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먹은 공룡… 11번가까지?
연말까지 인수여부 가시화, 이미 5천억원 확보

[CEONEWS=최재혁 기자] 유통업계 공룡이라 일컫는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업계가 큐텐의 구영배 대표이사의 등장으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를 인수한 큐텐이 11번가까지 노리고 있는 것. 4개의 회사가 합산될 경우 쿠팡과 네이버에 이은 초거대 이커머스 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존경쟁에 내몰린 업체들의 몸집 키우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거침없는 큐텐의 행보는 구영배 대표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구영배 대표는 인터파크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인터파크 사내벤처를 통해 2003년 G마켓을 설립한 인물이다. 2007년에는 G마켓으로 전자상거래 업체들 중에서 최초로 연간 거래액 3조 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에 등극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한 이후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동남아시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0년부터는 싱가포르에서 이베이와 함께 큐텐을 설립해 아시아 통합 시장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큐텐은 현지에서 중국의 빅테크 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쇼피’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라자다’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싱가포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0%를 넘으며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리는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Qxpress)의 글로벌 배송망, 무료배송 서비스, 다양한 세일 시즌을 활용한 프로모션, 여러 채널을 통한 마케팅 등을 활용하면서 특히 한국제품을 판매에 주력해 성공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는 소득수준이 높아 중국 저가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싱가포르 소비자가 많았다는 것이 주효했다. 큐텐은 이러한 싱가포르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위해 한국제품을 팔기 시작해 큰 호응을 얻으며 싱가포르 이커머스 시장을 휩쓸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화장품과 전자제품, 식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제주 감귤과 나주 배와 같은 신선식품도 2-3일 내에 배송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제품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큐텐은 한국제품의 해외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 풀필먼트 물류 서비스를 갖춰 국내 판매자의 가격 경쟁력을 사수하는 한편, 싱가포르 현지 창고의 풀필먼트 서비스로 재고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또한 국가 기관인 중소벤처진흥공단, 코트라 등과 협력하며 국내 판매자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속전속결’ 구영배식 기업인수 스타일

 

이렇듯 싱가포르에서 한국업체로서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지난해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의 전초를 마련했다. 이후 큐텐은 올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 4월에는 위메프를 연이어 인수하며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7월부터는 11번가 인수를 시도했으나 인수가격에서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무산됐다. 그러나 큐텐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물밑 협상으로 다시 11번가 인수의 물꼬가 텄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가 지난 9월 말부터 큐텐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얼마에 사들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해당 지분을 넘겼다. 당시 투자 약정상의 조건은 5년 내 기업공개(IPO)이다. 그러나 IPO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한인 9월 30일까지 IPO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SK스퀘어는 보유하던 11번가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SK스퀘어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투자금 회수 시한을 연장해주면서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다. 그리고 큐텐은 10월 초 11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에 한 두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연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큐텐이 기존 3사에 11번가까지 인수하게 되면 4개사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15%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이 10% 초반대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큐텐이 사실상 쿠팡(24.5%)과 네이버(23.3%)에 이어 국내 3위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앞서 나가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와 같이 큐텐이 공격적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큐텐의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꼽기도 한다. 큐텐은 현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티몬, 가전·디지털 거래액 331% 폭발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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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직접구매)시장 거래액은 3조1,62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6,735억원)대비 18.3% 증가했다. 2분기 기준 거래액은 1조6,3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6% 신장했다.

티몬 관계자는 “해외 직구가 계속 성장하며 국내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각지의 우수한 브랜드와 상품들을 직접 소싱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큐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티몬과 위메프의 해외직구 거래액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92%, 216% 증가했다. 큐텐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직구 상품 수와 국가를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며 글로벌 상품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지 셀러로부터 직접 소싱한 상품을 판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류 시너지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제고하면서다.

티몬은 큐텐과의 협업으로 △가전·디지털 331% △출산·유아동 33% △가구·리빙 32% 순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큐텐의 해외 셀러가 직접 상품을 등록해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직구 상품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직구로 시중 가격의 거의 절반값에 판매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티몬의 올해 3분기까지 파트너사의 평균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티몬에서 판매한 파트너사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116%에 달했다. 고객 1인당 구매액도 78% 많아졌다. '10분어택', '몬스터메가세일', '단하루', '균일가' 등 다양한 특가 매장이 파트너사 매출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고 티몬은 분석했다.

해당 기간 특가 매장의 특가 상품 수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통한 파트너사의 매출 성장이 상품과 브랜드 확장으로 이어졌고 이는 고객의 평균 구매액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가 구축됐다는 게 티몬의 자체 평가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티몬의 전체적인 매출 지표도 호조세다. 같은 기간 티몬의 거래액은 72% 늘어 지난해 4분기 성장률(60%)을 넘어섰다. 엔데믹과 함께 수요가 폭발한 여행 부문 거래액이 2배가량 늘었고 가전·디지털(62%↑), 출산·유아·아동(52%↑), 해외 직접구매(48%↑) 등도 성장세가 가팔랐다.

 

국내에서 해외직구로 시장 확대

 

위메프도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23개국 해외 직구 전문관을 열고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큐텐에 등록된 인기 상품을 엄선해 판매 중이다. 국가별 인기 상품으로 구성된 ‘해외쇼핑데이’ 행사에서는 전 상품 관·부가세 포함 등의 혜택으로 7월 대비 8월 거래액이 10배 이상 급증하며 눈에 띄는 성장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는 큐텐과 함께 인도 주요 브랜드 상품을 직접 소싱해 국내 인지도가 낮지만 품질은 좋은 인도의 뷰티·식품을 선보였다. 인도 브랜드 상품의 월 평균 거래액은 매달 146%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직구 사업의 가장 큰 바탕은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의 협업으로 배송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다. 통합 풀필먼트 프라임 서비스는 큐익스프레스의 11개국 19개 거점에 걸친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다. 배송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국내는 2일, 해외는 5일 내 상품 발송이 가능하다. 고객이 오후 2시 전 주문하면 당일 상품이 출고돼 국내 배송은 다음날 바로 수령이 가능하다.

이커머스 업계는 포화된 국내 시장의 출혈 경쟁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직구 사업을 꼽고 있다. 국내 상품과 달리 해외 상품은 소싱 능력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과 물량 면에서 또 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두 달간 구영배 대표의 큐텐이 11번가의 인수에 성공해 업계 3위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에 전 유통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거대 이커머스 연합의 새로운 출몰이 어떠한 형태로 다시 한 번 업계를 뒤흔들어 놓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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