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천장 깨고 우뚝 선 입지전적 여성 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CEONEWS=조성일 기자]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장벽을 가리켜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 능력이 있음에도 여성이라거나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가로막히는 차별과 편견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유리 천장은 너무도 공고해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깨는 사람이 있다. 지금 우리가 탐구하려는 CEO인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강 은행장은 특히 힘든 것으로 유명한 금융권 유리 천장을 깼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유리 천장을 깬 사람은 그를 비롯하여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유명순 씨티은행장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유리 천장을 깬 걸로 그치지 않고 바다를 넘어 대양으로 항해하며 CEO로서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강신숙 은행장. 그는 어떤 CEO일까.

 

수협 최초 여성 은행장에 취임한 강신숙 은행장이 수협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수협 최초 여성 은행장에 취임한 강신숙 은행장이 수협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최초수식어 여럿 단 입지전적 인물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은 유리 천장을 깨뜨린 장본인답게 최초의 수식어를 여럿 달고 있다. 그는 수협 안에서 최연소 여성 부장,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 여성 임원(상임이사)을 기록했다. 그의 수식어에 달린 여성이라는 두 글자는 우리 사회의 고착된 가부장적 의미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남다르게 다가온다.

더욱이 금융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여성들에게 유리 천장이 견고하기로 유명했기에 공채 출신 여행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은행장까지 올랐다는 것은 입지전적 인물이란 세평이 되레 무색할 정도이다.

그가 은행장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노력과 리더십이 작용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치열함을 배워야 했다. 딸 부잣집의 아홉 딸 중 일곱째였던 터여서 귀여움 같은 건 애당초 꿈도 꾸지 못했다. 위로도 언니들이 즐비했고, 아래로도 두 동생이 있었기에 집에서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예쁜 옷이나 맛있는 음식 차지는 언감생심이었다. 위에서 물려받아 그를 거쳐 동생들에게 전달되는 통로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그런 그는 전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스튜어디스 꿈을 접고 수협중앙회에 들어간다. 이유는 유니폼을 입은 여행원의 모습에 반해서다. 그렇게 여행원이 되었지만 동경하던 모습과 너무 다른 현실에 그는 실망이 컸다.

당시 은행에서 여직원의 위상은 꿈을 꿀 수조차 없는 자리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행원은 특별한 지위나 직책이 없이 허드렛일이나 하는 존재였다. 그가 그때 맡은 업무를 보면 여성 차별의 흔적이 더 명확해진다. 커피나 복사 심부름에다 창구에서 공과금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으니까.

하지만 남다른 승부욕의 소유자인 그는 이런 차별에 주저앉을 사람이 아니었다.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그를 남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특히 그는 수협의 각종 업무와 규정, 협동조합법 등을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외운 탓에 걸어 다니는 규정집으로 불렸다. 남성 행원들이 그에게 각종 규정을 물어보는 역전의 상황이 일어났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전환고시에서 전국 2등 합격으로 보상받았다. 이렇게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그는 잔심부름이나 하는 여행원이 아닌 남성 직원들과 똑같은 업무를 하는 행원으로 거듭났고, 전주에서 서울 노량진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왼쪽)과 왕옥결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 대표가 업무협약 채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왼쪽)과 왕옥결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 대표가 업무협약 채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되어 종횡무진

 

서울에 온 강신숙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맘껏 헤엄쳤다. 그가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과장 시절 수협과 거래하며 지켜보던 한 중견 제화업체가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다는 점을 보면 그의 능력을 알 만하다.

그는 ‘3()·5()·10()’를 영업전략으로 꼽는다. 하루에 고객사 3곳을 찾고, 고객 5명과 통화하며, 고객의 상황과 니즈를 분석해 최적의 지원방안을 10번 이상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고객관리노트를 만들어 고객의 가족관계, 취미, 고향 등 사소한 정보까지 적어두고 맞춤형 상담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였기에 그는 업무 개선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석촌동지점 과장 시절 그는 파출수납이라는 독창적 영업방식을 실행했다. 지금은 보통명사가 된 파출수납은행이나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같은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며 돈을 받아 예금을 대신해 주는 일을 말한다. 그의 이 같은 공로는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전국 금융인 가운데서 선정한 7명의 신지식 금융인에 포함됐다.

서울 오금동지점장이던 그는 2002년 수협 설립 40주년 광고 모델이 됐다. 그 많은 수협인들 가운데 광고 모델로 발탁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누가 보더라도 긍정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 그는 그때 마침 생물학적 나이가 마흔 살로 수협과 동갑이었고, 사실상 폐점 직전의 오금동지점을 맡아 8분기 연속 전국 영업점 1위로 만들었다.

