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스펙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부회장이 된 CEO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CEONEWS=문성보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고졸 출신으로 글로벌 최고 기업의 경영자까지

조성진 대표는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 사장에 오른 고졸 신화의 주역이다.

2012년 말 LG그룹에서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올랐고 2016년 연말인사에서 부회장까지 승진했다. 세탁기 관련 기술에서 한우물을 파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의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신화와 같은 그의 성공적인 생애를 쫓아보았다.

◆ WHO IS...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956년 7월10일 충남 대천에서 5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도예가였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1976년 용산공업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LG전자(당시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입사하면서 LG맨이 됐다. 입사 40년 만에 LG그룹 역대 최초 고졸 출신 부회장에 올라섰다.

조대표는 세탁기 전기설계실 엔지니어로 시작해 세탁기 설계실장과 연구실장, 세탁기사업부장을 거치며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했다.

세계 가전업계에서 최고의 세탁기 전문가로 통한다. 세탁기 엔지니어 시절부터 경력을 시작한 베테랑답게 세탁기를 놓고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갖췄다. 

스스로 성공비결을 '열정'이라고 꼽는다. 그는 불리한 여건을 뚜렷한 목표와 뜨거운 열정으로 극복해왔다. 조성진은 공장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놓고 끝없이 밤샘작업을 할 정도로 혁신적 세탁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졸 출신으로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만큼 학력과 스펙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다. 조대표는 “취업 전에 오랫동안 이력을 쌓는 것보다는 ‘선 직장 후 교육’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지식을 쌓으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LG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는 학력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학력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CEO에 오른 뒤에는 직접 스마트폰 수십 대를 분해하고 분석해봤다고 직접 밝힌 적도 있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으로 세탁기뿐 아니라 LG전자의 생활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LG전자가 구본준 LG 부회장의 1인 CEO체제가 각자대표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LG전자가 다시 1인 CEO체제로 돌아오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가전사업뿐 아니라 TV와 스마트폰을 포함한 LG전자 사업 전반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백색가전은 LG전자! ‘세탁기 신화’ 일등공신

조성진대표는 LG전자에 입사한 뒤 오로지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하는 ‘외길인생’을 걸어오며 LG전자 세탁기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조대표는 1990년대 세탁기 기술을 일본에 의존하던 LG전자에서 독자적 기술의 개발을 주도했다. 1999년 모터가 벨트나 풀리(pulley)를 거쳐 세탁통을 구동하는 간접 방식이 아니고 모터가 직접 세탁통을 직접 구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냈다. 이어 2005년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해 LG전자 ‘트롬’ 브랜드의 드럼세탁기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제품 전문업체로 이름을 알리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트윈워시’ 세탁기도 조성진 대표의 작품이다.

통돌이세탁기와 드럼세탁기를 결합한 형태의 트윈워시는 2015년 출시된 뒤 80개 이상의 국가로 출시가 확대됐고 다른 세탁기에 비해 높은 2500달러 안팎의 가격에도 한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흥행했다. 조성진은 트윈워시를 개발하는 데만 8년이 걸렸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모두 쏟아부은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대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

조대표는 LG전자가 2016년 4분기에 약 5년 만의 영업손실을 내는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1인 CEO에 오르며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LG그룹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에 이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내부에서 높은 기대를 받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동시에 안게 됐다.

LG전자가 적자를 본 가장 큰 이유는 G4와 G5 등 주력제품의 연이은 실패로 스마트폰사업의 적자폭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생활가전과 TV 등 주력상품도 전반적 수요 침체와 원가 상승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이어왔다.

1인 CEO에 오르자마자 대대적 조직쇄신과 변화를 추진했다. 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사업 전담조직을 CEO 직속으로 신설하고 영업망을 재편하는 등 효율화 작업에 노력이 집중됐다. 또 생활가전사업의 성공방식을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까지 확대하기 위해 같은 부품을 여러 제품에 동시에 탑재하는 등 생산단계에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새 전략도 도입됐다.

가전제품과 TV는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 LG전자의 브랜드가치와 수익성을 모두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2017년 1분기에 역대 두번째로 높은 영업이익 9천억 원대를 내며 큰 폭의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증권사들은 조성진대표의 적극적 비용 효율화와 체질 개선 노력이 조기에 성과를 내 LG전자의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LG전자는 2017년에 2009년 이후 8년 만에 2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완전히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세계최초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조연 가전시장 앞서가

