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의 CEO 분석 5] 새마을금고 김인 회장 "최악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만든 승부사"
[CEONEWS=박수남 기자] 2023년 말, 대한민국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새마을금고는 창립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전임 회장의 금품수수 혐의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조직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 일부 금고의 부실 우려가 증폭되며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자산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최고조에 달하며, 60년 역사의 신뢰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 상황 속에서 새마을금고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조직의 운명을 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2023년 12월 21일 치러진 제19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다. 과거 350여 명의 대의원이 참여하던 간선제와 달리, 사상 최초로 전국 1,291개 금고 이사장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선제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 선거 방식의 변화는 과거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타파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겠다는 새마을금고의 처절한 자정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역사적인 선거에서 김인 후보는 45.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며 , 풀뿌리 조직으로부터 강력하고 명확한 개혁의 소명을 부여받았다.
그의 리더십은 당선 직후부터 과거와는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 김인 회장은 관행적으로 열리던 취임식을 생략하고, 당선과 동시에 산적한 현안 보고를 받으며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이는 의전이나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첫 행보였다. 새마을금고가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누구보다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좌고우면할 시간 없이 오직 조직의 정상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결연한 메시지였다. 이처럼 김인 회장의 등장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여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시작된, 개혁을 향한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현장에서 증명된 성공의 기록
김인 회장의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경영 철학과 위기관리 능력은 수십 년간 지역사회와 금융 현장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져진 결과물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쳤지만 , 그의 경력은 언제나 시장과 사람을 향해 있었다. 미주 한인의류협회 초대 회장, 남대문시장주식회사 회장 등 그의 초기 이력은 현장 조직을 이끌고 공동체의 이익을 조율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금융 분야에서 꽃을 피운 곳은 바로 남대문새마을금고였다. 2008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곳을 단순한 지역 금고가 아닌, 서민금융 성공 모델의 시험장이자 증명서로 만들어냈다. 남대문새마을금고는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으며, 이는 그가 중앙회장이 되어 거대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자질과 경험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가 중앙회 부회장으로서의 경험과 지역 금고 이사장으로서의 깊은 이해를 동시에 갖춘, 새마을금고의 생리를 '뼛속까지' 아는 보기 드문 리더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인 숫자로 뒷받침된다. 그가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 약 500억 원 수준이었던 남대문새마을금고의 자산은 2023년 6월 말 기준 5,379억 원을 돌파하며 10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히 자산 규모의 팽창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회원 환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2013년 이미 자산 1,528억 원을 달성하며 연 3.5%의 배당을 실현했고 , 2020년에는 자산 3,700억 원, 당기순이익 15억 3천만 원을 기록하며 연 4%라는 높은 배당률로 회원들의 이익에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는 제1금융권 은행들이 밀집한 치열한 금융 환경 속에서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이처럼 지역 금고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20년,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되는 '새마을훈장 노력장'을 수훈했다. 이는 그의 경영 능력이 단순히 한 지역 금고의 성공을 넘어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 안정에 기여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결국 남대문새마을금고에서의 성공 신화는 김인 회장이 위기에 빠진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그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신뢰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선제적 위험 제거
김인 회장 취임 당시 새마을금고가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시스템 전반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었다. 2023년 말 5.07%였던 전체 연체율은 상승 추세를 보였고 ,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연관된 기업대출의 부실 우려는 조직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뇌관으로 지목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4년 전국 새마을금고는 1조 7,382억 원이라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 막대한 적자 규모는 새마을금고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의 이면에는 김인 회장 체제가 가동한 '선제적 위험 제거'라는 대담하고 책임감 있는 전략이 숨어있다. 이 역사적인 손실의 핵심 원인은 경영 실패가 아니라, 과거부터 누적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1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의도적으로 적립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노후 건물의 안전을 위해 부실한 부분을 한 번에 드러내고 철거하는 '통제된 해체' 작업과 같다. 단기적인 재무제표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미래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잠재적 부실을 현재 시점에서 모두 털어내고 가겠다는 결단이었다. 이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의 장기적인 건전성과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리더십의 증거다. 놀라운 점은, 개별 금고들이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이들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3년 2,500억 원대 순손실에서 2024년 3,106억 원의 순이익으로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앙회의 핵심 운용 능력은 견고하게 유지되었으며, 전체 시스템의 부실 정리를 성공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즉, 전체 시스템의 손실은 김인 회장의 실패가 아닌, 그의 지휘 아래 단행된 성공적인 '외과적 수술'의 결과인 셈이다.
이러한 선제적 조치의 효과는 여러 지표를 통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지표인 수신 잔액은 2023년 뱅크런 사태의 충격을 빠르게 극복하고 2024년 초 이미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2025년 2월 말 기준 260조 원을 넘어서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새마을금고의 지급 능력과 안정성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 또한, 한때 7%를 넘어섰던 전체 연체율도 2024년 3월 말을 정점으로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며 , 집중적인 건전성 관리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인 회장의 전략은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장기적인 안정을 택하는, 책임 있는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적이고 회복력 강한 조직 설계
김인 회장의 리더십은 단순히 위기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마을금고를 미래 지향적인 금융기관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의 개혁은 재무적 안정성 회복, 지배구조 혁신,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융 안정성과 신뢰 회복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금융 안정성 회복에서 김인 회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앞서 언급했듯,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그의 취임 이후 불과 1년 만에 2,500억 원대 순손실에서 3,106억 원의 순이익으로 전환하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중앙회의 자금 운용 및 관리 역량이 건재함을 입증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때 불안감에 휩싸였던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성공했다. 적극적인 유동성 관리와 투명한 소통을 통해 총수신 잔액은 뱅크런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 260조 원대로 안정화되었으며, 총자산 역시 288조 원을 상회하며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새마을금고가 외부 충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지급 여력을 확보했음을 시장에 각인시킨 결과다.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
김인 회장 체제의 개혁 의지는 정부와 함께 마련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에 집약되어 있다. 이는 과거의 낡은 관행을 뿌리 뽑고 현대적인 금융기관의 틀을 갖추기 위한 전면적인 시스템 개혁안이다.
