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의 미래 짊어진 한국의 스티브 잡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CEONEWS=조성일 기자] 넥슨 창립자인 고 김정주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함께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업계의 트로이카를 구축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 부른다. 그도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이 시작한 기업을 떠났다가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다시 돌아와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방준혁은 김정주나 김택진처럼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개발된 게임을 퍼블리싱하여 론칭하는 마케팅으로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다. 그런 방준혁은 또 하나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코웨이 이사회 의장. 게임 회사와 정수기 회사의 부조화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업계에선 그의 코웨이 인수를 두고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한다. 더욱이 방준혁 의장은 고교 중퇴 학력의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경영 수완에 남다른 시선을 모은다. 방준혁은 누구인지 탐구해 보자.

 

레이븐2.
레이븐2.

 

넷마블 라인업 3종 구글플레이 TOP3 진입

 

요즘 잘나가는 업종을 꼽으라면 게임업을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거다.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은 물론이거니와, 최근에는 전용 게임기를 TV나 모니터 화면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게임도 이제 ‘K-게임이 날개를 펼쳤다고 평가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첫 주의 게임 시장은 넷마블의 신작 레이븐2’의 상승세가 이슈였다. ‘레이븐2’‘2015 대한민국 게임 대상대상을 받은 레이븐의 후속작이다.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과 더불어 넷마블이 올해 내놓은 대작 라인업 3종이 모두 구글플레이 TOP 3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나 혼자만 레벨업.

 

이로써 넷마블은 그동안 2년 연속 적자를 보이던 경영 지표가 흑자 전환의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걸로 보인다.

넷마블은 이런 청신호를 발판 삼아 신작의 장기 흥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콘텐츠를 지속해서 추가하고 서비스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6개월분의 스토리를 이미 개발했다는 넷마블은 하반기엔 스팀 플랫폼, 내년엔 콘솔 플랫폼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스달 연대기.
아스달 연대기.

 

또한 최근 넷마블은 영국 주류 수입·유통 전문기업 트랜스베버리지와 이색협업을 진행해서 눈길을 끈다. 트랜스베버리지는 넷마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 게임인 레이븐2’와 협업한 ‘BB&R(Berry Bros & Rudd) 더 도미니온 캐스크 루드 아모르 2011’를 출시하는데, 322병 한정 수량이라고 한다.

BB&R1698년에 창업한 영국 최초 주류회사로, 영국 왕실에서 품질과 가치를 인정하는 브랜드에게만 주는 로열워런티를 2개나 갖고 있을 만큼 세계적인 명품을 자랑한다.

이런 회사가 게임마니아와 위스키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색협업을 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넷마블의 위상 또한 이에 걸맞은 것으로 평가받는 좋은 기회이다.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문화재단 출범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문화재단 출범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진품 흙수저 출신 CEO

 

이런 넷마블의 출발은 학원 가기 위해 신문을 배달해야 했던 한 진품흙수저 소년의 꿈에서 비롯됐다. 방준혁. 고등학교를 다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퇴한 그는 중소기업에 취직한다. 여기서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인생 역전을 꿈꾸며 인터넷 영화와 위성 사업을 시작한다.

텔레비전에서 홈페이지 하나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얘길 듣고 결행하긴 했지만, 그때까지 그에게 사업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방준혁은 실패한다.

씨네파크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편당 500원을 받고 영화를 서비스하는 회사였는데, 이런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때이기도 하였고, 이용자들이 과금에 부정적었던 터여서 성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거다.

