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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CEO 78]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고졸 성공신화의 주인공에서 위기극복의 아이콘을 꿈꾸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20년째 대표를 맡을 정도로 출중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온 대표적인 CEO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국내에서 BMW 차량의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로 인해 최근엔 BMW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57년 1월16일 서울에서 3남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김 대표는 덕수상업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보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재무와 경리를 담당하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도 학업을 병행하는 주경야독을 통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한 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학위,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외국계 화재보험사인 하트포드에서 재직하다 제약기업인 한국신텍스 창립과정을 함께 했다. 이후 한국신텍스 대표이사 부사장까지 승진했으나 회사가 합병된 뒤 BMW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재무담당 이사(CFO)를 맡은 것이 지금의 성공신화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2000년 BMW코리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은 지 17년여 만인 2018년 1월 1일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수입차 한국 법인이 회장 직책을 만든 것은 BMW코리아가 유일하다. BMW 본사에서 그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후 꾸준히 성과를 올려 2018년 1월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BMW코리아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2020년 2월까지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는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리콜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BMW 본사의 신뢰 덕에 임기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표이사 자리는 한상윤 대표이사에게 이임했다.

김 회장은 '엄청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다른 끈기와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경영활동의 공과

△BMW 차량 화재사고 수습
최근 그의 CEO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가 된 2018년 BMW 차량 화재사고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화재사고 발생 차량 소유주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리콜을 진행하는 등 사태 수습에 힘쓰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아시아 최초로 ‘BMW드라이빙센터’ 유치
김 회장은 2014년에 아시아 최초로 BMW드라이빙센터를 유치했다. BMW드라이빙센터는 BMW가 고객들에게 주행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애초 BMW 본사는 한국 자동차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드라이빙센터 건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효준은 한국에 드라이빙센터를 설립하면 아시아 전역에 BMW 브랜드가 확산되는 첨병기지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본사를 2년 반가량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승인을 받아냈다.

독일과 미국에 이어 BMW그룹 내에서 세 번째로 건립된 드라이빙센터인 데다 중국과 일본이 아닌 한국에 ‘아시아 최초 BMW드라이빙센터’가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BMW드라이빙 센터는 2014년 영종도에 축구장 33개 크기인 24만㎡ 규모로 문을 열었으며 2018년 10월 현재까지 50만 명가량의 인원이 방문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주행트랙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운전 체험장 등도 함께 조성된 일종의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BMW코리아 성장 이끌어
김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역시 수입차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BMW코리아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처음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2000년만 해도 BMW코리아가 한 해 판매하는 차량은 300대 안팎에 머물렀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직원들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이기자는 뜻의 ‘B to B(벤츠에서 BMW로)’, BMW는 고객(Customer)을 지향한다는 ‘B to C’, 그리고 시장점유율 1%를 5년 안에 이루자는 ‘1 in 5’였다.

딜러들은 당시 BMW가 판매를 늘리려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봤고 본사에서도 김효준의 목표를 미더워하지 않았다. 한 해에 300대를 팔던 BMW가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효준 매직은 부임 첫 해부터 발휘됐다. 그 해 2100대 가량 팔며 큰 성과를 냈다. 이후 BMW코리아는 2017년에 모두 5만9624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17년 동안 판매량을 약 200배 끌어올린 것이다. BMW코리아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수입차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성과가 그를  BMW코리아의 대표이사로 19년째 재직하게 만든 힘이다. 

△‘가치경영’으로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 구축
김 회장은 BMW코리아의 성장을 이끈 비결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선’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늘 고객과 파트너, 직원 등 사람을 중심에 두고 소통해온 작은 성과일 뿐”이라며 “굳이 비결을 꼽는다면 소통은 기술이 아닌 진정성이며 상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는 믿음을 실천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B(Brand, 브랜드), M(Man, 사람), W(Work, 일) 등 세 가지에 입각한 ‘BMW 가치경영’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고객에게 최고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만족 경영 실천을 뜻하며 사람 가치는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책임감을 지니고 미래 비전을 달성하는 것을, 일의 가치는 사회와 시장에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기여하는 것을 뜻한다.

서로 상대방 위치에서 이해하고 한발 더 다가서는 수평적 소통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

2008년에 부장과 차장, 과장, 대리 등 직급을 모두 없애고 임원을 제외한 모든 사원의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전체 직원의 80~90%가량이 매니저다.

그는 직급체계를 바꾼 뒤 직원 각자가 리더라는 주인 정신을 지니게 됐고 사장만 권한을 독점하던 수직적 의사결정구조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모든 직원을 리더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인사 노력도 기울인다.

