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삼성전자 추월
‘역대 최대’ 기록 현대차...1분기만 3조 영업이익
SK하이닉스, 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

[CEONEWS=최재혁 기자] 봄이 찾아오자 기업들은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성과와 발전 가능성을 세상에 발표했다. 전 분기나 작년보다 월등한 영업 실적을 자랑하며 환하게 웃은 기업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밝을 거라며, 아쉬운 실적을 포장하는 기업 등이 있다. 나보다 좋은 실적을 올린 옆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지만,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 않았는가?(知彼知己 百戰不殆)' 기업들의 실적을 알아보며 내일을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해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LG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삼성전자 추월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으로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한 1조 4,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4월 7일 공시했다. 매출은 2.6% 감소한 20조 4,17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하게 됐다. 

LG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20.7% 웃돌았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03% 감소한 1조 2,405억 원으로 예측됐다.

작년 1분기(영업이익 1조9천429억원)에 일시적인 특허 수익(약 8천억원)이 포함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 수익성은 오히려 10∼20% 강화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워룸' 등을 선제 운영하며 사업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여전히 수요 회복은 부진하지만, 주요 원자재와 물류 측면에서 비용 감소 규모가 예상을 웃돌았다. 프리미엄 매출 중심의 성장 전략도 통했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의 고속 성장과 기업간거래(B2B) 비중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생산현황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생산현황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효율·친환경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조기에 파악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볼륨존(Volume Zone·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에 해당하는 제품군을 강화하며 가성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등 고객 가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견조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운영 중인 '워룸'에서 단기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사업 고도화 관점에서 불황의 장기화에도 적정 수준의 성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드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을 거듭 주문해 왔다.

이번에 세부 사업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비롯해 모든 사업부가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비정상적으로 뛰었던 물류비가 정상화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가전과 TV의 경우 작년 4분기 적극적인 재고 조정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프리미엄 가전의 비중 확대와 효율적인 재고 관리, 원가 개선 등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가전 수요는 감소했지만 선진 시장 에너지 규제에 대응해 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을 앞세운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크게 확대된 점도 견조한 실적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측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역대 최대’ 기록 현대차...1분기만 3조 영업이익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시 실적이 그야말로 ‘대박’을 이뤘다. 영업이익만 올 1분기에 3조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현대차는 4월 25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어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7조 7,787억 원(자동차 30조 6,464억 원, 금융 및 기타 7조 1,323억 원), 영업이익 3조 5,92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영업이익은 86.3% 각각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조 9,911억 원을 20.1% 웃도는 수치로,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9.5%로, 2013년 3분기(9.7%)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은 판매 증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우호적 환율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한 1,276원이다.

글로벌 판매량은 도매 기준으로 전년 1분기보다 13.2% 늘어난 102만 1,712대를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상이익은 4조 5,909억 원, 당기순이익은 3조 4,194억 원(비지배지분 포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는 가동률 개선으로 생산이 확대되고 있고, 2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에 해당해 향후 실적 역시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정학적 영향과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환율 변동성, 업계 내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 부담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낮아 향후 견조한 대기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상 등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5 N과 신차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출시를 통한 전기차 판매 확대, 5세대 완전변경 싼타페 글로벌 출시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해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날 경영실적과 함께 새로운 배당 기준을 포함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배당의 투명성과 가시성을 높이고자 배당 기준은 기존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변경했고, 배당 성향은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으로 설정했다.

배당 주기는 종전 연 2회(반기)에서 4회(분기)로 늘려 주식 장기 보유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고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했다.

아울러 향후 3년에 걸쳐 자사주를 해마다 1% 소각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에도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 수립하고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는 기업가치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불황 장기화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에만 3조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 4,02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 8,639억 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4월 26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조 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 240억 원 적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2개 분기 적자 규모만 5조 원이 넘고, 매출은 5조 88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1% 감소했다. 순손실도 2조 5,855억 원(순손실률 51%)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져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10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고객 보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터는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의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부터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측은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2분기에는 매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도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 돌입을 인정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일단 진정된 가운데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반도체 재고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 또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멀티칩 패키지(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전사적으로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AI 등 향후 시장 변화를 주도할 산업에 활용되는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도 전체 매출액의 7.2%에 해당하는 4조9천53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기존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공정을 통한 양산 준비에 투자하면서 시황 개선 시 실적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DDR5·LPDDR5, HBM3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제품 라인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여전히 메모리 시장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시장이 수급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 보고 수익성 제고와 기술개발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회복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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