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글로벌화 이끄는 생산 관리 전문 CEO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CEONEWS=조성일 기자]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를 겨냥한 제4차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국내 식품시장을 지금의 1.7배 수준인 1100조 원 규모로 키우고, 농식품 수출을 15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담았다. 이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견인하는 최전선에 내로라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식품 상장기업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1위를 한 농심 역시 맨 앞에서 달리고 있다. 농심은 ‘K-푸드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 농심을 이끄는 CEO는 누구일까. 이병학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CEO 탐구는 이병학 대표를 집중 조명한다.

 

농심의 글로벌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농심 제2공장.
농심의 글로벌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농심 제2공장.

 

수익구조 질적 전환을 이뤄낼 CEO

 

이병학 대표는 ‘K-푸드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는 농심이 오너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CEO이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농심을 일군 라면왕신춘호 회장이 2021년 작고하면서 그룹을 승계한 맏아들 신동원 회장이 2022년 농심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40년을 넘게 농심맨으로 일하던 기존의 박준 부회장과 이병학 부사장을 발탁해 공동대표제를 도입했던 거다.

신동원 회장은 그룹 전체를 총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 충실하고 국내외 현안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 복안이었다. 사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역할 분담에 대해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전략을 따른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신 전 회장도 회장이 되면서 오너 일가는 그룹 일에 치중하고 현안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었다.

그러다 농심은 지난해 초 공동대표인 박준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고 이병학의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 부회장은 농심의 2인자로 불리며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에서 영결사를 낭독한 영원한 농심맨이자 신춘호 회장의 오른팔이었다. 그런 박 부회장의 퇴진은 농심의 2세 경영인 체제의 본격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그러던 박 부회장은 공동대표로 1년여 동거하면서 이병학 사장의 단독대표체제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해온 걸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인수인계 같은 지원을 해왔었던 거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학 대표의 단독체제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걸로 평가된다. 이병학 대표가 생산 관리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어느 때보다 식품 업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특히 식품 업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좁아진 공급망 상황에서 비롯된 원자재값의 무차별 상승에 따른 생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국내외 경영 환경의 악조건을 돌파해낼 적임자가 바로 생산 관리 전문가인 이병학 대표라는 데는 농심 안에서 이견은 없었다. 그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며 원가 구조를 재구성하는 한편 수익구조 역시 질적 전환을 이뤄낼 CEO라는 거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농심 신라면.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농심 신라면.

 

농심 최고의 생산시설 노하우 소유자

 

이병학 대표는 충남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농심에 들어가 농심맨으로 평생 커리어를 쌓은 생산의 달인이다. 농심에 이 대표만큼 자동화 설비 등 최첨단 생산시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물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이 대표는 생산 관리에 있어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사실 농심의 주요 생산 시절 중 이 대표가 관여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지만 특히 농심 생산기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안양과 구미공장은 그에게 많은 현장 경험을 쌓게 해준 곳이다.

구미공장을 증축할 때인 2000년대 초만 해도 낯설었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이 대표이다.

혹자는 라면 생산 공정에 그렇게까지 까다로운 첨단 장비가 필요할까 의구심을 나타낼지도 모르겠는데, 그 정교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길이가 40인 면발 100가닥이 들어가야 신라면 한 봉지가 되는데, 100g 한 봉지에 2g만 넘치거나 모자라도 불량이라는 것. 면발의 굵기 역시 초정밀을 요구하는데, 신라면은 1.3, 짜파게티는 1.55, 얼큰한너구리는 1.6라고 한다. 밀가루를 납작하게 누르는 압연, 압연기 속도를 줄이며 면을 꼬불꼬불하게 하는 절출, 면을 끓이고, 자르고, 튀기고, 식히고, 포장하는 일련의 공정을 통해 이런 면발을 생산하기까지는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체제(IFS·Intelligent Factory System)가 컨트롤한다.

구미공장의 라면 공정 첨단화를 이뤄 생산 관리에 획기적 전환을 주도한 이 대표는 2005년 안양공장 생산기술팀장을 맡으면서 이번엔 라면 생산의 실무를 경험한다. 이렇게 설비와 생산 등 현장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이병학 대표는 구미공장장과 안양공장장을 거쳐 2017년 농심 전 공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생산부문장인 전무로 승진했다.

