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EO 257]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이사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앱 ‘당근마켓’ 골칫거리 ‘수익 모델’ 개선 노력
[CEONEWS=최재혁 기자] “당근하세요?”라는 다소 알쏭달쏭한 말은, 이제 우리의 곁에 녹아들었다. 동네 반경 6㎞ 안에서 이웃을 만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동네 소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성장했다. 월 활성자가 1,500만 명에 달하고 이용자 한 사람당 월 평균 24회 이상 당근마켓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이사는 “동네라는 커뮤니티는 산업화, 정보화 등으로 파편화되고 무너졌지만, 우리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서 다시 동네 커뮤니티의 재정립을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당근마켓은 이미 우리 품 안에 녹아들었다. 당근마켓의 침투율은 전국으로 따져도 60%가량 되고, 높은 도시는 90%가 넘을 정도다. 이처럼 높은 침투율에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근 거래’ 후기가 올라오기도 할 정도다.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앱
지금의 당근마켓을 만든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이사는 1978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마치고 2003년 삼성물산 상사 부문 금융팀·해외영업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네이버에서 서비스전략팀·지식iN 서비스팀, 카카오에서 플러스친구TF장, 카카오플레이스 TF장, 게임플랫폼 팀장을 맡는 등 거대 IT 기업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후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이사와 만나 함께 2015년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창업했다.
김 공동대표는 IT에서 오랜 시간 종사한 이유인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IT 종사자 간에 IT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앱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당시 카카오 중고거래 게시판이 활성화되던 것을 창안해, 1,000개가 넘는 판교의 기업이 중고 거래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후 김 공동대표는 2주 만에 앱을 제작했다. 약간의 재미로 만든 판교장터는 생각보다 많은 인기를 끌었고, 두 공동대표는 서비스 지역의 확장을 고민한다. 이에 직접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동네 인증을 거쳐 IT 종사자만이 아닌, 누구나 가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으로 당근마켓이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판교에서의 출발과 달리 모든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건 아니다. 어플에 익숙하지 않고, 홍보가 덜 알려진 곳은 상대적으로 이용수가 떨어졌다. 다만,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신축 대단지 아파트 주변으로 이용도가 높았다. 출범 초기만 해도 2~40대 여성 비중이 40%를 차지할 때도 있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이미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의 거대한 기존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근마켓은 이를 뛰어넘어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앱’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공동대표는 “고객 신뢰 덕분이다. 중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객 신뢰이기에, 동네주민과 직거래하는 콘셉트인 당근마켓은 사기당할 확률이 낮다”며 “동네 주민끼리 매너온도를 확인하고 과거 판매 내역도 확인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 재거래율이 높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했다.
김 공동대표는 어릴 적부터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국내 최고의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두루 거치며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몸소 체험했다. 이에 그는 PC에서 모바일로 대세가 급변할 것을 예상하고 네이버에서 카카오로 이직했다.
카카오에서 그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끌던 로컬 서비스 TF팀에 지원했었다. 그러나 김 공동대표 이외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그는 당시 카카오가 인수한 음식 맛집 앱인 씽크리얼즈의 개발자들과 함께 하게 됐고, 거기서 김재현 공동대표를 만나게 됐다.
카카오플레이스는 성과가 나지 않아, 멀리 가지 못한 채 해체됐다. 그러나 김 공동대표는 지역에 초점을 맞췄던 카카오플레이스 덕에 당근마켓을 창업할 때 큰 도움이 됐다는 후일담을 남긴 적이 있다.
5년 만에 ‘640배’ 증가
당근마켓이 코로나19 특수를 받으며 2020년과 2021년에 이용자가 대폭 증가했다.
한 모바일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2021년 7월 기준 무려 1,551만 명에 달한다. 이는 2020년 3월 MAU가 446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당근마켓이 본격적으로 전국에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게 될 때랑 비교하면 해당 수치는 더욱 차이가 난다. 2016년 8월 MAU는 2만 4,000명에 불과하다. 5년 만에 무려 640배나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다.
당근마켓은 대폭 증가한 이용자 수와 함께 기업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2021년 8월 당근마켓은 1,789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유치를 받게 됐다. 해당 투자를 통해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3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16번째의 유니콘기업 탄생을 알렸고, 당근마켓은 이후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4개국 440 지역’에 활성화
당근마켓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김 공동대표는 현재 캐나다로 장기 출장에 가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은 캐나다에 ‘당근(DAANGN) INC’이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번 출장을 통해 서비스 현지화·고도화를 진행하고, 직접 현지 지역 문화와 이용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근마켓의 해외 진출은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11월 이미 시작됐다. ‘캐롯(KARROT)’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해외 시장에 널리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김 공동대표는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계획하며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 왔다.
당근마켓은 세계화는 이미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까지 4개국의 440개에 달하는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김 공동대표가 출장 중인 캐나다 토론토는 현지 사업 시작 1년 만에 MAU가 무려 20배나 증가하며 대한민국에서의 성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캐나다에서의 성공 경험을 해외 곳곳에 적용해, 세계 무대에 영향력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골칫거리 ‘수익 모델’ 개선 노력
힘차게 해외까지 발을 뻗는 당근마켓이지만,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아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도 “수익 모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공동대표는 수익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걱정거리를 떨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수익 모델은 이용자 혹은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지는 것보다,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당근마켓이 올해 6월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프로필’은 지역 광고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겨냥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한층 더 다가가고, 당근마켓 이용자는 지금처럼 이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상부상조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프로필은 당근마켓과 별도 제휴로 운영이 가능하다. 브랜드 프로필 기업 계정 하나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알릴 수 있는 혜택과 정보를 당근마켓을 통해 무리없이 알릴 수 있다. 브랜드 프로필의 첫 고객은 배스킨라빈스로 선정됐다.
브랜드 프로필과 함께 새로운 수익 모델도 이미 진행 중이다. 간편 결제 ‘당근페이’는 올해 2월부터 선보이며, 현금이 없어도 당근마켓 채팅창에서 이용자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근페이의 가입자는 서비스 초기인 2월 말과 비교해 지난 8월 6배 증가했다. 지금 당장 당근페이의 수수료는 무료지만, 향후 온·오프라인 커머스까지 사용처가 확장된다면 당근마켓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소상공인 돕는 ‘비즈프로필’
당근마켓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사용하는 ‘브랜드 프로필’과 별개로 동네 가게가 직접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비즈프로필'의 기능이 지난 8월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비즈프로필은 서울과 경기,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전국의 55만 가게가 비즈 프로필을 이용할 정도로 거대한 마케팅 채널로 성장하며, 가게 홍보와 함께 직접 상품 판매에 대한 수요가 올라감에 따라 정식으로 도입하게 됐다.
비즈프로필은 가게 소식 작성과 ▲고객과의 실시간 채팅 ▲단골 맺기 ▲쿠폰 등록 ▲전화 연결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에 대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상품 판매 기능까지 추가되며,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판로가 확대됨과 함께 직접적인 매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당근마켓에서 지역사업을 총괄하는 문경원 실장은 "상품 판매 기능이 비즈프로필을 운영하는 동네 가게와 이용자 모두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비즈 프로필이 로컬 비즈니스에 가장 효과적인 채널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