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화학사랑...롯데의 근간을 지키려는 의지인가

[CEONEWS=장용준 기자] 최근 화학업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외연 확대를 위해 롯데케미칼에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하려고 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화학사랑은 업계에서 유명한 얘기다. 2018년 10월 출소 후 롯데지주 안정화를 위한 행로 중에도 롯데케미칼의 안정화에 가장 큰 힘을 쏟았고, 결국 지주사 편입을 이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오는 17일 3심 선고를 앞두고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사장이 롯데케미칼의 롯데첨단소재 합병을 발표한 직후부터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해 폴리카보네이트(PC)의 생산과정을 계열화한 만큼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해 고부가 제품들의 생산과정 계열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 화학사랑의 역사
신동빈 회장의 유별난 화학사랑은 선대인 신격호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롯데그룹이 화학사업을 시작한 게 1960년대 일본에서 귀국한 신 명예회장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신 명예회장은 대한민국보다 먼저 고도성장을 이룬 일본에서 중화학공업의 힘을 봤다. 그리고 고국에서 중화학공업 중에서도 석유화학공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중화학공업은 당시 정부의 주도 아래 락희화학(현 LG화학)이 자리를 잡았기에 롯데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기회는 70년대에 돌아왔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이에 롯데는 공기업인 여수석유화학이 갖고 있던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지분을 인수했다. 그리고 1979년 석유화학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신격호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수천억 원대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며 회사는 성장했고, 롯데그룹도 자리를 잡았다. 

이런 역사가 있기에 신동빈 회장도 화학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품으로 성장한 롯데가 외연을 확장하는데 화학분야의 공헌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그룹에서 활약한 것도 호남석유화학이었다. 롯데케미칼로 이름을 바꾼 현재도 롯데그룹 이익의 50%를 책임지고 있는 효자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화학산업 불황에도 투자 계속

최근 국내 화학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늪은 '화학산업의 쌀' 에틸렌의 국제 가격 하락과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롯데케미칼의 2018년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0%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이유는 불황은 언젠가 끝이 보이고, 그 후엔 호황이 오게 되어있다는 믿음이다. 그 누구보다 석유화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롯데의 근간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진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을 통해 고부가 제품의 역량 강화를 이루고 화학사업 구조 개편에 힘을 싣고자 한다. 롯데케미칼 측이 아무리 그 가능성을 축소하려 해도 합병설이 사그라들지 않는 근본적 이유다. 

만약 신 회장이 17일 3심 선고에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판결을 받는다면,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 소식을 보다 빠르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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