그는 수협은행의 친절 강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3·5·10전략의 실천가답게 그는 친절로 관계를 트고, 신뢰로 거래를 터서 실적을 쌓았다. 그런 그였기에 친절은 천성이 되었고, 그 천성은 1994년 석촌동지점 근무 시절 친절 전도사로 뽑히게 했다. 친절 전도사가 된 그는 자연스럽게 수협은행의 임직원들에게 친절을 교육하는 강사 역할까지 한다.

긍정적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어떤 힘든 일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뚜렷한 목표 의식이라고 말한다.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가지자 의사가 직장을 포기하든지 아기를 포기하든지 선택하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아이도 일도 분명한 목표였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둘 다 이루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이 2024년 입행 신입행원 연수현장을 찾아 신입행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이 2024년 입행 신입행원 연수현장을 찾아 신입행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수협은행 최초 여행장

 

서초동지점장을 끝으로 일선 지점장에서 수협중앙회로 자리를 옮긴 강신숙은 수협중앙회 심사부장을 비롯하여 중부기업금융센터장, 강북지역금융본부장, 강남지역금융본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2013년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 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부행장이 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부문 상임이사로 일하다 수협중앙회 상무가 됐다.

이렇게 수협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강신숙은 202211sh수협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는 사실 2017년에 은행장에 도전했다가 지원 의사를 철회한 바 있었던 터여서 이번이 재수였다.

사실 sh수협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으로 달았던 부실 경영의 딱지를 202111월 떼었기에 sh수협은행은 새롭게 웅비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었다. 그래서 금융계에선 누가 은행장이 되는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결국 승자는 강신숙이었다. 수협은행 최초 여성 행장. 더욱이 강 은행장은 여느 은행장과 달리 주경야독으로 대학과 행정대학원을 다녔다. 굳이 따지자면 이론보다는 현장에 다 강한 강 은행장은 준비된 은행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강신숙 은행장은 재임 기간을 새로운 수협은행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5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안정적 수익 창출 기반 마련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금융 디지털 전환 가속화 미래지향적 조직체계 구축 어업인과 회원 조합 지원 강화 등.

그런 그였기에 행장이 된 강신숙의 행보는 현장과 소통하는 경영에 두었다. 취임하자마자 한 달간 전국의 영업점을 돌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가지면서 경영철학을 공유했다.

그는 은행을 찾은 고객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고객은 그저 왔다가는 손님에 불과하다. 담당자가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고객이 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고객 1: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스스로 방문한 고객은 절대 그냥 보내지 않는다는 명제를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강신숙 은행장은 특히 해양수산 전문은행이란 특성을 살리는 ESG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202311‘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놨는데, 해양환경 분야에서 국내 15개 주요기관과 ‘ESG 공공금융협약을 체결하고 해양수산 공익상품을 판매했다며 해양환경 보호와 어촌지역 활성화 지원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국제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GRI)과 미국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개정사항 등 최신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준수하고 검증기관의 제3자 검증도 마쳐 내용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Sh수협은행 임직원 200여 명이 모여 ‘2024년 제1차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Sh수협은행 임직원 200여 명이 모여 ‘2024년 제1차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한 번 쓴 성공 전략 다시 쓰지 마라

 

강신숙 은행장이 유리 천장을 깬 지금까지의 경영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은행장 취임 당시 약속했던 자생력을 갖춘 튼튼한 은행’, ‘협동조합은행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미션을 완성해 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강 은행장은 손자병법 허실 편에 나오는 기전승불복(基戰勝不復)’의 정신을 강조한다. 한번 써먹은 성공한 전략은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수협은행에는 이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통적 은행 사업 중심의 성장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자 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방카, 펀드, 신용카드 등 전통적인 비이자 사업 부문 외에도 투자금융과 자금 운용 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비이자수익 창출 채널을 확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기적으로는 비은행 자회사를 인수해 수익구조 다각화를 이뤄낼 방침이다.

강 행장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익성 개선, 장기적 수익 창출 기반 마련 등 수협은행의 체질을 바꾸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협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산운용사, 캐피탈 등 소형 비은행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디지털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공적자금 상환에 집중하느라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이제 고객 중심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강신숙 은행장은 여전한 고금리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악재 속에서도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비이자이익 실현에 몰두하는 한편 그동안 궤도에 오른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비이자이익과 핵심 예금 증대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작정이다.

그러면서 강 은행장은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 현장 경영을 통한 수익성 다각화에 집중해 금융지주 설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작정이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강신숙 은행장의 좌우명은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이다. 당나라 이백이 상의산(象宜山)에서 공부할 때 한 노인이 냇가에서 도끼는 가는 걸 보고 그걸 갈면 바늘이 되느냐고 물은 고사에서 비롯된 말로 초심을 잃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행장이기에 앞서 직장 선배로서 더 좋은 직장,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다는 강신숙. 그는 어떤 철학과 성과로 sh수협은행의 오늘과 내일을 그려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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