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오영주 기자] 1771년 최초로 개발된 인스턴트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70년이다. 당시 미국의 제너럴 푸즈(General Foods)와 합작법인을 체결하고 기술을 도입해 우리나라에 선보인 최초의 인스턴트 커피가 바로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였다. 맥스웰하우스는 이제 ‘맥심’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서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믹스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순수 커피만을 담은 ‘카누’가 자리잡았고, 올해는 직접 내려먹을 수 있는 ‘카누 캡슐’이 등장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가 동서식품이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법하다.

 

회장 복귀하자마자 신사업 주도

 

현재 동서식품은 김석수 회장 체제로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5년간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감사로 재직하다 올해 초 회장으로 복귀했다.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소유한 모회사인 동서의 경영을 총괄하며 동시에 친형인 김상헌 동서 고문과 그룹을 이끌고 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 과정을 마치고 동서식품의 부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2008년 처음으로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2018년 잠시 경영에서 물러나 감사를 역임한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됐다. 업계는 성장 기로에 서 있는 회사를 오너 일가가 직접 사업 전반에 대해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회장 선임을 앞둔 올해 2월, 동서식품은 공학도 출신인 김석수 회장이 2020년부터 직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연구개발을 시작해 내놓은 ‘카누 바리스타’를 출시하며 캡슐커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페 퀄리티의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캡슐커피를 표방하는 카누 바리스타는 커피 머신 2종과 ‘카누 바리스타’ 머신 전용 캡슐 8종, 타사 머신 호환 캡슐 6종으로 구성됐다. 카누 바리스타 머신에 적용된 특허 기술인 ‘트라이앵글 탬핑(Triangle Tamping)’은 커피를 추출 직전 단단하게 눌러주어 커피의 향미와 퀄리티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카누 바리스타 전용 캡슐에는 기존 대부분의 캡슐커피 용량 대비 약 1.7배 많은 9.5g의 원두를 담아 캡슐 하나로 머그잔 가득한 양의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약 4천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커피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캡슐커피는 동서식품으로서도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위주였던 단조로운 제품 라인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 동력의 일환이다.

실제 동서식품은 2011년 매출 1조5천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2년 1조6천억원대를 기록하기까지 10년여간 정체된 매출을 보여왔다. 영업이익도 2천억원대를 유지하다 2022년에는 1,600억원대로 1/4이 감소됐다.

캡슐커피로 신성장동력의 타겟을 잡은 김 회장은 복귀 후 대표이사에 연구원 출신의 이광복 전 대표에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었던 김광수 대표를 선임했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포문이다. 김광수 대표는 1985년 동서식품에 입사해 맥심과 카누 광고를 성공적으로 각인시킨 마케팅 전문가로 카누 바리스타 등 향후 신사업을 띄울 적임자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카누 바리스타’ 원두커피시장 2위 등극

 

김석수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동서식품의 카누 바리스타는 지난 8월 말까지 4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10월 발표된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 통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올해 8월까지 원두커피 분야에서 총 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6.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2억원의 매출을 올려 44.64%의 점유율을 기록한 네슬레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5.82%, 4위에서 1년만에 10% 이상 점유율을 끌어올려 한국맥널티, 쿠로홀딩스의 일리를 제치고 2위로 등극한 것이다.

동서식품이 원두커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카누 바리스타의 영향이 크다. 동서식품의 올해 원두커피 매출 76억원 중 41억원이 카누 캡슐커피, 35억원이 맥심 원두커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동서식품은 2011년 미국 식품기업 몬델리즈(옛 크래프트)가 보유한 브랜드 타시모와 합작해이미 캡슐커피를 판매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네슬레에 밀려 제대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12년 만에 자체 브랜드 카누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카누 캡슐커피의 월 매출은 5억~6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올해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카누 캡슐커피 소매점 매출은 60억원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용 머신 보급이 확대되고, 제품 품질에 만족한 소비자의 재구매율이 높아지면 내년에는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이 가능하다.

기존 커피믹스 분야에서도 동서식품은 여전히 강세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 1~8월 동서식품의 조제커피 소매점 총 매출은 5,135억원으로 88.6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남양유업(5.03%), 3위 네슬레코리아(3.0%) 등과의 격차도 여전히 크다.

복귀 이후 직접 신사업 분야를 챙기고 있는 김 회장의 캡슐커피 시장 공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10년째 정체 상태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기부활동 줄이어

 

김석수 회장은 공개적인 외부 활동은 많지 않은 반면, 사회공헌 운동에는 활발한 모습을 보여왔다.

김 회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차세대 리더그룹인 YFM 멤버로 참여하며 해외 경매 등으로 문화재를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서울대학교, 서울대병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에 동서의 주식 7만주를 기탁해 후학 양성에 써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당시 주식시장 기준으로 12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와 같은 기부를 김 회장은 매년 이어오고 있다.

기부금과 관련해 당시 그는 “대학생들이 학업에 더욱 정진해 훌륭한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한편,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과 청소년의 생활과 의료 지원에 보탬이 되고자 개인 보유 주식을 여러 기관에 나누어 기탁했다”며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에도 그는 동서 주식 4만주, 역시 12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내놨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들이 기부금을 줄여나가는 중에도 동서식품은 이전 해보다 더 많은 성금을 기탁해 훈훈한 마음을 전달했다. 202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여성재단에 연말맞이 성금 5억5천만원을 기탁했던 동서식품은 2021년, 기존 재단들과 네이버 해피빈, 굿네이버스까지 총 6억6천만원의 성금을 마련해 어려운 가운데에도 이전해보다 더 많은 수준의 사회공헌 사업을 펼쳤다.

김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올해 3월 15일에는 ‘제50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상공의 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해 국가경제발전과 지역사회에 기여한 상공인과 근로자들을 기념하는 법정기념일로 매년 성공적인 기업경영으로 모범이 되고,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유공자를 치하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해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을 선도하고 식품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상공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상은 소비자들이 보내준 신뢰와 사랑, 그리고 임직원들의 수고 덕분”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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