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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고령사회의 경제, 우리 삶은 '혼자라면' 무엇을 할까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지금 혼자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당신이라면? "나는 그때쯤 생을 끝낼 거라고, 어렸거나 젊었던 어느 순간 왜였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먹었던 나이였다."

이렇게 시작하는 '문학들'에서 나온 박이수의 장편소설 '혼자라면'은 노령의 외로운 이야기다. 아내가 있는 남자 광일 씨와 사귀는 일흔세 살 장영희 씨의 이야기다. 사랑이라니, 노년에 그것도 불륜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아련한 주인공의 내면으로 빠져든다.

한때 짧은 결혼 생활도 했으나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지도와 논술 교습으로 생계를 이어 가지만 부모님의 유산과 들어 놓은 보험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여느 독거노인들이 빠지는 빈곤과 과도한 노동의 덫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그녀의 곤궁함을 모두 덮어 주지는 못한다. 그녀의 곤궁함은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텅 빈 내면, 허무와 권태에서 나오는 외로움에 있다.

“날 한 번 안아 줄래요?” 정수기 설치 기사나 이웃집 남자에게 자신을 한 번 안아 달라는 그녀의 도발은 사랑이나 교감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 노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 너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그 무미건조한 일상의 세계에서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낯선 남자와의 접촉이다. 광일 씨와 그녀의 관계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권태에 내몰린 어느 여성 노인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인 시절을 이미 지나와 버린 두 노인의 관계에는 들끓는 욕망이나 격정이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왜소해져 가는 몸을 애써 감추거나 서로 외면하려는, 아니 서로 외면해주는 그들만의 사랑법이 눈길을 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들여다본다. 나 또한 방관자가 아닌 내 삶의 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50년에 1.0%로 떨어진다고 한다.

노동력 감소 문제를 극복하려면 고령세대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고, 나아가 정년제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제 60이 된 나도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 나온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박이수의 장편소설 '혼자라면'과 함께 읽으며 고령을 기준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 제도와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우리나라 고령화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속도와 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기는 현재부터 2050년까지 약 30년 동안일 것이다. 2050년 이후에는 고령인구의 숫자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10% 미만이었던 고령인구 부양비, 65세 이상 인구를 15~64세 생산 가능인구로 나눈 수치는 2050년에 이르면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OECD 평균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고용률을 70%로 잡을 경우 2050년에는 취업자 수가 인구의 36%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평균 경제성장률은 2021~2030년에는 2.0%, 2041~2050년에는 1.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정치적으로 증폭되면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청년과 여성 등 생산 가능 연령대의 경제활동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출산율 제고 정책도 현재 진행형인 고령화에 대응하기엔 적절치 않다. 여성과 청년의 추가적인 경제활동 참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상승하지 않는 한 성장률은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0.2~0.4% 하락할 것이다.

노동 공급 측면에서 성장에 가장 유리한 고용구조는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생산 가능인구 연령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령세대의 노동참여가 필요하다. 고령세대가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경제성장률 하락을 줄이고 고령인구 부양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베이붐 세대다. 그러나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성장과 노령의 경제를 위해서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병행해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 회사 사장이 업무를 다하고 정년으로 경비가 되는 유연한 노동력의 활용, 인사관리도 필요하다.

고령세대의 노동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면 열악한 수준의 고령 노동시장의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 경제정책으로 인적 역량을 키우는 데 거시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 정제 정책으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결합해 새로운 평생 교육과 훈련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에서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동시에 연령이 고용보호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새삼 박이수 작가의 장편소설 '혼자라면'을 읽으며 젊음과 늙음은 삶의 표피일 뿐 지금 내 삶은 빛나고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노령사회, 고령화에서 부정과 긍정의 요소를 한국경제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새삼 고민하게 만든다.

엄금희 기자  webmaster@ceo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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