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누적 1조원 투자 집행…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만드는 ‘마이다스의 손’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사진 알토스벤처스)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사진 알토스벤처스)

[CEONEWS=오영주 기자] 지난해 미국 VC(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에서만 35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누적금액은 1조원을 돌파하면서, 여러 대형 이커머스들을 키워낸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실재로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은 쿠팡과 배달의민족·하이퍼커넥트·크래프톤·29CM 등이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초기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투자 유치를 위한 재무설계 등을 지원하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1월에만 크림, 스위트스팟, 플레이리스트 등에 후속 투자했다. 더불어 100억원 이상을 스타일메이트, 리얼드로우, BHSN 등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초기 투자로 대박 수익을 내며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유니콘 제조기’로 통하는 만큼 올해 투자한 기업들의 성장 지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토스벤처스는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코리아 오퍼튜니티 펀드(Altos Korea Opportunity Fund L.P.)’를 2014년부터 결성해 운용해오고 있다. 올해는 5억달러(약 6473억원) 규모의 ‘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니티 펀드 6호’를 결성했다. 1호 펀드가 6000만달러(약 776억원)로 결성된 것을 고려하면 10년만에 규모가 10배가량 늘었다.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의 벤처·스타트업에 전담 투자하는 펀드의 누적 결성액은 15억달러(약 2조원) 수준이다. 해당 펀드들의 국내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로는 카카오, 네이버, GS리테일, SBS콘텐츠허브, 에이티넘파트너스, 새한창업투자 등이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알토스벤처스의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지난달 아시아 벤처캐피털 저널(Asian Venture Capital Journal)이 주최한 2023 어워즈에서 최고 VC 펀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협회 주최로 20여개국으로부터 185개 회사와 300명 이상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 VC 행사이다.

한 킴 대표는 “쿠팡의 거래액이 1조를 기록하기까지의 기간은 미국 아마존 거래액이 1조를 기록하기까지의 기간보다 훨씬 짧았다. 고려해야 할 것은 중요한 건 인구 사이즈와 소득 등인데, 당시 한국은 온라인 이용률이 굉장히 높았고, 배송이 이뤄지는 도시간 거리도 짧아 더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사업의 타당성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토스벤처스는 국내에만 누적 1조원 투자를 집행했다(사진 the vc)
알토스벤처스는 국내에만 누적 1조원 투자를 집행했다(사진 the vc)

창업자 뒤에 있는 ‘무언가’에 투자하는 철학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뛰어들어 대박 수익을 내며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유니콘 제조기’로 통한다. 이는 한 킴 대표만의 특별한 투자 철학에서 비롯됐다.

한 킴 대표는 “우리는 대부분 자선, 교육 또는 비영리 사명을 가진 기관 투자자를 대신하여 투자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기업가에게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며, 우리는 똑같이 강한 목적 의식을 가진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알토스벤처스가 스타트업 초기 투자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창업자의 철학이다.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숫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리는 주인 의식을 가진 경영진,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리더, 모든 이해 관계자를 위한 가치 창출, 수익에 대한 안목을 가진 경영진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 철학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글로벌펀드가 준수한 실적을 거뒀는데, 이는 알토스벤처스의 영향력이 지대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해외 VC 글로벌펀드는 6293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후 8조 8516억원 규모의 자펀드 59개를 만들어내는 운용 성과를 거뒀다.

모태펀드 출자금에 해외자본을 매칭(matching)하는 형태로 결성된 자펀드들은 국내기업에 1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422개 기업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90%는 한국기업이라는 게 한국벤처투자의 설명이다.

자펀드 운용사 가운데선 알토스벤처스의 활약을 콕 집어 언급했다. 중간배분으로만 출자금의 7배를 돌려받았을 정도로 운용 성과가 두드러진다고 호평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하이퍼커넥트 등 토종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길러내는 정책적 성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알토스벤처스는 2019년부터 HR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포트폴리오사를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메이크스타는 알토스벤처스의 지원으로 채용 전략을 수립했다. C레벨을 포함해 인재 채용에 성공한 메이크스타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을 1000억원까지 불렸다.

