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 대해서는 강하게, 사람에게는 부드럽게

질문 하나!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상대가 자꾸 거짓말을 하고 무례하게 말한다. 내 입장에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상대에게 내가 화났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끝까지 표현하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좋을까?

협상학에서 말하는 답은 명확하다. ‘표현하라’다. 왜 일까? 내가 상대 때문에 화가 끝까지 났다. 그런데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이 화는 허공으로 증발할까? 아니다.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엉뚱한 순간에 갑자기 ‘빵’하고 터진다. 그러면 그 속사정을 잘 모르는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왜 갑자기 그러세요? 거참 이상한 사람이네…” 이렇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화가 났을 때는 상대에게 표현하는 게 좋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큰일 난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이렇게 말한다. “아.. 이거~ 내 전공이라고. 열 받았을 때 화내는 거! 아~~ 나는 또 화내면 안 되는 줄 알고 억지로 참았지.. 진작에 얘기해 주시지…”

오해 하지 말자. 무조건 무식하게 화를 내라는 얘기가 아니다. 화를 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은 바로 ‘이슈에 대해선 강하게 얘기하더라도 인간관계는 부드럽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슈와 인간관계를 분리하라는 얘기다.

성공적인 협상에는 이슈와 인간관계를 분리한 원칙이 적용될 때가 많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혹시 티윈차라는 지역을 들어봤는가? 에콰도르와 페루 사이에 있는 국경분쟁 지역이다. 이 땅의 소유권을 놓고 양국은 무려 500년간 다툰다. 결국 1998년에야 국경분쟁은 종지부를 찍고 평화가 찾아온다. 이때 평화협상을 성공시켰던 주역이 바로 마후아드 에콰도르 대통령이다. 그가 밝히는 협상 성공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을 만나 “우리 입장은 이건데, 너희 입장은 뭐냐?” 이렇게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8년동안 페루를 통치하신 노고를 치하 드립니다. 반면 나는 대통령이 된지 불과 4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선배인 당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묘안은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상대를 정치 선배로 대하며 조언을 구하는 행동으로 두 정상은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협상을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서로 하나의 자료를 함께 보고 있는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양국 정상은 의도적으로 이런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이제부터 두 정상은 적이 아닌 양국의 평화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동지다!” 국민들은 평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고, 양국 정상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게 된다. 오해 하지 말자. 에콰도르 대통령이 이슈에 대해서도 무조건 페루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 줬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슈에 대해선 엄격했지만, 사람에 대해선 부드러웠다는 뜻이다.

협상이란 서로간의 첨예한 요구가 부딪히는 행위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마냥 행복한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인간관계까지 완전히 망가진다면, 이는 서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다리를 완전히 끊어 버리는 것과 같다. 이슈에 대해선 터프해도 좋다. 하지만 협상상대는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유능한 협상가는 이 원칙을 지킨다.​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철규>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현) 조선일보 Weekly Biz 고정 칼럼니스트
南開大(남개대) EMBA 겸임교수
IGM 부원장/ 협상스쿨 원장
전략커뮤니케이션 대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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