LG전자는 의류관리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이른바 ‘조연가전’으로 불리는 제품의 ‘퍼스트 무버’로써 최근 열리고 있는 새 성장가전시장 인기에 힘입어 2018년 생활가전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LG전자의 트롬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퓨리케어’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서고 의류관리기기 ‘스타일러’는 사실상 독주체제다.특히 LG스타일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LG스타일러는 LG전자의 대표적 혁신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성진대표는 구겨진 옷을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욕조 근처에 걸어두면 주름이 펴진다는 아내의 조언에 착상해 스타일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스타일러뿐 아니라 공기청정기 시장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까지 공기청정기시장에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고품질 공기청정기 개발에 힘을 쏟으며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전자 ‘퓨리케어’를 직접 써 본 한 누리꾼은 “퓨리케어를 사용한 이후로 집안에 잔먼지가 없다”, “집에 퓨리케어 360이 있는데 진짜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새로운 개념의 가전제품 관리 서비스 ‘케어 솔루션’으로 사후 지원도 보장한다. LG전자의 공기청정기를 대여하거나 구매한 고객 모두 필터 교체와 센서 점검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사업부 효율화 작업

조대표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적자폭을 줄이고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모듈화 전략’을 적극 도입했다. 2017년 LG전자의 단독 대표이사로 오르면서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는 ‘기본’으로 돌아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불필요한 혁신을 줄이고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LG전자는 2017년 스마트폰사업에서 영업손실 2132억 원을 냈다. 2016년 영업적자 1조2591억에서 대폭 감소한 것이다. 2018년에는 79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냈으나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적자폭이 개선됐다.

조성진 대표는 그동안 경험이 없던 스마트폰분야에서 지식을 쌓기 위해 수십 대의 제품을 직접 분해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사업에서 가죽소재, 착탈식 모듈 등 개발비용을 잡아먹는 불필요한 혁신을 과감히 지양하고 파생 라인업, 부품 모듈화 등에 주력해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라인업과 생산, 영업방식을 모두 재편해 자원과 인력을 효율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LG전자 역대 최대 실적 이끌어

조성진 대표가 단독으로 LG전자의 사령탑을 맡은 첫 해 LG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도록 이끌었다. 2017년 매출 61조3963억 원, 영업이익 2조4685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사상 최초로 60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최대치에 이르렀다.

이어 2018년에도 영업이익이 2017년을 넘어섰다. LG전자는 2018년에 매출 61조3417억 원, 영업이익 2조7033억 원을 냈다.

가전과 TV사업에서 초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운 것이 성과를 봐 스마트폰사업과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상쇄했다. LG전자는 국내시장에서 생활가전과 TV부문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원가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상반기에도 생활가전과 TV사업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 생활가전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여름 폭염이 예상되고 미세먼지까지 심각해지면서 에어컨, 공기청정기 구매가 앞당겨져 3월 초부터 판매가 급증했다.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TV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LG전자 TV부문 영업이익률은 경쟁회사인 삼성전자와 소니보다 높을 것”이라며 “LG전자가 대형 프리미엄 TV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LG전자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230만대 수준의 올레드 TV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 비전과 과제

조성진 대표는 LG전자의 새 성장동력 마련과 스마트폰사업의 실적 반등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 전장사업 등 신사업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그룹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분야로 강조하고 있어 2019년부터 조성진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연말 조직개편에서 조성진 대표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를 배치했다. 이에 따라 조성진은 2019년 시무식에서 “육성사업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표를 밝힐 만큼 신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2019년 1월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사용자와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가전을 선보였다. 2018년 공개한 ‘스마트홈’이 사용자의 음성이나 명령에 반응해 동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2019년 공개한 ‘스마트홈’의 모습은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형식이다.

가전제품기업으로서 인공지능 기술력을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인데 이에 더해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 등 세계적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과 협업도 강화했다.

로봇 사업에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LG전자는 로봇사업을 2~3년 안에 주력사업으로 키워 시장에 클로이 로봇을 단계적으로 상업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동차 전장사업에서는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2018년 8월 인수를 마무리한 글로벌 자동차 헤드램프기업 ZKW의 실적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2019년 하반기부터는 전장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스마트폰사업에서 반등의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2019년부터는 5G 시장과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시장 등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만큼 LG전자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은 밖에서 보기에는 더디다고 생각하겠지만 잘 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효율화 작업으로 제품군의 균형은 잘 잡혀있는 상태라고 바라봤다.

조성진 대표는 “과거에는 제품이 프리미엄과 싼 제품으로 양분돼 프리미엄 제품이 안 팔리면 중간에서 허리 역할을 할 제품이 없었다. 지금은 프리미엄과 중가형, 미드로 제품, 염가형으로 구성비가 제대로 잡혀있다”며 “이러한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가 수익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인 G시리즈와 V시리즈를 G시리즈는 플래그십 라인으로, V시리즈는 5G 전용 라인으로 구축하고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출시하던 것으로 상반기에 몰아 내놓으며 스마트폰사업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단위 책임경영을 강화해 미래사업 구상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하고 있는 LG전자 조성진 대표의 새로움의 대한 열정에 소비자의 한사람으로 더욱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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