크림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원의 후속 투자를 받았다
크림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원의 후속 투자를 받았다

쿠팡, 배달의민족 대박… 다음 유니콘은 누구?

포브스 아시아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100대 기업’ 중 4곳이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다. 이번 선정된 국내 기업 중 알토스벤처스가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마이리얼트립, 메이크스타, 플레이리스트 등이다. 이외에도 니어스랩, 라이너, 씨드로닉스, 에이엔폴리, 플로틱 등이 이번 100대 유망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알토스벤처스가 건져낼 넥스트 유니콘에 대한 관심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리셀 플랫폼 기업 크림이다. 크림은 지난해 12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원의 후속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획득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크림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알토스벤처스로부터 499억원을 투자받았다고 지난해 공시했다. 크림은 지난해 3월 2200억원의 시리즈 C 투자를 마감했다. 이번 투자는 시리즈 D로 가는 브릿지 형태의 투자다.

크림은 지난 시리즈 C 투자에서 기업가치 9700억원을 인정받았다. 알토스벤처스의 이번 500억원 투자를 더 해 크림의 기업가치는 1조200억원으로 올라섰다. 지난 6월 CJ온스타일의 투자를 받은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에 이어 올해 두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알토스벤처스는 크림의 시리즈 ABC 투자에 모두 참여한 뒤 이번에 5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알토스벤처스가 크림에 총 투자한 금액은 3906억원이다. 올해는 이미 투자한 기업에 후속으로 투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얼드로우가 22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역시 알토스벤처스가 리드했으며, 윤민창의투자재단이 후속 참여했다.

지난 2023년 6월 설립한 리얼드로우는 웹툰 작화 과정을 효율화하고, 웹툰 제작을 지원한다.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시키면 사람의 감정까지 표현하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유명 아티스트들와의 협업 및 IP 리메이크 등을 통해 제작 스튜디오로 확장, 기술 기반 콘텐츠 공급사로 성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패션 마케팅 플랫폼 기업 스타일메이트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일메이트는 지난 2022년 3월 미디언스의 담당 사업부로 앱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같은 해 10월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창업자인 한상희 대표는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유니티 글로벌BD팀, 서울스토어 전략사업본부를 거쳐 미디언스에 합류했다.

패션 마케팅 플랫폼 기업 스타일메이트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패션 마케팅 플랫폼 기업 스타일메이트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NEXT  네이버, 쿠팡 등장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한 킴 대표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는 IMF를 겪으며 필연적으로 많은 창업자가 생겨났다. 인터넷망이 전격 보급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라며 네이버라는 IT기업을 경험한 이들이 많은 기업을 설립했다. 네이버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다르겠지만, 창업 생태계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쿠팡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쿠팡을 경험한 인재를 찾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쿠팡이 기존 기업과 다른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외국인 개발자 영입 및 수평적 기업 문화를 확립했다. 이 문화는 현재 여러 스타트업에 전해지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쿠팡’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주요 벤처투자사들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한 킴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 작은 회사들은 공감하기 힘들지만, 새로운 쿠팡·배민(배달의민족)·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욱 힘들고 고달프게(불가능하게) 되면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대표는 2009년 7월 말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 아웃제’가 판도라TV를 비롯한 국내 영상 플랫폼의 이용자 이탈을 부추기면서 외국 플랫폼인 유튜브로 쏠린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유튜브)은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법 적용이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불법 비디오는 없어지지 않고 유튜브로 옮겨 갔고, 당연히 소비자들도 그리로 옮겨갔던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알토스벤처스의 2024년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와 고금리 시대, 소글로벌인플레이션 등으로 저성장시대가 이어졌던 것과 다르게, 국내에만 35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지난해 한국에서 3000억원 이상 투자했다”며 “어려운 환경인 만큼 많은 투자 금액이 기존회사 위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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