하지만 방준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KT의 아리랑 3호 위성을 인수해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역시 실패라는 낱말이 더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방준혁은 아이팝소프트 사외이사라는 명함을 갖는다. 아이팝소프트는 우리나라 최초로 게임 엔진을 개발한 회사였는데,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골리앗 앞의 다윗 신세인지라 당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이에 방준혁은 2000년 고민하다 이 회사를 덜컥 인수한다. 그리고 방준혁은 웹보드 시장을 공략한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RPG(Role-Playing Game)게임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게임이 대세이고, 고스톱·바둑·체스 같은 웹보드 게임도 한게임이 장악하고 있던 때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방준혁에겐 없을 것 같던 틈새가 보였다. 웹보드 게임 시장에서 소외된 청소년과 주부 같은 소비자들이 있었던 거다. 이에 방준혁은 이 시장을 공략하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방준혁은 나름의 게임 철학을 정립한다. 사람들이 게임을 가지 않는 것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어렵기때문이다. 그래서 방준혁은 유치한(?) 게임을 만들어 승부를 건다. 이름을 아이팝소프트에서 넷마블로 바꾸면서 틈새 전략을 편 방준혁의 승부수는 통했다.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
넷마블 방준혁 의장.

 

실패한 인재에 가산점 주는 CEO

 

방준혁 의장은 특히 인재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의 세계가 있다. 업계에 회자되는 전설 같은 얘기 하나. 20082월 어느 날 밤, 요란한 전화벨이 지쳐 잠든 방준혁 의장을 깨웠다. 수화기 너머 전화를 건 사람은 넷마블 수석 엔지니어 오재훈 차장이었다. 그는 대학 휴학생 신분으로 넷마블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1년만 더 일해달라는 방준혁 대표의 요청에 고민하고 있었다.

오 차장은 대뜸 졸업부터 하고 6년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거절이었다. 이에 방 대표는 그에게 역제안을 한다. 부모님이 허락하면 자신의 제안을 받아달라는 거였다. 그리고 함께 오 차장의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책임지고 성공하고 결혼도 시킬 테니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결과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대로다. 1년 만에 넷마블은 270억 원 매출에 158억 원의 흑자를 냈다. 방 대표는 그 약속대로 오 차장 결혼식의 주례를 섰다고 한다.

이렇듯 방준혁 의장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는 확신이 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아 둔다. 그리고 방준혁 의장은 실패를 경험한 인재에게는 가산점을 줄 정도로 소중하게 여긴다. 실패의 교훈이란 말처럼 실패해 본 사람만이 쓴맛을 알고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준혁 의장은 학력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력서의 학력란은 으레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직원들끼리 학력을 묻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라고 한다.

 

넷마블문화재단 출범 단체기념사진.
넷마블문화재단 출범 단체기념사진.

 

떠났다 다시 돌아와 부진한 회사 부활

 

그러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을 CJE&M에 매각하고는 CJE&M의 게임사업부문인 CJ인터넷 사장을 지내다 건강이 나빠져 게임업계를 떠났다. 그런데 그는 다시 돌아와야 했다. 회사가 부진에 빠졌던 거다.

방준혁의 복귀는 곧 경영의 정상화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한국 게임사 중 가장 먼저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20191230,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만으로 부족하다 싶었는지 정수기 회사인 코웨이를 전격 인수하였다. 사실 넷마블은 코웨이 매각 예비입찰에 전혀 낌새를 보이지 않았던 터라 본입찰에 깜짝 등장하자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넷마블은 두 달간의 지리한 협상 끝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처음엔 게임 회사와 정수기 회사의 어색한 만남으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내 시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넷마블의 경영 실적 부진을 코웨이의 흑자로 상쇄하는 효과가 나타났던 거다.

물론 두 회사의 교집합을 ‘4차산업혁명에서 찾은 방준혁 의장은 구독경제의 대표 사례인 넷플릭스처럼 실물 구독경제를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넷마블 신작 모바일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
넷마블 신작 모바일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

 

넷마블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는 처음 기업집단에 편입된 하이브와 여러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 의장과는 친척 관계로 알려졌는데, BTS의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방준혁 의장을 이런 말로 평가한 바 있다.

가난뱅이에서 거부가 된 방준혁과 넷마블의 성공 스토리는 재벌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한국에서 젊은 세대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렇다. 찐 흙수저의 성공 신화라고 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꿈꾸면 이룰 수 있는 실현 가능성을 방준혁 의장은 보여주었다.

아무튼 방준혁 의장은 어쩌면 게임업계의 이단아처럼 보이지만 게임에 가장 최적화된 CEO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K-게임이 그의 손을 타고 세계에서 어떤 모습의 날갯짓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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