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AI리포트 23] '인플레이션 2.0'과 'AI발 생산성 혁명'....AI 강국으로 도약할 마지막 찬스

인플레이션 2.0의 실체...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AI혁명의 진짜 승부처... 생산성 폭발 vs 투자 비용 급증 한국의 기회...AI 강국으로 도약할 마지막 찬스

2025-07-31     전영선 기자

[CEONEWS=전영선 기자] 2025년 7월 31일, 글로벌 경제의 운명이 두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 사이에서 결정되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 2.0'이라는 구조적 압박이고, 다른 하나는 'AI발 생산성 혁명'이라는 전례 없는 기회다.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과연 이 두 힘 중 어느 것이 승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이는 인류 경제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2.0의 실체...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파도가 가라앉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인플레이션 2.0'이다. 이는 팬데믹이나 공급망 교란 같은 일회성 충격이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압력이다.

첫 번째 동력은 글로벌 공급망의 영구적 재편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던 과거의 글로벌 분업체계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각국이 '디리스킹(De-risking)'을 외치며 핵심 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순간, 생산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 비용이다.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기업들은 막대한 친환경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같은 새로운 무역 규제는 생산원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이유다.

세 번째는 인구구조 변화가 만든 노동시장 대격변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선진국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했다. 팬데믹 이후 '대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까지 겹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숙련 기술자는 몸값이 치솟고, 서비스업종의 인건비는 급등하고 있다.

네 번째는 정부 부채 급증과 재정정책의 딜레마다. 팬데믹 기간 각국이 쏟아부은 재정 지출은 국가부채를 역사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높은 부채 부담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정치적 고려로 긴축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2.0'의 정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인 것이다.

AI혁명의 진짜 승부처... 생산성 폭발 vs 투자 비용 급증

그렇다면 AI는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일까? 답은 "그렇다"이면서 동시에 "아니다"이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생성형 AI만으로도 연간 2.6조에서 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영국 전체 GDP에 맞먹는 규모다.

구체적 사례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딩 분야에서 GitHub Copilot은 개발자 생산성을 55% 향상시켰다. 법무 분야에서 AI는 계약서 검토 시간을 90% 단축시켰다. 제조업에서는 예측 정비를 통해 다운타임을 70% 줄였다. 이런 효율성 증대가 전 산업으로 확산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AI 도입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따른다.

첫째, 초기 투자 부담이다. 엔터프라이즈급 AI 시스템 구축에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소요된다. GPU 가격 급등으로 AI 인프라 비용은 더욱 치솟고 있다. 중소기업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둘째, 인력 재교육 비용이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킬셋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거나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MIT 연구에 따르면 직원 1명당 평균 11,000달러의 재교육 비용이 필요하다.

셋째,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비용이다. AI 윤리,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등 새로운 규제가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럽의 AI Act만 해도 기업들에게 연간 수백만 유로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강요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다. AI의 생산성 효과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데는 10-15년이 걸렸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 2.0의 압력은 지속될 것이다.

누가 승리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 경주에서 승리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2.0가 우세하다.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은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반면 AI의 광범위한 확산과 생산성 효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음 3개 분야에서 AI의 파급효과가 폭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제조업의 완전 자동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처럼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무등불 공장'이 확산되면 인건비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업의 AI 혁명. 고객서비스, 회계, 법무, 의료 등 전문서비스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다.

셋째, 에너지 효율성의 극대화. AI 기반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확산되면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AI 기술의 대중화 속도다. 현재 OpenAI, Google, Microsoft 등이 AI 서비스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GPT-4의 가격은 1년 새 90% 이상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AI의 경제적 임계점은 예상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다.

한국의 기회...AI 강국으로 도약할 마지막 찬스

이 글로벌 경제 대전환은 한국에게 절체절명의 기회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하드웨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AI 생산성 혁명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다. 생성형 AI 붐으로 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HBM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엄청난 기회다. NVIDIA, AMD, Intel 등 글로벌 AI 칩 업체들이 모두 한국산 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상법개정안처럼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는 글로벌 경쟁에서 자충수가 될 뿐이다. 미국이 CHIPS Act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AI 굴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규제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변곡점에 선 글로벌 경제, 선택의 시간

2025년 여름, 인류는 경제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인플레이션 2.0'이라는 거대한 도전과 'AI발 생산성 혁명'이라는 전례 없는 기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안주하며 기존 체계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에 베팅할 것인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경주에서 뒤처지는 국가와 기업은 다음 10년간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떠안게 될 것이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그 변화에 올라탈 준비가 되었는지가 관건이다.

시계는 똑딱거리고 있다. 선택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