아울러 이병학 대표는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안양공장 생산기술팀장 시절부터 중국 상하이, 칭다오, 선양과 미국 LA 등지에서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특히 2022년 미국 제2 공장의 본격 가동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2005년에 지은 첫 공장에 이어 17년 만에 2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량을 기존 5억 개에서 85천만 개로 늘렸다. 이는 중국의 청도신공장과 더불어 농심의 글로벌시장 1위로 도약하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제3공장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인기 연예인 유재석이 모델로 나선 배홍동 광고.
인기 연예인 유재석이 모델로 나선 배홍동 광고.

 

대내외 악조건 속 글로벌시장 1위 목표

 

하지만 이병학 대표 앞에 꽃길만 놓인 건 아니다. 2022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이 최초로 100조 원을 돌파했는데, 농심이 22280억 원을 차지하며 식품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으면서 인플레이션으로 밀가루와 식용유 등 원가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을 올렸지만 치솟는 원자재 가격 상승폭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글로벌 식품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5가지를 꼽은 바 있다. 높아진 식량 가격, 기후 위기에의 본격적 대응과 함께 성장할 친환경 식품시장, 일상으로 들어온 푸드 테크, 제품을 변화시킨 공급망 위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성장한 기능성 식품시장이 그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식품기업인 농심이 맞닥뜨린 현실은 결코 녹록지않음을 보여준다. 이 얘기는 곧 이병학 대표의 성장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위기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한숨 돌린 상황이다.

이병학 대표는 특히 최근 가장 민감한 글로벌 이슈가 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미 202212월에 국내 전 공장에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을 도입하여 환경경영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그때 4개 사업장이 녹색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원재료 조달에서부터 생산과 판매, 회수와 재활용까지의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실천하는 전략이다. 경영 성과를 평가할 때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등 환경지표를 반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농심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공정인 포장 관련 분야에 3R 전략(Reduce, Recycle, Replace)을 도입했다. 지속가능한 패키징을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포장재를 ERP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포장재의 재질과 무게, 재활용 용이성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한다. 급에 대한 정보에 기반한 관리를 시행한다. 지난해 농심이 자원순환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발달장애인 18명 채용하여 신나는 심포니 창단한 농심.
발달장애인 18명 채용하여 신나는 심포니 창단한 농심.

 

올해의 경영지침 전심전력

 

이병학 대표는 2024년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경영 악재의 상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동안의 시련은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삼으면 보다 나은 오늘과 내일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그는 올해의 경영지침으로 전심전력을 제시했다. 너무도 당연하고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 이 지침은, 그러나 누구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말이 쉬워 전심전력이지 이를 실천하는 데는 남다른 집중력과 실천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이 지침을 내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농심은 국내 1위 식품기업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물론 목표는 글로벌 1위 기업이겠지만 이 같은 성과에 긴장이 다소 해이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자칫 순간의 방심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당위가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이 지침에 대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의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미래를 열어나가자.”

이 대표는 자칫 국내에서의 성공 경험을 해외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접근 방식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시장은 다르다. 소비자들이 다르고, 소비문화가 다르다. 자칫 국내에서 하듯 접근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현지의 문화에 맞는 전략으로 성공 방정식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병학 대표는 사업영역의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내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농심의 미래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었다. 이를 위해 M&A, 스타트업 투자 및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병학 대표는 농심에게 붙여진 수식어 ‘K-푸드의 대표 주자에 걸맞은 사회 공헌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식생활의 즐거움을 더해 환경과 사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본연의 가치에다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사회공헌단은 이웃과 더불어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행복을 추구한다라는 이념 아래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백혈병소아암 환자가 맘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백산수 한정판 출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불우시설과 단체에 제품을 기부하는 한편 노력봉사활동을 펼친다. 2009년부터 시작한 푸드뱅크는 라면과 스낵, 생수 등을 기부하여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2020년부터는 매년 1016일 세계식량의 날을 기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어린이들을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농심 켈로그사와 협업하여 행복 나눔 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1위 기업을 향해 달리는 농심의 선장 이병학 대표는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과 사회가 함께 사는 꿈을 실현하길 바라며 여의주를 얻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용과 같은 기세로 더욱 힘차게 ‘New 농심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자고 외쳤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