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내윤 원장

[CEONEWS=양내윤 원장] 지난 달, 필자는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한 번 더 토론회’에 감정노동 전문가로 참석했다.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을 통해 감정노동자 인권 증진 목적으로 제정한 조례와 감정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였다.

조사해 보면, 감정노동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악성 고객이나 민원인의 갑질이었다. 감정노동자들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 감정노동의 빈도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감정노동의 강도, 다시 말해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요구대로 되지 않으면 갖은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도 일삼는 진상 민원을 응대해야 하는 경우

가 문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심각한 정신적 장애, 우울증, 직무소진에 이르게 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번아웃을 직업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후군으로 분류하면서 국제질병진단에 공식적으로 등재했다.

번아웃(Burnout)은 말 그대로 ‘다 타버렸다’는 의미다. 나는 토론회에서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 각각의 사업장에서 ‘악성민원 지침가이드’를 만들어 실전처럼 훈련하고 ‘강성고객 처리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 감정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실제적 보호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자 피해에 대해서 사후 조치나 치료도 중요하겠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감정노동 문제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감정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필자는 『감정노동과 직무소진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지원의 조절 효과』를 연구하면서 상사의 지원과 동료의 지지가 감정노동자의 번아웃을 줄이는데 유의미하였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거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다.

이처럼 동료들 간의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는 근로환경과 이를 위한 예방적 차원의 노력들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 필자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감정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을 먼저 보호하고 여기에 지자체 및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 기업이 함께 그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에서 ‘예방은 스스로, 마음은 더불어’ 슬로건을 제안했다.

일명, ‘예스마더’. 여기에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미리 예방해보자는 긍정의 ‘예스’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라도 엄마(마더)의 손길처럼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에서다.

한번은 강의 중에 누군가 ‘감정노동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다’고 했다. 함께 있던 동료 중에 한 사람이 이 둘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알고 있다고 했다.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친정어머니가 아프면 가슴이 아픈데,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강의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힘내’가 되며,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감정노동 또한 재미있게 해석하다 보면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웃어넘길 수도 있는 내공이 하나둘씩 쌓일 수 있다.

‘예스마더’는 먼저 나 스스로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고 사후에 발생하는 감정노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자는 성숙과 성장의 의미를 담고있다. 바캉스(vancance)의 계절이다. 바캉스는 vacant(비어 있는), 즉 ‘~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었다. 외부고객의 갑질부터… 내부직원의 괴롭힘까지… 이 모든 행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그 날을 꿈꿔본다. 예스마더!

<양내윤 원장 프로필>

-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양교수

- 경찰대학교 외래교수

- HRD명강사대상수상

- 유머경영연구소 설립

- 명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졸,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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