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DNA 애널리스트 ③] 사티아 나델라 vs 순다 피차이

AI 전환의 시대, 두 ‘엔지니어 CEO’는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걸었나?

2025-07-25     이재훈 기자
사티아 나델라  vs 순다 피차이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AI가 실리콘밸리를 다시 쓴다. ‘윈도우의 제국’을 AI 플랫폼으로 변모시킨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와, ‘검색의 제국’ 구글을 생성형 AI 경쟁 최전선으로 끌어들인 순다 피차이. 두 엔지니어 출신 CEO는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을 추구하지만, 그 전략과 실행 방식에는 분명한 온도 차가 있다. ‘속도냐 완성도냐, 외부 협력이냐 내부 통제가냐’라는 AI 전환의 화두 앞에 선 두 리더의 선택이 회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살펴본다.

■ AI 전환의 갈림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직후부터 공감과 성장 마인드셋을 기업 문화의 근간으로 삼고,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AI as a Service’ 인프라를 신속히 확보했다. 반면 순다 피차이는 그간 구글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검색·광고 사업을 지키면서, 자체 개발한 제미니 모델로 반격을 노렸다. 같은 AI, 다른 방향이었다.

■ 실용주의 vs 정밀 관리

사티아 나델라

나델라의 리더십은 ‘초협력형 실용주의’다. GitHub 인수, 오픈소스 친화 정책, 그리고 오픈AI 협업은 모두 상호 보완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석이었다. 내부 장벽을 허물고 외부 혁신을 끌어들여, MS는 Azure 매출을 연평균 40% 성장시키며 구독형 모델로 안정적 성장을 이뤘다.

이에 비해 피차이의 방식은 ‘내부 혁신의 정밀 관리’다. 방대한 연구 조직과 프로젝트를 철저하게 조정해, 실험 단계의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 라인에 올렸다. 그러나 광고 경기 민감성과 EU 규제 리스크는 알파벳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며, 신중한 출시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

■ 숫자가 말하는 성과

나델라가 이끄는 MS는 2014년 매출 869억 달러에서 2025년 약 2,500억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대에서 3조 달러를 넘어섰다. 개인 재산도 MS 주가가 9~10배 뛰며 약 10억 달러로 불어났다.

순다 피차이

피차이가 책임진 알파벳은 2015년 매출 749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안팎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광고 의존도와 규제·윤리 이슈로 주가가 출렁이며, CEO 재산은 약 13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 조직 문화의 대비

MS는 ‘모든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한다(Empower)’는 슬로건 아래, R&D와 사업부 간 장벽을 허물고 외부와의 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했다. 반면 구글은 연구-제품화-규제 대응을 분업화해 ‘집중 전략’을 구사했고, AI 윤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시 일정을 조정했다.

■ 위기 대응의 차이

윈도우·오피스 중심 구조의 한계를 인정한 나델라는, 모바일 사업 등 실패를 과감히 정리하고 클라우드·AI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피차이는 구글 플러스 실패, EU 반독점 벌금 같은 굵직한 위기를 ‘시간을 두고 해결’하며 브랜드 신뢰 유지를 우선시했다.

■ 공통의 DNA

두 리더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단기 실적보다 구조 전환을 택했다. 디테일에 집착하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고, 글로벌 인재를 분산 배치해 R&D 생태계를 운영했다. 또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AI를 사업 모델의 핵심 동력으로 만든 실행력 역시 닮았다.

■ 한국 기업을 위한 시사점

‘속도 vs 정확도’의 균형, ‘외부 협력 vs 내부 통제’의 전략적 선택은 한국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델라처럼 생태계 확장을 택할 것인지, 피차이처럼 완성도와 신뢰를 고집할 것인지, 각 기업의 캐시카우와 시장 포지션에 맞춰 리더십을 재설계해야 한다.

AI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다. 엔지니어 CEO 두 명이 남긴 길 위에서, 차세대 한국 CEO도 자신의 DNA를 다시 써 내려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