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저성장 시대의 서막, D의 공포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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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저성장 시대의 서막, D의 공포가 몰려온다.
  • 장용준 기자
  • 승인 2019.10.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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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장용준 기자]

저성장 시대의 서막, 

D의 공포가 몰려온다.

지난 10월 16일 한국은행은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낮췄다. 사상 최저인 연 1.25%다. 이제 대한민국도 기준금리 0%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준금리 0%대는 곧 ‘저성장 시대’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가보지 않은 길’로 불리기도 한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대응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도 한은 금통위의 경기부양책이 내년에도 추가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사상 첫 2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 시대를 접한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부양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D(Depression,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로 활력을 잃은 경제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추가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한 미봉책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0년 한국경제전망’과 LG경제연구원의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도 모두 경제성장률을 2% 중반 미달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저물가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에 본지는 저물가, 저성장 시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과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저성장 시대의 서막, D의 공포가 몰려온다’라는 기획으로 SPECIAL REPORT를 기획했다.

 

LG경제연구원 2020 경제전망

 

지난 9월, LG경제연구원은 ‘2020 경제전망’을 내놨다.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0% 이하인 1.8%로 예측하면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으로 눈길을 끌었다.

 

세계경제 –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경기 위축

우선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2017~18년 세계경기 반등을 이끌었던 투자수요가 일단락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확산으로 세계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기의 빠른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에게 패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미·중간의 극적인 갈등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무역제재와 이에 따른 교역차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세계경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당장 수익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도 위축될 것이며, 특히 내년에는 수요위축 현상이 투자와 수출에서 소비로 확산되면서 경기하향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이르면서 추가고용 여력이 떨어지는 데다 기업수익성 저하로 임금상승세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는 지난해 3.6%에서 올해 3.1%, 내년 2.9%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경제 – 저성장 기조 뚜렷

연구원은 국내경제는 올해 세계경제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하향세가 교역과 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수출의존도가 높고 다른 제조국가들에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세계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에도 우리 제조업 수출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전망은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며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소비활력을 더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전통적인 가족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시점에서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주택경기 하향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건설투자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저성장 기조와 함께 0%대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경제는 올해 2.0%, 내년 1.8%로 성장세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 커지고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부실 리스크가 높아지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신흥국의 외환 위기 가능성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우리나라의 높은 중국의존도와 세계적으로 빠른 인구둔화 등 펀더멘털 약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내년 평균 1,220원 수준의 약세가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2020 경제전망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9월, ‘2020 경제전망’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LG경제연구원과 달리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0.2% 오른 2.3%로 예측했다.

 

세계경제 – 선진국 경기 둔화로 인한 미약한 반등세 유지

연구원은 2020년 세계경제는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경기 둔화로 인해 미약한 반등세만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미·중 무역갈등 확산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의 하향세로 이어질 것이라 봤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세계 경제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국제유가 역시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OPEC 감산 합의 이행, 미국산 원유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국내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 이어질 것

연구원은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 부문에서 민간소비가 미약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며, 투자는 전반적인 경기 불안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선진국 경제 둔화의 영향으로 국내 수출 역시 증가세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했다.

 

결국 부진한 내수 경기와 수출 경기의 미약한 회복을 고려했을 때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3%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2020년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의 전망치다.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세 확대 시급히 요구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 고착화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시사점 7가지를 제시했다.

 

1. 한국 경제의 회복세 확대를 위해 단기적으로 확장적, 효율적 재정집행

SOC 조기 착공 및 규제 개혁 노력의 현실적 결실 추진

2. 양질의 일자리 확대 및 가계소득 증가 등 실질구매력 확충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막기 위해 노력

3. 국내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활성화 노력 지속

4. 건설투자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SOC 조기 착공과 주택안정화 정책 기조 유지

5. 국제교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외통상정책 필요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 적극 추진

6.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 악화 방지

7. 양질의 일자리 확충 및 일자리의 질 제고 위한 노력 지속,

노동생산성 확충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저성장시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D의 공포

 

최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경제전망 기사는 ‘저성장 시대 임박’, ‘D의 공포’,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기사명이 붙거나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모두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본 주제다. 이는 앞서 살펴본 LG,현대 경제연구원의 2020경제전망 뿐만 아니라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이 ‘1고 2저’(고령화, 저출산, 저성장)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실을 국민들도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초 버블붕괴 후 일본경제는 약 30년에 걸쳐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플레 탈출도 요원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버블붕괴 후 2018년까지 약 30년간 지속된 평균 1% 성장, 1인당 GDP 3만 달러대 정체. 2013년부터 본격화된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2018년까지 6년간 평균 1.2% 경제성장율. 디플레이션 탈출은 요원한 일본의 현실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지도 모른다는 보고서의 우려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신호다.

