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43] 최평규 SNT그룹 회장
총기로 우뚝 서며 ‘K-방산’ 이끄는 자수성가 CEO
[CEONEWS=조성일 기자] 우리는 요즘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한 단어 때문에 엄청 놀라고 있다. ‘총.’ 대통령이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에게 이걸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단다. 그뿐이 아니다. 경호처 차장에서 이걸 쏠 수 없느냐고 물었단다. 정말 그 말을 했을까 싶지만 두려움을 억누르며 ‘총’이란 단어에 꽂혀보자. 이번 CEO 탐구는 바로 ‘총기의 명가’이자 ‘K-방산의 주역’으로 꼽히는 SNT그룹 최평규 회장이기 때문이다. ‘생각 즉시 행동’하는 CEO 최평규는 누구인가.
대부분의 제식화기 생산하는 방산업체
SNT그룹 최평규 회장은 낯설다. 아마도 그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기도 하거니와, 부산과 경남에 본사를 둔 ‘지방’(?) 기업이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만 모를 뿐 그의 이름 석 자는 전 세계에서 통한다. 요즘 세계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K-방산’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40년 넘게 사용 중인 K1, K2 소총을 생산하는 ‘총기 명가’ SNT그룹은 K13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을 비롯해 K15 PARA 기관총, STP9 권총 등 각종 소구경 화기류를 생산한다. 특히 K13 기관단총은 세계적 트렌드와 최신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모델이다.
다목적전술차량(MPV) 탑재형 120㎜ 박격포체계를 비롯해 1500마력 파워팩, K9 자주포용 변속기, 20㎜ 원격사격체계(RCWS), K6 중기관총도 생산한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제식화기(군인들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화기) 대부분을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SNT의 저력은 2023년 매출이 1조 8,957억 원에 달해 영업이익만 1,789억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전년도보다 각각 16.33%, 23.7% 증가한 수치란다. 더욱이 2024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아직 모르지만 ‘역대급 이익’이란 제목을 단 기사가 보일 정도로 대폭 상승을 예감하게 한다.
‘과학’과 ‘기술’을 결합하는 CEO
방위산업은 기술 집약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이름 ‘SNT’도 의미 있게 와닿는다. 그 행간에 ‘기술’이 들어있을 거 같은. 실제 회사 이름 SNT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Nexus)’한다는 의미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거란다. 애초 이름 S&T(Science & Technology)에서 2021년 특수문자인 ‘&’를 영문 ‘N’으로 바꾼 건 과학과 기술의 병렬적 연결보다는 함께 뒤섞여 새로운 걸 창조한다는 의미의 ‘결합’이 아닌가 싶다.
이 ‘기술기업’의 탄생은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평규 회장이 1979년 인천에서 6명의 직원으로 ‘삼영기계공업사’를 설립한 게 그 시작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최평규 회장은 에어컨 회사에 근무하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에서 연수하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기술에 눈을 뜬 최 회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부장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처가 식구들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난다. 미국에서 그는 문득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한국에서도 밥 먹고 살겠다 싶었다. 곧바로 영주권을 반납하고 돌연 귀국한다. 그리고 일본 연수에서 파고들었던 열역학과 관련 있는 열 교환기 부품 ‘핀 튜브’ 제작 기계를 들고 오기로 했다.
하지만 10·26사태가 터졌다.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1980년 초, 정부가 1·12조치를 내려 원·달러 환율을 600원에서 480원으로 낮췄다. 이 환율 덕택에 그는 싸게 들여온 기계를 통관해 트레일러에 싣고 추풍령을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 이후의 삶은 흔한 성공한 기업인의 이야기에서 만나는 고난 극복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 회장은 그 시절 ‘부장’과 ‘대표’가 찍힌 두 개의 명함을 들고 다녔다. 영업할 땐 부장 명함을, 수주하면 대표 명함을 내밀었단다. 그렇게 최평규는 S&T를 일궜다.
성공적 ‘M&A’로 회사 덩치 키운 CEO
SNT그룹 최평규 회장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열쇳말이 있다. ‘M&A.’ 기업 인수 합병을 의미하는 이 말이 최 회장의 상징어가 된 건 성공적인 M&A를 이뤄내 S&T를 굴지의 방산업체 SNT그룹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재계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최평규 회장의 M&A 기업 리스트는 2002년 경우저축은행(현 SNT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003년 통일중공업과 호텔설악파크, 2006년 대우정밀(현 SNT모티브), 2007년 효성기계공업(현 KR모터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다.
업계에서 M&A는 흔하디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M&A가 최평오 회장의 상징어가 된 건 모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M&A로 성장하여 자산 및 매출 1조 원을 넘긴 그룹들인 프라임, 유진, C& 과 함께 이른바 ‘4룡(龍)’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건재하고 있다.
특히 최평규 회장은 인수한 기업을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를 이뤄내는 수완을 발휘하여 ‘사람 살리는 M&A’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최평규 회장은 통일중공업과 효성기계공업과 제조업 기반의 기업을 인수하여 기술 중심의 SNT그룹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면서도 금융업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차 부품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히며 사업 다각화를 추구했다.
정도경영으로 기술보국 정신 실천
최평규 회장이 추구하는 기업관은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기업’이다. 기술력 하나로 대기업 못지않은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진출로 산업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최 회장은 중소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철학을 실천하려 애쓴다. 그러면서 최평규 회장은 마땅히 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기업의 기본 목적, 즉 기업을 키우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정도(正道) 경영’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도 경영 그 자체가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거다.
최평규 회장은 창업 때부터 세웠던 목표인 ‘기술보국’의 정신을 어떻게든 이 땅에서 제조업을 성공시키는 데에 두었다고 한다. 본사를 서울로 옮기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철학에 기반한 것으로, 지역 경제발전과 지방 인재 양성을 위한 실천이라는 거다.
아마도 창업자 중 가장 오래 현직에 있는 걸로 평가받는 최평규 회장은 충무공의 정중여산(靜重如山) 전략, 태산처럼 조용하지만 무겁고 우직한 자세를 늘 마음에 새긴다. 기술만 좋으면 다 되는 줄 알고 덜컥 사업을 시작했다는 영원한 엔지니어 최평규 회장. 그가 만들어 내는 ‘K-방산’이 세계를 지배할 거란 기대를 하는 건 나만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