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K-푸드 전파의 선봉장 CJ제일제당
설탕으로 시작해 길거리음식까지 영토확장 ‘비비고’로 K-푸드 세계화의 첨병 역할
[CEONEWS=김병조 기자] 72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제1의 식품 전문 기업, 29개의 브랜드를 운용하고, 종속회사가 223개나 되는 CJ제일제당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는지 짚어본다.
삼성그룹의 첫 번째 제조업체로 탄생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삼성그룹 창업주(당시 삼성물산 대표)가 부산에서 제일제당공업(주)을 설립했다. 삼성그룹의 첫 번째 제조회사다. 상호는 제일제당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 현재의 CJ제일제당으로 변경됐다.
제일제당은 1953년 11월 5일 국내에서 최초로 한국산 설탕을 만들어 냈다. 삼성이 굴지의 제조업체로 거듭나는 시발점이다. 이에 이병철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11월 5일을 CJ제일제당의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이때 생산된 설탕의 상표가 ‘백설’이다.
6.25 전쟁을 막 끝냈던 당시 우리나라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특히 설탕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만큼 값이 비싸서 설탕값은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1950년 10월에 소고기 1근(600g)이 150환일 때 설탕 1근은 소고기보다 2배 비싼 300환이나 됐다. 제일제당은 최초 생산 직후 설탕 가격을 1근에 48환으로 정했다. 설탕의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입 설탕보다 가격을 대폭 낮춰서 판매했다.
이병철은 “국가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고 선구적인 역할을 할 사업도 있어야 한다”며 사업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사업보국’ 정신으로 식품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초기에는 설탕, 밀가루 제조 등 소재 식품이 주력 사업
1953년 8월 회사를 설립하고 11월에 국내 최초로 설탕을 제조하기 시작한 CJ제일제당은 1958년 4월 제분 사업도 시작했다. 소재 식품 제조 품목이 설탕에 이어 밀가루가 추가됐다. 그리고 1962년 3월에는 처음으로 설탕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100% 설탕 수입국에서 사업 시작 10여 년 만에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쾌거를 이뤘다.
소재 식품은 생활필수품이라는 산업 특성상 수요탄력성이 낮고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나, 국제 곡물가(원당, 원맥, 대두) 및 환율 변동으로 인해 원가 등락의 기복이 있다. CJ제일제당은 곡물가 및 환율 변동과 경기 부진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시장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는 헷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원’과의 조미료 사업 혈전
1963년에는 조미료 사업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산 화학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석권하고 있던 국내 조미료 시장은 해방 후 철수한 아지노모토의 공백을 국내 업체들이 메꾸기 시작했다. 최초로 한국산 화학조미료를 생산한 업체는 동아화성공업(→미원→대상)이었다. 1956년 아지노모토를 모방한 ‘미원’을 출시했다. 1960년대 미원은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국민 조미료로 등극했다.
미원보다 7년 늦은 1963년 CJ제일제당은 기존에 ‘미풍’을 생산하던 원형산업을 인수하면서 미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69년에 아지노모토와의 기술제휴까지 따내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20여 년간 미풍은 미원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병철 회장은 훗날 자서전을 통해 평생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한 3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골프와 자식, 그리고 미풍이 미원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CJ제일제당은 1975년 11월 분말형 복합조미료 ‘다시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배우 김혜자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이것’을 넣은 후 맛을 보며 외치는 한 마디다. 무려 24년간 본 TV 광고 카피의 주인공이 ‘다시다’다.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에서 따온 브랜드명이다. 한국의 밥상뿐 아니라 세계인의 식탁에도 맛의 즐거움을 전하는 K-조미료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시작은 ‘미원’의 벽을 넘지 못해 상당 기간 고전을 겪어야 한다. 20여 년 간 미원에게 밀리던 제일제당에게 기회가 온 것은 1980년대 초반에 화학조미료의 유해론이 일면서부터다.