“사람은 누구나 일종의 안전지대라는 둘레를 쳐놓고 있는데 진정한 소통이란 사람들이 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교감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영업직을 관리직으로, 관리직은 마케팅이나 전략부서로 발령하는 등 부서간 인사를 자주 내는 방식으로 직원 교육을 실시한다. 부서 사이 이동이 활발해야 서로 업무를 잘 이해하고 소통도 잘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시장 철수 막고 성장 초석 다져
김 회장은 BMW 본사가 한국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특유의 돌파력을 보이며 영업을 지속하도록 설득했다. 

BMW 본사는 1997년 말 한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빠지자 한국 법인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많은 수입차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했다.

그는 당시 재무 담당 전무로서 독일 본사에 “한국시장에 자신이 없으면 지금 철수하라”며 “하지만 향후 다시 한국에 진출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한국시장 철수 계획을 철회하는데 성공했으며 오히려 2천만 달러를 5% 금리로 지원받기까지 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금리가 20%에 육박했는데 딜러사에 5% 금리로 돈을 빌려준 덕분에 기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었다. BMW가 공격적 투자를 진행한 것이 향후 한국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자동차업계는 평가한다.

◆ 비전과 과제

김 회장은 BMW코리아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한국 토종 최장수 수입차 CEO’ 이외에도 ‘고졸 출신 수입차 대표’라는 여러 별명을 지니고 있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전 BMW그룹 회장은 “김효준은 항상 경쟁자들보다 앞서 달려가는 CEO”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는 김 대표를 높이 평가한 말이다.  

또, 외환위기 당시 다른 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축소하고 있을 때, 김 회장은 BMW 본사에 “BMW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아니라면 오히려 지금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는 보고서를 보냈다. BMW는 고민 끝에 2천 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고 1998년 연간 320대까지 감소했던 BMW의 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01년 2717대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김 회장의 역발상으로 이뤄진 공격적 투자가 BMW를 한국 수입차 시장의 맹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된 성과다.

그의 장기적 안목은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의전 차량의 채택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정상회의의 의전차량으로 BMW를 이용해 줄 것을 외교통상부에 제안했으나 “한국 차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수입차라니 정신 나간 소리다”는 외교부 직원의 대답을 받았다. 그러나 수차례 외교부를 찾아가 “유럽 각국이 한국 정부가 자동차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라고 불평하는데 수입차를 의전차량으로 활용하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외교부는 BMW 차량 107대를 의전용으로 활용했다.

BMW의 ASEM 참여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의 위상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수입차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이 무렵부터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 회장과 다른 CEO의 차이점을 들라면, 고객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녔다는 점이다. 2013년 ‘BMW 고객 서비스 평가단 백서’를 처음 발간한 것도 겸손하게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 내용을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고객을 항상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 덕분에 김 회장이 경영 사령탑에 오른 뒤 차 판매가 급증했다. 사장에 취임한 2000년 1650대에서 2014년 4만174대로 24배나 늘었다. 

2001년 뉴BMW7시리즈 차량 구매를 신청한 고객들과 약속한 날짜를 지키기 위해 ‘항공기 수송’을 결정한 일화도 유명하다. 2016년 2월에는 원인불명의 BMW 차량 화재사고에 전액보상했다.

20대 초반에 일하던 회사의 인사고과에 ‘엄청난 워커홀릭이고 굉장히 상식적이며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남아 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당시 말단 사원이었던 김효준은 사무실에 사장이 나타나면 모든 직원이 일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껴 총무부장을 찾아가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건방지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지만 이 일은 직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또 같은 회사에서 능력 있던 상고 출신 선배가 승진 인사에서 누락되자 한밤중 인사 담당 임원의 집을 찾아가 “우리 회사에는 능력이 출중한 상고 출신이 많은데 단지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졸 출신들과 차별한다면 누가 이 회사에 충성을 바치겠습니까”라고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은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후임 사장은 누가 되든 국내 사정을 잘 아는 한국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한국에서 2~3년 일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사장은 장기적 관점을 지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사람이 한국법인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현지화 전략을 주창한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번 돈 대부분을 한국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벤츠코리아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다른 수입차기업들은 해마다 배당을 통해 이익의 50~100%를 해외 본사로 보낸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배당을 적게 하면서 기부금을 늘리거나 BMW드라이빙센터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재투자한다. 한국에서 장기적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BMW코리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졸신화의 주인공에서 위기에 빠진 BMW를 구해야 하는 선봉장이 된 김효준 회장.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눈부신 성과만큼 위기돌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그의 신화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장용준  jyj@ceo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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