첫째, '황제 회장'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지배구조 혁신이 단행되었다. 중앙회장 임기를 연임이 불가능한 4년 단임제로 바꾸고, 비상근직으로 전환하여 대외 활동과 이사회 의장 역할에 집중하도록 했다. 대신 중앙회의 실질적인 경영은 외부 전문가 중에서 선임되는 '경영대표이사'가 총괄하도록 하여 권한을 분산시키고 책임 경영을 구현했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현대적 기업 지배구조의 원칙을 도입한 역사적인 조치다.
둘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했다. 부실채권(NPL)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매각하기 위한 자산관리회사(AMC) 'MG신용정보'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 각 금고가 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상환준비금 비율을 기존 50%에서 80%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중앙회의 위기 대응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향후 어떠한 유동성 위기에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파제를 구축한 것이다.
셋째,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 하에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씻어냈다. 이는 새마을금고 민주주의의 진일보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전환
김인 회장은 새마을금고의 미래 생존이 디지털 전환에 달려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2025년 1월, 기존의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MG더뱅킹'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것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을 넘어, 핀테크와 시중은행이 주도하는 비대면 금융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히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MG더뱅킹'은 비대면 출자회원 가입, 미성년 자녀를 위한 비대면 통장 및 카드 개설 서비스 등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했으며 , 향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포함한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하여 고객 편의성을 은행권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새마을금고가 전통적인 대면 영업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금융 서비스 역량을 갖춘 '하이브리드 금융기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 윤리, 그리고 지역
김인 회장의 리더십은 단기적인 위기 극복을 넘어, 새마을금고의 다음 60년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 철학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비전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내실'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그는 여러 차례 "단순한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통해 신뢰와 명예를 되찾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는 과거 일부 금고에서 나타났던 고위험 대출을 통한 무분별한 자산 불리기 경쟁을 지양하고, 안정성과 건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경영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질적 성장의 핵심 기반은 '윤리경영'과 '초심으로의 회귀'다. 김 회장은 "윤리와 준법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장 중요한 기반" 이라며, 금융기관의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특히 "세상에 눈먼 돈 없고 공짜 돈 없다"는 그의 발언은 , 금융인의 기본자세와 자금 운용의 엄중한 책임을 일깨우는 그의 확고한 원칙을 보여준다. 이는 전임 회장의 비리 사태로 실추된 도덕성을 회복하고, 고객의 자산을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또한,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인 '지역사회와의 상생'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강화하고 있다. ESG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총 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역사회 환원 사업에 투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취약계층 지원(소셜MG) ▲친환경 캠페인(그린MG) ▲회원 교육 및 복지(휴먼MG) ▲개발도상국 금융 인프라 전파(글로벌MG) 등 4대 핵심 분야를 통해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2년 연속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 ESG 경영 활동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신뢰 회복과 내실 다지기 전략의 최종 목표는 '자산 300조 원 시대'의 건강한 달성이다. 과거처럼 리스크를 동반한 무리한 성장이 아니라, 투명한 지배구조와 튼튼한 재무 건전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뤄내는 질적 성장의 결과물로서 3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인 회장이 새마을금고의 미래를 단지 다음 분기 실적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100년의 관점에서 설계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새마을금고의 미래
김인 회장은 새마을금고 역사상 가장 깊은 위기의 순간에, 풀뿌리 현장의 압도적인 지지라는 강력한 소명을 받고 지휘봉을 잡았다. 수십 년간 지역 금고와 중앙회를 두루 거치며 쌓아온 그의 경험과 통찰력은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단기적인 재무제표의 고통을 감수하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이라는 과감한 '선제적 위험 제거' 전략을 통해 과거의 부실을 털어냈다. 동시에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지배구조 개혁, 부실채권 전문 관리 시스템 도입, 전국 동시 선거를 통한 투명성 강화 등 '경영혁신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조직의 낡은 틀을 깨고 현대적인 금융기관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뱅크런의 공포는 사라지고 예금은 다시 안정적인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중앙회는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했다.
이제 김인 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수습을 넘어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양'이 아닌 '질' 중심의 성장, 윤리와 준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그리고 ESG 가치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금융협동조합의 본질 회복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의 핵심이다. 그는 단순히 낡은 집을 수리하는 것을 넘어, 더 튼튼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집을 짓고 있다. 김인 회장이 이끄는 새마을금고는 혹독한 폭풍우를 이겨내고, 이제 대한민국 서민들의 가장 든든한 금융 동반자로서 신뢰의 새로운 여명을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