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상대방의 ‘배후’를 파악하라!

최철규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1988년 올림픽 유치를 놓고 서울과 일본의 나고야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8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는 걸음마 단계였기 때문이다. 유치 기간 동안 우리나라 유치단이 대접 받은 수준을 보면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 유치단은 유치기간 동안 시내가 아닌 외곽의 호텔에 숙소 배정을 받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일본은 이미 IOC 부위원장을 배출했을 만큼 스포츠 외교에서 ‘귀빈’ 대열에 올라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본이 쉽게 이길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치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인지도가 바닥인 상황을 우호적으로 바꿔 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한국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도록 한국 전시관을 만들고, 안내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IOC 위원들 개개인에게 한국의 매력과 서울의 유치에 대한 필요함을 어필했다. 뿐만 아니라 유치 위원들의 가족을 총 동원해 정성스런 화환을 만들어서 유치위원장 명의로 IOC 위원들에게 보내는 등의 노력을 계속 했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접근에는 한계가 있었다. IOC 위원들을 움직이기 위해선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래서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것과 함께 또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IOC 위원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나라 유치단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서도록 한 것.

고민을 하다 우리나라 유치단의 머리 속에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아디다스사의 다즐러 당시 회장. 그는 IOC 위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스포츠계의 ‘큰손’으로 통했다. 당시 IOC 사마란치 위원장도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다즐러 회장과 의논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다즐러 회장만 우리나라 편으로 돌리면 유치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질 상황. 그러던 중 우리나라 유치단에게 다즐러 회장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올림픽 유치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인물과의 미팅. 그 자리에서 그는 우리 대표단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

“내가 한국을 적극적으로 밀어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켜 준다면, TV 방영권 및 기타 사업권을 줄 수 있습니까?”

이 제안을 들은 한국 유치단은 “올림픽만 유치되면 중계권 등은 큰 문제가 아니다”란 판단 하에 다즐러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 아는 것처럼 ‘쎄울, 꼬레아’라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발표로 마무리 됐다. 결국 IOC 위원을 움직이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서울의 올림픽 유치에 큰 힘이 됐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나라 유치단이 다즐러 회장의 상업적 술수에 넘어간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나라 유치단에겐 ‘올림픽 유치를 통한 상업적인 이익’보다, ‘올림픽 유치를 통한 국가 홍보’라는 욕구가 더 강했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협상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하나의 방법으로 ‘제 3의 힘’을 활용해 IOC 위원들과의 협상에 성공했다.

이처럼 협상 고수들은 협상 상대방만을 바라보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직접 설득함과 동시에, 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사람은 누가 있는지를 찾는다. 그래서 협상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내 편으로 내세워 협상을 풀어간다.

기억하라. 아무리 ‘이상한’ 협상 파트너라도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를 찾고, 그 사람을 당신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협상 결과도 당신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철규>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현) 조선일보 Weekly Biz 고정 칼럼니스트
南開大(남개대) EMBA 겸임교수
IGM 부원장/ 협상스쿨 원장
전략커뮤니케이션 대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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