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칼럼] 이재현 CJ그룹 회장 리스크로 본 CEO PI의 무게

오너 리스크 치명타로 브랜드 가치 추락

2025-11-06     이재훈 기자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최근 디스패치 보도를 통해 불거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세금 탈루 및 주가 조작 의혹은 한국 재계에 다시 한번 '오너 리스크'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 총수의 개인적인 법적 문제를 넘어, 그룹사 전체의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위기 신호다.

CEONEWS 발행인으로서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입장에서, 지금 CJ그룹이 마주한 위기는 그 어떤 경영 악재보다 심각하다. 이번 사태는 CEO의 PI(Personal Identity) 관리가 기업 생존에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가'의 적

가장 즉각적인 타격은 자본시장에서 나타난다. 시장은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가장 혐오한다. 그룹의 최고 정점에 있는 총수, 즉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법적·윤리적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는다.

이는 CJ,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물론, 특히 투명성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오너 리스크'는 가장 강력한 '매도' 시그널이다. 이들은 기업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고 총수의 윤리 의식이 결여된 기업에는 과감히 투자를 철회한다.

실제로 과거 재벌 총수들의 법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는 동일한 패턴을 목격해왔다.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수조 원씩 증발하고, 회복에는 수년이 걸린다. 결국 이재현 회장의 개인적 리스크는 그룹사 전체의 기업 가치를 폄하하고, 수많은 주주에게 피해를 전가하며,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 수십조 원의 시가총액이 단 하나의 리스크로 인해 발목 잡히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이다.

■수십 년 쌓은 '브랜드'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즉 '브랜드 가치'의 훼손이다. CJ그룹은 지난 수십 년간 'K-푸드', 'K-컬처'의 선두주자로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신뢰받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비비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고, CJ ENM은 전 세계에 K-콘텐츠를 확산시키며 막대한 소프트파워를 쌓아 올렸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는 '총수의 탈세'나 '주가 조작'과 같은 비윤리적 의혹 한 방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고 윤리적이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철학과 도덕성까지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다.

총수의 불법 행위 의혹은 소비자의 즉각적인 불신을 초래하며, 이는 '윤리적 소비'에 기반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저런 기업이 만든 음식을 어떻게 믿고 먹나", "불법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타격은 더욱 치명적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표준이 된 국제 무대에서, 총수의 불법 행위 의혹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해외 바이어와 파트너들은 "이런 기업과 계속 거래해도 되는가"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CEO PI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생명선

결국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CEO PI'에 있다.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CEO, 특히 그룹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너 총수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그 자체가 '브랜드의 인격체'이자 걸어 다니는 '기업의 얼굴'이다.

총수의 철학, 비전, 윤리 의식, 그리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이 곧 그 기업의 정체성이 된다. 이재현 회장의 이번 사태는 이 CEO PI 관리에 치명적인 실패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투명한 경영, 법과 원칙 준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PI가 무너진 것이다.

해외 선진 기업들을 보라. 팀 쿡의 애플, 사티아 나델라의 마이크로소프트,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모두 CEO 개인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PI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은 기술력이나 시장 지배력뿐 아니라, CEO의 도덕적 권위와 사회적 신뢰가 기업의 프리미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반면 한국 재벌 총수들의 일탈은 기업 가치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부과한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도, 총수 1인의 도덕적 해이가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이것이 바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겪는 가장 큰 핸디캡이다.

■황제 경영의 종언, 투명성과 책임의 시대

이재현 CJ그룹 총수가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CEO PI 치명타를 입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제 '황제 경영'의 시대는 끝났다. 총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영 방식은 지금과 같은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총수 1인의 일탈이 그룹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치명타'가 될 뿐이다.

CJ그룹은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의 주가 방어와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총수의 PI를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에 기반하여 완전히 재정립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사외이사 중심의 독립적 지배구조 구축, 윤리경영 시스템의 전면 재정비가 시급하다.

한국 재계 전체도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오너 리스크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다. 재벌 개혁이 정치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너 리스크라는 낡은 굴레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K-컬처 리더라는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치명적 약점'은 언제든 다시 CJ그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총수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만 명의 임직원과 수십만 명의 주주,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