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AI리포트 30] 'AI 거품론'의 습격

 "파티는 끝났는가, 아니면 숨 고르기인가?" 글로벌 증시, 공포가 탐욕을 삼키다

2025-11-17     전영선 기자
글로벌 증시가 'AI 거품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신드롬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산다"는 공포가 메우고 있다.

[CEONEWS=전영선 기자] 글로벌 증시가 'AI 거품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신드롬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산다"는 공포가 메우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매도세가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증시를 붉게 물들인 지금, AI 산업은 단순한 '조정'이 아닌 '가치 입증(Proof of Value)'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CEONEWS는 이번 글로벌 증시 급락의 시그널을 분석하고, AI 산업이 맞이한 새로운 국면을 심층 진단한다.

■'묻지마 투자'의 종언… 숫자가 지배하는 시간

지난주 코스피는 3.81% 폭락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 역시 1.77% 하락하며 아시아 증시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방불케 했다. 주목할 점은 하락의 진원지가 그동안 시장을 견인해 온 'AI 테마주'라는 사실이다. 소프트뱅크는 6.57% 급락했고, 아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 AI 하드웨어와 밀접한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는 단순한 차익 실현 매물을 넘어선 구조적인 의구심의 발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적한 것처럼, 아드반테스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 도쿄일렉트론이 30배에 달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섬뜩한 경고등으로 다가왔다. 기술주의 평균 PER이 20배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재 실적 대비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시장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내러티브(Narrative) 하나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왔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자 투자자들은 냉혹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미래 가치가 할인되기 때문에, 실적 없이 기대감만으로 지탱되던 주가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지금 당장 돈을 얼마나 버는가?"라는 질문 앞에, 미래의 꿈만으로 부풀려진 주가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투톱의 동반 하락, 'AI 겨울'의 전조인가?

글로벌 증시가 'AI 거품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신드롬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산다"는 공포가 메우고 있다.

국내 증시의 충격파는 더욱 거세다. 'AI 반도체의 심장'이라 불리는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8.50%가 증발했고, 삼성전자 역시 5.45% 하락하며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엔비디아발(發) AI 훈풍에 힘입어 고공 행진하던 K-반도체 벨트에 강력한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대만의 TSMC 역시 2.05%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AI 공급망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시장의 이목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쏠려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43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이번 분기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을 경우 AI 투자 사이클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선제적인 '위험 회피(Risk Off)' 모드로 전환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주가 레벨이 실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섣불리 'AI의 겨울'로 규정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히려 과열된 시장의 열기를 식히고, 옥석을 가리는 '건전한 조정'의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AI산업협회 관계자는 "과거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이 진정한 인터넷 시대를 열었듯, AI 역시 실체가 없는 테마주가 정리되고 기술적 해자(Moat)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생존 경쟁'의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말하는 AI 투자의 현주소

글로벌 증시가 'AI 거품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신드롬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산다"는 공포가 메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 데이터는 현재 AI 시장의 과열 정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액은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투자 대비 수익화 속도다. 가트너의 최근 보고서는 "AI 프로젝트의 85%가 기대한 ROI(투자수익률)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AI 도입에는 적극적이지만, 실제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은 결국 '수익화(Monetization)'의 지연에서 비롯된다"며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 대비 AI 서비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분기 Azure AI 서비스로 상당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AI 인프라 구축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서 수익성 우려를 낳았다. 구글 역시 제미나이(Gemini)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장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광고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AI 패권 경쟁, '기대감'에서 '수익성'으로의 대전환

글로벌 증시가 'AI 거품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청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신드롬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산다"는 공포가 메우고 있다.

이번 증시 급락은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금까지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가'의 기술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AI로 돈을 버는가'의 비즈니스 모델(BM) 경쟁으로 전선이 이동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AI 시장이 세 가지 흐름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B2B 솔루션의 검증이다. 챗GPT와 같은 범용 모델보다, 특정 산업(의료, 법률, 제조)에 특화되어 즉각적인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를 가져오는 '버티컬 AI'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다. 실제로 의료 진단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병원의 진단 시간을 40% 단축하면서 명확한 ROI를 입증하고 있다.

둘째,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의 부상이다. 클라우드 비용 부담을 줄이고 보안성을 강화한 온디바이스 AI 기술력을 갖춘 기업(삼성전자, 애플 등)이 하드웨어 교체 수요를 자극하며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것이다. 애플의 'Apple Intelligence'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AI'는 이미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셋째, 인프라 투자의 옥석 가리기다. 단순히 'AI 관련주'라는 이름표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엔비디아나 SK하이닉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는지가 주가 차별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AI 버블 논란 속에서도 엔비디아의 GPU 점유율은 90%를 넘고,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며 "진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단기 조정에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포를 넘어, 본질을 볼 시간

워런 버핏은 "남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고 했다. 현재의 'AI 거품론'은 분명 시장에 고통스러운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AI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투자자들과 CEO들은 지금의 주가 급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거품이 걷힌 자리에 드러날 '진짜 AI'를 찾아야 한다.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그 혁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냉정한 청구서가 날아들었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꺼진 후 아마존과 구글이 살아남아 진짜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모바일 혁명 초기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라졌지만, 애플과 삼성은 그 자리에서 더 강해졌다. 지금은 공포에 잠식될 때가 아니라, 거품 붕괴 이후를 주도할 차세대 AI 리더가 누구일지, 그 본질적인 경쟁력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AI 시대, 살아남는 자는 '꿈'을 파는 자가 아니라 '실적'을 증명하는 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