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도적 지원만이, 어린이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유일한 방안”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지난 1985년 국내 유일의 소아전문 종합병원으로 개원한 이래, 현재 세계적인 어린이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보다 소아진료의 특수성상 많은 재원과 시설이 요구되고 그 설립과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진일보한 의술을 개발하며 많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고자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어린이병원학교가 문을 열었으며, 2001년에는 몸의 고통보다 진료비 걱정이 더 컸던 어린이들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회가 창립되는 등 세계적인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 왔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소아질환 교육 및 치료법 연구를 위한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국내외에서 의료봉사를 펼치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글로벌 병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의 김석화 원장을 만나 그동안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김 원장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우리나라 소아ㆍ청소년 질환에 관한 전문적인 진료와 더불어 교육, 연구기능을 체계적으로 전담하는 최초의 어린이 건강 전문 의료기관으로, 소아ㆍ청소년 의료에 대한 임상교육의 전문화와 내실화를 기하고 소아ㆍ청소년 건강을 담당하는 전문 의료 인력의 양성 및 진료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합니다.”며 인터뷰의 첫 포문을 열었다.
Q.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이하셨는데 소감은.
“네, 국내 첫 어린이질환 전문 대학병원인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벌써 개원 30주년이 되었다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1985년, 당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의 어린이 전문 대학병원으로 문을 연 저희 병원은 그동안 각종 중증·희귀질환으로부터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켜내는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70여명의 어린이질환 전문 교수진과 100여명의 전임의·전공의, 400여명의 간호사 등 총 800여명의 의료진과 300개가 넘는 소아 일반병실을 비롯해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소아수술실, 소아응급실, 소아정신병동 등 어린이 질환을 전문 진료하는데 필요한 독자적인 시설과 조직체계를 모두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어린이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Q. 전국에서 몰려드는 환자가 험청 많은데.
“그렇습니다. 어린이병원에는 하루 외래환자만 1,200명이 넘는 등 전국에서 올라온 중증·희귀질환 어린이들로 늘 북적입니다. 연간 31만명의 외래환자와 10만명이 넘는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매년 1만건이 넘는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형상 보이는 것에 비해 어린이병원은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적자액이 20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는.
“첫째로는 성인 환자보다 어린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데 성인에 비해 더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소아심장수술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면 심장 기형으로 출생 후 하루가 되기도 전에 수술을 해야 하는 신생아는 수술실 이동부터 교수가 직접 투입됩니다. 수술실에서도 환자 상태에 따라 교수 2명에 전공의, 전임의, 간호사까지 모두 참여하고 수술 시간도 동일한 수술을 실시하는 성인과 비교하면 몇배 더 걸립니다. 또한 미세한 온도차이에도 어린이 환자 상태가 크게 달라질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교수진이 직접 챙겨야 하며 많은 의료진을 투입하는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져보면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심장기형으로 폐동맥이 막혀있는 신생아는 그대로 두면 100%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수술만 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신생아를 병원 운영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어린이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가의 건강보험 수가가 병원의 적자폭을 보상해주지 못하는 것도 한목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현상의 영향을 받으며, 선천성 장애와 완치가 어려운 질병도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단기 치료 후에 돌려보낼 1, 2차 의료기관이 부족해 성인 환자보다 장기입원이 많은 것도 주된 원인입니다. 그렇다고 선진 외국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없다 보니,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의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어 미국, 일본 등 국가에선 어린이병원은 100% 정부지원과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알아서 생존하라는 식으로 방치할 게 아니라 지원책을 국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에 국내 대형 병원은 적자를 낼 것이 분명한 어린이병원 운영을 기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서울대어린이병원은 국가 중추 의료기관으로 어린이병원을 개설, 중증 소아환자를 위한 헌신적인 전문 치료 기관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나 병원의 자구책은.
“가장 문제는 건립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건립 이후 운영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병원이 수백개가 넘는 미국의 경우 어린이병원 지원을 목적으로 공채를 발행해 그 수익금으로 병원 운영 및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어린이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이는 제도적인 법적 근거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입니다. 모자보건법이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어린이병원을 지정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지원 대상인 어린이병원의 진료 수준 평가 기준과 재정 지원 근거 조항 등을 마련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린이 진료의 본질적인 공공성을 감안한다면 정부 주도의 의료공급체계 구축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이 진료 수가가 현실화되고, 어린이병원의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운영비 일부를 정부에서 보조해야만 어린이병원의 전문 인력, 의료장비, 연구, 시설 등에 대한 재투자를 통한 어린이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 비로소 가능해 질 것으로 믿습니다.”
Q. 최근 치사율 70~80% 악성 희귀암을 앓던 6세 UAE 소녀가 완치 했다는데.
“네 그렇습니다. 생존율 20-30%, 악성 희귀암을 앓던 6세 아부다비 소녀가 저희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완치 되었습니다. 이 병은 인구 100만명 당 0.6명꼴로 생기는 희귀병으로, 치사율이 70-80%에 이르는 ‘나쁜 암’입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지난 2011년 11월 한국 정부와 협약을 맺고, 자국에서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서울대학교병원에 의뢰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의 협력 진료로 완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세계적인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마지막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사랑하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언제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저희 의료진은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 될 어린이들에게 보다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김석화 병원장은.
김석화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197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구순구개열, 귀성형, 두개안면기형 등 소아성형 분야로 한국생체재료학회장, 국제성형재건미용학회 집행위원, 환자안전연구회장,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또한 김 원장은 1996년 ‘동그라미회’를 결성해 매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얼굴 기형 환자들을 무료 수술하고 있으며, 구개열이나 구순열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조언과 상담을 해주고 있다.
김석화 병원장 프로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병원장
서울대학교병원 (주임교수), 서울대학교 (주임교수)
2011년 대한민국 IT 이노베이션 대상 국무총리 표창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병원장
u헬스사업기획단 단장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2010 한국u헬스협회 부회장
2001 버추얼엠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