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vs 우리 미래 전략은?

3조 실적에 가려진 금리 역풍의 그림자

2025-06-12     김소영 기자

[CEONEWS=김소영 기자] 한국 시중은행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이 두 은행은 ‘3조 클럽’ 가입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으나, 이제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한 실적 경신이 아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다.

고금리의 정점, 다음 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추가 인상을 보류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이자 장사' 시대의 끝자락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4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43.5% 급감했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와 자본시장 변동성이 겹친 결과지만, 구조적으로는 금리 사이클 전환기의 예고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디지털 뱅킹 중심의 수익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조달비용 안정화와 마진 관리에 집중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예대마진 기반 모델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성장의 정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글로벌 리스크와 은행의 생존 전략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긴축 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연준의 긴축 지속 여부,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예: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긴장 등)는 모두 국내 금융시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비해 고정이하여신비율 0.23%, 연체율 0.27%라는 ‘질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 확대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 보수적 전략이 글로벌 충격에 대한 완충 장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을 확대 중이다. 현지 리스크를 안고 가는 대신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다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환율 불안정성은 이들의 글로벌 확장을 다소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 정책과 규제 환경 변화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 과점구조 개선’과 ‘이자 수익 편중 경영 탈피’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내부 유보금 활용 방안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단순한 실적 경신보다는 ‘사회적 책임 경영’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분위기다.

이에 신한과 우리은행 모두 ESG 연계 대출, 사회적 금융 확대, 금융 소외계층 지원 같은 ‘제도적 ESG’에 집중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디지털 리스크관리, AI 기반 심사 고도화 등을 통해 규제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 그러나 지속 가능할까

두 은행 모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총 1조 7,5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결정했고, 우리은행 역시 주당 1,200원 배당과 1,500억 원 자사주 매입을 실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초과이익의 사회 환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주주환원 기조가 지속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금리 하향세와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 이익 감소와 함께 배당 여력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금융의 민첩성’이 살아남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2024년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각각 안정성 기반의 보수적 경영, 효율성과 유연성을 앞세운 혁신적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금리, 규제, 글로벌 위기, 기술 변화라는 다중 위협 속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 민첩성’이다.

주주환원, 실적, 순이익 너머에 있는 진짜 경쟁력을 묻는다. 누가 먼저 정책 변화에 적응하고, 누가 더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누가 국민의 금융 불안을 먼저 해소할 것인가.

2025년, 금융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와 ‘속도’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는 은행은 단지 자산이 큰 곳이 아닌, 방향을 바꾸는 속도가 빠른 곳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