 

그렇다면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된 일본의 1990년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일본은행은 1985년 1월 5%였던 정책금리를 1987년 2월까지 역대 최저 수준인 2.5%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재테크에도 치중했다. 그리고 주식과 토지값이 상승하는 효과를 맛 봤다. 기업이 나서자 개인들도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1987년부터 급등한 주식과 토지값은 1987년부터 1990년에 이르러 3배나 올랐다. 광란의 시기는 1989년 5월 정부의 금융긴축과 1990년 3월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규제 시행으로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일본 경제의 몰락이 세계 경제에도 쇼크를 불러 왔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로 거침없었던 일본 경제의 성장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20년이 지나 30년 동안 침체된 ‘잃어버린 20년(30년이라고 하자)’은 1929년 미국경제대공황 못지않은 국가 경제 몰락의 대명사가 됐다.

 

일본은 이 기간 동안 세계 GDP 비중이 1993년 17.7%에서 2019년 현재 5%대로 급감해 세계 2위 경제대국에서 밀려났고, 6%대까지 올라갔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3%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국가 경쟁력은 20위권 중후반대로 급전락하고, 포춘 500대 기업 수도 1995년 148개에서 2019년에는 52개사로 급감했다. 국부(國富)는 1997년 약 3,586조 엔이던 것이 2017년 3,384조 엔으로 5.6% 쪼그라들었고, 가계 관련 소득은 1997년 278억 엔에서 2017년 275조 엔으로 줄며 악화 일로를 걸었다. 소득 분배가 악화되자 빈곤층이 증가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1991년 13.5%이던 상대적 빈곤율이 2015년 15.7%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1997년 2.5만 명 내외였던 자살자가 2011년까지 연평균 3만 명 수준으로 급증하고 노숙인이 증가하는 사회문제들이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D의 공포가 임박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제1차 한국보고서’에서 한국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하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2013년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제2차 한국보고서: 신성장공식’를 통해 한국경제가 더 악화되었으며,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2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기회는 많았지만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이대로는 냄비 속에서 탈출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고령화와 저성장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산성에 따른 임금 피크제를 활성화하고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경제가 D의 공포에 임박했다는 주장은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에서 힘을 얻는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10월·11월·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2.1%, 2.0%, 2.0%, 1.3%였다”며 “12월을 제외한 남은 기간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저물가의 원인은 수요에도 있으며, GDP 디플레이터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D의 공포는 일시적 현상?

이렇듯 한국경제의 장기침체와 저성장 전조에 대해 확신하는 쪽이 있는 반면, D의 공포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화정책의 축인 한국은행은 “8월에는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급 측 요인의 물가 하방압력이 확대됐다. 연말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말로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를 설명했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한 건 일시적인 요인이라는 의미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에 동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져 0%까지 하락했지만 일시적인 요인이 소멸되는 연말 이후 0% 후반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흐름이 디플레이션으로 향할 가능성은 낮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저물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도별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유가를 제외하면 0.9% 정도의 물가상승률이다. 최근 물가상승률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의 장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디플레이션 공포도 커진 것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D의 공포, 선제적 해결책이 필요

그러나 이렇듯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닥친 건 일본식 장기불황보다 경제위기가 우선이라는 말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 주력 산업 위주로 편향되고 집중되다 보니 위험이 닥치면 침몰할 위험도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마치 타이타닉이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듯이 말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방어하는 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대 기준금리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통화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쪽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통화정책만으로 경기침체를 벗어나려 했던 결과이며 산업 구조조정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환경들

다가오는 2020년.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살고 있다. 일본 인구가 2009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 비해 내수시장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다 보니 노동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성도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수출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현실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미중무역전쟁과 한일무역분쟁은 하루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남북경협의 가능성도 여러 이유로 속단할 수 없고 한일의 역사 갈등은 외교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또 다른 도화선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처럼 0%대로 접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말 그대로 ‘D의 공포’가 잃어버린 30년을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지금 이 상황을 직시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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