조미료 사업에서 미원의 벽을 넘기 시작한 제일제당은 1979년 9월 식용유 사업도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 12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즉석밥 돌풍 일으킨 ‘햇반’
1991년 12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제일제당은 1996년 12월 식품업계에 한 획을 긋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것이 바로 즉섭밥 ‘햇반’이다.
햇반 매출은 2021년 6,880억원, 2022년 8,152억원, 2023년 8,503억원, 2024년 9,14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수출액도 2021년 988억원에서 지난해 2,231억원으로 3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60억 개다. 수출 국가는 미국, 호주,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40개국에 이른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해 올 연말이면 햇반의 연간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스트코, 월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물론 대도시의 소규모 아시아 식료품점, 편의점에서도 비비고 밥을 판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에서 햇반 대신 브랜드 '비비고'를 붙여 즉석밥을 판매한다.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가 성공한 뒤 즉석밥도 비비고로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으로 쌀밥을 먹는 미국인들이 늘어난 점을 꼽는다. 쌀밥이 빵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에 좋은 탄수화물로 여겨지면서 밥을 찾는 미국인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쌀밥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6%가 '쌀이 건강한 선택지여서 구매한다'고 답변했다. CJ제일제당은 또 "고기·생선·두부 등 단백질 음식을 섭취할 때 빵 대신 즉석밥을 곁들여 먹는 미국인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한국 음식 열풍도 햇반 소비를 이끌었다. 미국 내 한국 음식점 증가와 더불어 한국 음식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한국식 쌀밥'을 집에서도 먹고 싶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 밥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비비고 밥은 전자레인지에 2분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실온에 장기간 보관 가능한 '한국 쌀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비고’로 전 세계에 K-푸드 전파
CJ제일제당은 2007년 CJ(주)에서 기업분할을 통해 사업회사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리고 2010년대에는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국내는 물론 세계에 K-푸드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비고’는 원래 외식사업 계열사였던 CJ푸드빌의 비빔밥 전문점 브랜드였다. 그러다가 브랜드 전문가 노희영에 의해 2010년 냉동만두 ‘비비고 만두’를 개발하면서 간편식 공통 브랜드가 되었다. 비비고의 이름은 브랜드의 기본 철학인 ‘비빔’에서 유래한 것으로, 다양한 재료를 조화롭게 배합해 특별한 맛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비비고’ 브랜드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만두와 감치, 치킨, 밥, 소스, 김 등 100여 종의 다양한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한식의 맛을 대표하는 비비고는 전 세계에서 한식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2016년에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만두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이에 힘입어 2020년 12월에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CJ제일제당은 2024년 기준 전체 매출(CJ대한통운 제외) 중에 글로벌 매출 비중이 61%로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식품 및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적으로 본 CJ제일제당의 10년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은 29조 3,591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조 5,530억원, 순이익은 3,618억원이다. 매출은 10년 전인 2014년에 비해 150.89% 증가했다. 최근 10년의 추이를 보면 2019년에 전년도보다 3조 6,824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2019년에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스완스’ 인수에 따른 효과 때문이다. 매출은 2022년 30조 79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3년간 횡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은 29조 3,591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조 5,530억원, 순이익은 3,618억원이다. 매출은 10년 전인 2014년에 비해 150.89% 증가했다. 최근 10년의 추이를 보면 2019년에 전년도보다 3조 6,824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2019년에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스완스’ 인수에 따른 효과 때문이다. 매출은 2022년 30조 79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3년간 횡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사업 부문별 매출 변화를 보면 식품과 물류사업은 증가했지만, BIO와 F&C 사업은 줄었다.
식품사업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대비 2024년 2.24% 증가했지만, BIO는 13.28% 감소했고, F&C는 18.21% 줄었다. 물류는 1.6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년 전인 2014년 5,799억원에서 지난해 1조 5,530억원으로 164.74% 증가해 매출 증가율보다 약간 상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2014년 4.96%에서 지난해 5.29%로 0.33%p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자산총계는 2024년 말 기준 30조 1,500억원이고, 부채총계는 17조 9,072억원, 자본총계는 12조 2,42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46.27%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