그녀는 단순한 IT 전문가가 아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에서 학업을 이어간 그는, 법과 기술, 경영을 아우르는 감각을 지닌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네이버와의 첫 인연은 2005년, 홍보·마케팅팀에서 시작되었다. 공학을 전공한 그가 IT 기업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배웠다는 점은 의외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었다.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지를 실무적으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자본시장법을 다루며, 그는 기업의 전략적 성장과 법률적 리스크 관리에 대한 통찰을 키웠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체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법률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글로벌 기업 토대 마련
네이버는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아니다. 문제는 법률적 리스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가였다. 최수연은 네이버에 재입사하기 전, 여러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업하며 이 문제를 깊이 연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이 뛰어나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법률적 대응 전략과 데이터 보호 규제, 각국의 산업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한다.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이러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최수연 대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누구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실패를 허용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강조
그러나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장 그래프의 상향곡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의 DNA를 바꾸는 일이고, 기업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최수연 대표가 네이버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도 결국 조직의 문화였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변화가 더뎠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애자일(Agile) 조직 체계를 도입하며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혁신을 원하지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간 R&D 16조원 통큰 투자
네이버는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처음으로 매출 5조 원을 돌파한 이후, 신사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매출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네이버의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커머스 12.0%, 핀테크 13.0%, 콘텐츠 6.4%, 클라우드 17.0%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골고루 성장하고 있다. 10년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이 16조 원을 넘어섰고, 이는 매출의 25% 이상을 미래 먹거리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네이버 웹툰은 현재 전 세계에서 월간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 역시 일본과 동남아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AI, 클라우드, 콘텐츠 등 신사업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네이버의 매출 구조는 여전히 광고와 검색 중심이다. 검색 플랫폼의 글로벌 점유율은 0.01% 미만에 불과하다. 구글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네이버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들이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 글로벌 브랜트 파워 향상 과제
그리고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다. 네이버 웹툰과 라인은 해외에서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정작 ‘네이버(Naver)’라는 이름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구글과 OpenAI에 비하면 네이버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서비스 확장이 아니라, 네이버만의 철학과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바로 법률과 규제 문제다. 유럽연합(EU)의 GDPR(개인정보 보호법), 미국과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SA), 그리고 각국의 반독점 규제 등은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법률적 문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네이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십 50%이상 확대
네이버는 지금 단순한 한국의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전략 2025’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25% 이상 확대하고, 일본·동남아·북미·유럽 등 10개 이상의 현지 법인을 신설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50%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네이버는 지금,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10년 후, 네이버는 어떤 기업이 되어 있을까. AI·클라우드 중심의 글로벌 테크 기업이 될 수도 있고,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혹은, 성장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다시 한국 중심의 기업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네이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수연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도전 역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