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의 기술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철규

나와 다른 걸 원하는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협상. 그래서 협상 과정에선 어쩔 수 없이 의견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너무 강하게 부딪힐 때, 사람들은 생각한다. ‘뭐라도 양보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야겠다’고. 하지만 양보를 했다고 기대만큼 협상이 잘 풀리진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상대가 나의 양보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아서다. 그럼, 가치 있는 양보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뭘까? 아래 2가지만은 꼭 지켜라.

하나는 ‘양보의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내가 왜 양보를 했는지’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보자. 동대문 시장에 옷을 사러 간 당신. 옆 가게에서 한 아가씨가 주인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만원 만 더 빼 달라’ 라고 주장하는 손님과 ‘안 된다’고 맞서는 주인. 몇 분이 지났을까, 주인아저씨가 말한다.

“좋아요. 진짜 이 가격엔 안 드리는데,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특별히 할인해 드릴께요.”

이 손님, 정말 미인일까? 눈을 씻고 봐도 아니다. 그럼 주인아저씨는 왜 그랬을까? 양보를 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냥 ‘할인해 드릴께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당신이 특별한 존재라서 할인해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 똑 같은 가격 할인이지만 상대가 느끼는 만족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떤 이유라도 좋다. ‘왜’ 양보를 하는지 밝혀라.

다른 하나는 양보의 ‘양’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초기에 제안한 가격보다 6% 정도의 단가 할인이 가능한 상황. 다음 3가지 상황 중에 어떤 양보 방법이 가장 좋을까?

(1) 세 번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첫 번째 협상에서 1%, 두 번째는 2%, 세 번째는 3% 양보한다.

(2) 세 번의 협상에 걸쳐 모두 2% 씩 양보를 한다

(3) 세 번의 협상 동안 첫 번째는 3%, 두 번째는 2%, 세 번째 협상에서는 1% 양보한다.

답은 3번이다. 이유는? (1)번처럼 양보의 양이 점점 늘어나면 상대는 ‘어라? 이번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엔 4~5% 정도의 양보도 받아낼 수 있겠는데?’라고 기대할 수 있다. (2)번도 비슷하다. 돈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한번 2% 정도의 양보는 받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 양보의 폭을 점차 줄이는 (3)번처럼 할 때, 상대는 ‘이제 정말 마지노선으로 가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양보를 요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양보의 양을 점점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우리는 ‘깔때기형 양보’라 부른다.

협상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집합체다. 양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양보를 해 줬으니 고마워하겠지?’라는 순진한 착각은 버리자. 같은 양보라도 상대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핵심이다. 기억하라, 협상은 상대방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임을. 그래서 양보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최철규>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현) 조선일보 Weekly Biz 고정 칼럼니스트

南開大(남개대) EMBA 겸임교수

IGM 부원장/ 협상스쿨 원장

전략커뮤니케이션 대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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